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신부(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장, 서울대교구 상봉동본당 주임)
“성당에 오는 사람들의 40 가까이가 혼자 사는 1인 가구입니다. 1인 가구 비율이 2023년에 34.5였는데, 성당에는 고령 신자가 많아서 1인 가구는 더 많을 겁니다. 1인 가구가 이렇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가 없다는 것은 모순입니다.”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장 김민수(서울대교구 상봉동본당 주임) 신부는 “전통적으로 교회의 사목은 부모와 자녀가 있는 정상 가정에만 초점을 맞춰왔다”면서 “지금부터라도 1인 가구 사목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개발해 본당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신부는 “가톨릭교회가 오랫동안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정상 가족을 중심으로 사목해왔기에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교회는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1인 가구 밀집지역에서 사목하고 있는 김 신부는 “상봉동은 아파트가 아닌 오피스텔이 밀집되어 있고, 청년 주택이 상당히 많은 곳”이라며 “지금도 1인 가구 청년들이 유입되고 있고, 밤이면 이 거리가 청년들로 불야성을 이룬다”고 설명했다.
김 신부는 오랫동안 1인 가구에 사목적 대안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은 2021년 ‘1인 가구 시대, 교회의 사목적 대응과 전망’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고, 2022년에는 청년 1인 가구 25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당시 24.9가 정서 지원 프로그램을 원한다고 응답했고, 모임 및 휴게공간·인적 교류 프로그램 등이 뒤를 이었다.
김 신부는 “본당에서 가족·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피정이나 캠프를 진행하고, 미사 때에도 부모와 자녀가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만 강론하면 혼자 사는 사람들은 소외된다”며 “교회가 많은 부분에 있어 1인 가구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인주의가 만연해있고, 이제는 의무적인 공동체를 기피하는 현상마저 드러나고 있습니다. 자신의 취향과 취미에 따라 느슨한 연대를 원하는 거죠.”
김 신부는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1인 가구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고립'' 때문에 외로움을 느끼고, 우울증 같은 정신적 문제를 겪기도 한다”면서 “교회가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다양한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1인 가구 시대에 공동체 의식은 중요합니다. 연대해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지요. 그러나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할머니·할아버지가 함께 살던 대가족으로 복귀할 순 없습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시대에 맞는 교회 공동체가 필요한 것이죠. 진리와 복음은 변함이 없지만, 교회의 문화는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합니다.”
김 신부는 “1인 가구로 살아가는 이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다각도로 접근해 다양한 방법으로 도움을 줘야 한다”면서 “교회는 사회 변화상과 시대적 징표를 읽어내 항상 누구든 환영하고 환대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