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업을 하는 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 회원들이 좋은 퇴비를 어떻게 구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던 차에 도시 본당에서 농민회원들에게 기금을 보내왔다. 농민회원들은 그 기금으로 송아지를 키우기로 했다. 볏짚·보릿겨를 비롯한 농사 부산물을 사료로 주고 가축의 분뇨는 톱밥이나 파쇄목과 함께 발효시켜 농토에 돌려주는 지역 내 순환 체계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사육되는 소를 ‘가농소’, 도시와 농촌이 함께하는 이 운동을 ‘가농소 입식운동’이라 하는데, 어느덧 20년을 넘어서게 되었다.
친환경 농업을 하는 대다수 농민은 인증받은 퇴비를 구입해 농사를 짓는다. 대형화된 축산농가들은 수입곡물 사료 없이 사육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가농소를 사육하는 농민회원들은 이 두 가지를 거슬러 수확하고 남은 것을 가축에게 먹이고 가축으로부터 얻은 것을 땅으로 다시 돌려주는, 외부 도움 없이 지역 내에서 순환하는 체계를 실현시켰다. 관행 농축산에 비하면 탄소 배출 저감, 토양 내 탄소 포집에도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증을 받아 상품을 만들기 위한 농업이 아니라, 지역 내 유기순환으로 생명농업을 지향한 농민들이 이룬 성과다. 또 농민들을 끝까지 신뢰하며 지지해준 우리농 생활공동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성과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농산물 소비가 원활하지 않아 농사 부산물 사료 공급이 부족할 때가 많다. 축산을 둘러싼 환경문제와 사회적 인식 변화로 소규모 축산이 불가능해졌다. 가농소 사육두수는 유지되고 있으나 사육농가가 감소했다는 것은 경제성을 비롯한 개선 과제가 있다는 것이다.
가농소 입식운동 20주년 행사를 최근 마쳤다. 행사는 지나갔지만, 과제는 남아있다. 변화된 여건을 인식하며 원칙을 지켜가야 한다. 사육자와 소비자가 모여 합의하기가 쉽지 않지만, 지난 20년간 지속가능한 생명농업이라는 큰 목표를 바라보며 함께 걸어왔다. 그 경험으로 지금의 어려움도 이겨갈 수 있다고 믿는다. 문제가 보인다는 것은 해결할 힘도 있다는 뜻이다.
안영배 요한 신부 (안동교구 농민사목 전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