자립에 한 발짝 내디든 여성 노숙인을 만나다
[앵커] 서울시립영보자애원은 여성 노숙인들에게 삶의 터전이 되어주며 그들의 자립을 돕고 있는데요.
어엿한 정규직 사원으로 자신만의 삶을 꽃피우고 있는 자립 여성 노숙인을 만나봤습니다.
[기자] 용인에 있는 한 화원입니다.
직원들이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모종들을 정리하고, 화분에 흙을 담고 모종도 심습니다.
꽃에 물을 주는 일이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자립 여성 노숙인 윤 모 씨가 이곳에서 일한 지는 3년째.
<황화영 / (사) 한국장애인농축산기술협회 그린시티사업단장>
"처음에 왔을 때는 정말 누구 앞에서 나서지도 못했어요. 지금 현재로서는 이제 장애인들 10명의 리더자로서 움직이고 애들 다 일시키고 챙기고 자기가 먼저 챙기는 그런 입장이에요."
지금은 정규 직원으로 근무하며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이끄는 리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윤 젬마 / 자립 여성노숙인>
"예전에 진짜 사람들 보면 버스 타고 출퇴근하는 게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그거를 하니깐 좋은 것 같아요. 작은 일이지만 그 작은 일이라도 하는 게 좋은 것 같고 또 직원들하고 같이 일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 보람 있고 또 뿌듯하고 그것 때문에 좋아요."
윤 모 씨가 노숙인 요양 시설 '서울시립영보자애원'에 입소한 건 1985년.
3년 전 직장을 구하고 자립 생활을 이루기까지 '서울시립영보자애원'의 역할이 컸습니다.
무엇보다 그녀의 의지가 강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자립 후 가장 하고 싶었던 건 자신만의 집을 꾸미는 것.
집안 곳곳 그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자애원 가족들에게 집 구경도 시켜주고 자랑도 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윤 젬마 / 자립 여성 노숙인>
"가전제품 고르고 사는 것 그것도 좋았어요. 내가 내 돈 주고 샀구나 그 생각이 들어가지고…아는 사람들 불러서 ‘우리 집 좀 구경해요. 우리 집 이래요’ 하고 자랑하고 싶어요."
가전제품은 그녀가 직접 구매했고, 가구는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으로부터 지원받았습니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홀로 설 수 있었던 건 1년 동안 생활한 자립체험 덕분이었습니다.
<박혜경 수녀 / 서울시립영보자애원장>
"(재)바보의나눔을 통해서 바깥에서 지역사회에 집을 얻었었어요.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고…지역주민으로서 1년 동안 살았기 때문에 나갔을 때 굉장히 본인에게 큰 도움이 됐다…"
윤 모 씨는 자립체험을 해보며 혼자 생활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꿈이 생겼습니다.
자립 후 집안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더없이 소중하기만 합니다.
태블릿PC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퇴근 후 즐기는 취미생활입니다.
방을 청소하고, 빨래를 돌리고 침대에서 TV를 보는 것들 모두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합니다.
<윤 젬마 / 자립 여성 노숙인>
"이런 게 해보고 싶었고 이렇게 하는 게 또 재미있고 또 하나씩 뭔가 이렇게 알아가는 게 재미있고 그래…"
CPBC 김정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