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된 말로 끼기 힘듭니다. 성당에 혼자 나오는 일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성당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청년이 많은 성당일수록 이미 어렸을 때부터 공동체가 형성된 경우가 많아요. 저처럼 타지에서 혼자 상경한 경우에는 모임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벽이 높게 보이는 거죠.”(청년 1인 가구, 임순형 마티아씨)
“성당에 올 때마다 혼자 사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성당에서는 1인 가구로 산다는 거 자체가 잘못된 삶을 사는 느낌이에요. 교회는 가정 공동체를 중요하게 여기니까요. 저출산 시대에 결혼, 출산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채무감도 있다 보니 어떤 관심이나 배려가 없어도 ‘혼자 알아서 잘 살아야지’라고 다짐합니다.”(장년 1인 가구, 박민주 클라라씨)
1인 가구 1000만 시대
1인 가구 1000만 시대가 도래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1인 세대 수가 1000만 세대를 돌파했다. 올해 2월에는 1인 가구 수도 998만 명을 기록했다. 1인 가구는 한 명이 사는 집, 1인 세대는 주민등록부에 한 명이 등재된 가정을 말한다. 학업·직장·가정 상황 등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우리 사회에서 ‘나 혼자 사는’ 사람이 5명 중 1명에 이른다는 얘기다.
통계청 자료에 따른 1인 가구 증가현황을 보면, 1985년 1인 가구는 6.9였지만, 2022년 34.5로 증가했다. 세 집 건너 한 집 꼴이다. 2022년 기준 연령대별 1인 가구 비중은 29세 이하가 19.2로 가장 높고, 70세 이상이 18.6로 뒤를 이었다. 30~39세는 17.3, 60~69세는 16.7를 차지한다. 즉 1인 가구는 세대별로 고르게 분포돼 있다.
1인 가구는 말한다 “공동체가 필요해”
1인 가구 증가로 사회의 소비 패턴과 주거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 1인용 배달 음식은 물론, 혼밥 식당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 1인가구지원센터를 통해 일상생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인 가구의 관심사와 특성을 반영한 여가·문화·체험·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정서적 고립감을 해소해주고 있다.
우리 사회의 1인 가구 유형은 청년·중장년·고령으로 나뉜다. 이어 자발적·비자발적 1인 가구인지, 한시적인지 지속적인지에 따라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1인 가구의 삶은 생애 주기에서 고정적이지 않다는 게 특성이다. 누구나 언제든 인생의 어떤 시기에는 1인 가구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서울연구원 도시모니터링센터장 변미리(가타리나) 박사는 「한국 천주교회 코로나19 팬데믹 사목 백서」에서 1인 가구의 급증 요소로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가부장적 문화 △젊은 세대의 결혼관 변화에 따른 비혼과 만혼 등을 꼽는다. 변 박사는 “가족 구조 자체의 변화로서 이혼·별거 등 경제적 빈곤함에 기인한 가족 해체, 교육 문제와 결부된 기러기 가족이나 직업적인 이유로서의 별거 가족의 증가, 고령화에 따른 고령 독신 가구의 증가 등이 다른 한 축을 차지한다”고 진단했다.
1인 가구가 공통으로 겪는 문제는 ‘정서적 고립과 사회적 빈곤’이 주를 이룬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박민주(클라라, 58)씨는 “1인 가구이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는 게 쉽지 않고, 이혼이나 별거 등으로 혼자 사는 이들은 교회 안에서 더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서 “주보에 올라와 있는 외짝 교우 모집, 첫 영성체, 유아세례 등 소식들을 보면 나는 울타리 밖의 사람이라고 느낀다”고 밝혔다.
20년 넘게 냉담 중인 김마르타(53)씨는 “1인 가구로 살면서 동네 친구를 사귀기 위해 구청이 운영하는 요리 수업에 참여하고 합창단원 활동도 하고 있다”면서 “중장년은 심리적으로 의지할만한 공동체가 필요한 나이임에도 혼자 성당을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청년 1인 가구 임지혜(마리아, 22)씨는 “새내기 대학생 시절 혼자 서울로 와서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풍성했지만, 굉장히 외롭고 홀로 신앙생활을 굳건히 이어가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임씨는 “대학교 내에 있는 가톨릭 학생회를 찾아 가입했고, 지금은 회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애정을 쏟고 있다”면서 “이곳을 통해 매번 공동체의 힘을 깨닫곤 한다”고 밝혔다.
‘나 홀로 삶’을 바라보는 교회의 시선
교회의 사목 구조 안에서는 1인 가구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교회는 ‘혼인과 출산’에 중점을 두고,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가족 형태 중심의 가정 사목에 방점을 찍어왔기 때문이다. 즉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신자 가정을 ‘정상 가정’으로 규정해 이 범주에 들지 못하면 결손 상황에 처해있다고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는 지적이다. 주교회의 산하 위원회의 담화문, 교구 주보 등 교회 내 소식지에서도 ‘1인 가구’를 명확하게 명시한 문구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우리는 생애사 전체를 지나면서 어떤 형태로든 1인 가구로 살아갈 수밖에 없으며, 우리 사회에서 빠르게 증가한 1인 가구도 스스로 선택한 삶이라기보다 어쩔 수 없는 외부 조건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1인 가구화된 사람들이다. 우리 사회에서 세 가구 중 한 가구가 1인 가구로 살아갈 만큼 증가했지만 ‘혼자 사는 사람들’을 향한 비정상성에 대한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한국 천주교회 코로나19 팬데믹 사목 백서」 -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사목 전망’ 중)
올해 2월 ‘1인 가구에 대한 교회론적 고찰’을 주제로 석사학위 논문을 발표한 김승건(광주대교구) 신부는 교회는 ‘예수·마리아·요셉’이라는 성가정 모델을 바탕으로 부모와 자녀가 있는 가정을 ‘정상 가정’으로 규정하고, 1인 가구 증가의 주된 이유를 젊은층의 비혼 현상으로 이해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교회가 이처럼 1인 가구를 바람직하지 못한 가정 형태로 바라보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한국의 청년 1인 가구에 대한 사목신학적 고찰’을 주제로 석사학위 논문을 발표한 서찬석(대구대교구) 신부도 논문에서 “그리스도교적 의미의 독신은 하느님 나라를 위한 철저한 자기 봉헌을 위해 결혼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교회의 가르침은 독신자로 살아가는 성소(사제·수도자·재속회원·동정녀 등)와 혼인을 성소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이들로 구분할 따름”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서 신부는 “교회 가르침 안에서 청년 1인 가구에 대한 명확한 신원 규명이 어려웠던 것은 교회가 가정 공동체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혼인을 미루거나 거부하는 청년의 수가 늘어나는 상황 안에서 가정 공동체 형성의 어려움은 사회뿐만 아니라 교회의 위기로 다가오는 상황”이라며 “청년 1인 가구에 대한 사목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밝혔다.
김승건 신부는 1인 가구를 우리 시대의 새로운 가난한 이들로 바라봐야 한다고 제안한다. 김 신부는 논문에서 “교회는 ‘1인 가구’를 우리 시대의 가난한 이들로 새롭게 인식하고 이에 따른 사목적·신학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신부는 “교회의 사목 체계 안에서 ‘1인 가구’ 신자 대상 사목은 ‘노인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병자성사 방문이나 빈첸시오회 등 자선활동 정도로 한정 지을 수 있다”면서 “1인 가구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청년 1인 가구나 중장년 1인 가구를 어떻게 만날 것인가에 대한 교회 내 고민의 흔적은 찾기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1인 가구 사목은 왜 필요한가
2022년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과 서울대교구 상봉동본당·우리신학연구소가 청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인 가구로 살아가는 청년들은 정서적 안정과 관계망 형성을 위한 프로그램 및 공간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1인 가구 사목방안’ 주제의 세미나발제자들은 이같은 조사 결과가 1인 가구의 불안정한 상황과 고립감이 반영된 결과임에 공감했다.
이처럼 1인 가구는 혼자 살고 있어도 연대와 연결을 원한다. 교회 안에서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신앙 안에서 정서적인 지지와 공감을 원하는 것이다. 김승건 신부는 논문에서 “교회는 공동체적 관계의 회복을 위해 1인 가구가 처한 ‘홀로 있음’을 공감하고 정서적으로 지지하는 사목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라며 교회는 신앙의 영역에서만큼은 ‘홀로’가 아닌 공동체의 형제·자매가 되어 친교와 유대를 이끌어내자고 제안했다.
청년 1인 가구 임지혜씨는 “왜 그 형제와 자매가 1인 가구로 살 수밖에 없는지, 1인 가구로 힘든 점은 없는지 그 사람만의 삶의 이야기를 알아야 한다”면서 “교회가 1인 가구를 보듬는첫걸음은 1인 가구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교회가 1인 가구끼리 교류하는 하는 장을 만들어 이들을 불러내야 한다”면서 “혼자 살아가는 이들도 그리스도인으로서 사랑을 실천하며 서로 섬기고 연대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이준태 수습기자 ouioui@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