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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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들이 공동체 이루며 성령의 소리 듣고 이웃의 말을 더 경청하길”

유흥식 추기경 특별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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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

한국 교회 소통 부족, 복음을 살 때 극복 가능
하느님 말씀 잘 듣고 들은 것 생활로 옮겨야
복음을 산다는 건 이웃 생각하고 사랑하는 것

기쁘게 사는 사제는 늘 공동체 이루고 살아
기쁨은 나눠서 더 크게, 고통은 나눠서 더 작게
살아 숨 쉬는 복음적 공동체 만드는 게 목표

세계청년대회의 꽃 ‘홈스테이·폐막 미사·밤샘기도’
홈스테이로 사랑·도움 주고받는 체험 많이 했으면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은 최근 휴가차 한 달여 동안 방한했다. 유 추기경은 휴가 막바지인 22일 cpbc 본사를 찾아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성직자부 장관으로서 저는 전 세계 사제들을 위한 봉사자이며 그들을 위한 변호사”라며 “사제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성령의 소리를 듣고, 이웃의 말을 더욱 경청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느님 백성 모두가 함께 걷는 시노드 교회를 이루는 데 특히 중요한 사목자들의 역할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아울러 유 추기경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의 성공적 개최와 시복시성 등 한국 교회의 다양한 현안에 대해서도 애정이 가득 담긴 의견을 두루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리=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 1년 만에 휴가차 다시 한국을 찾으셨습니다.

“휴가 오는 날 오전에 고해성사를 봤습니다. 고해 사제께서 잘 쉬고 오라고 하셨죠. ‘그렇게 하겠습니다’ 했는데 와서 보니 많은 분이 저를 만나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저를 만나자고 하실 때 기꺼이 응하고자 노력했지만, 시간이 부족해 제대로 인사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휴가 동안 많은 분을 만났고, 특히 헌신적인 착한 목자로 사는 사제들의 삶을 들을 때는 기뻤습니다.”



- 장관으로 임명되신지도 3년이 넘었습니다.

“전 세계 사제 수가 43만 명 정도 됩니다. 부제·종신 부제·신학생·예비신학생까지 저희 성직자부가 관심 갖고 지원해야 할 분들입니다. 전 세계 사제들이 제 상관이고, 저는 그분들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입니다. 그분들이 없으면 제가 있을 수 없습니다.”



- 지난 4월 말 로마에서 ‘본당 사제 국제모임’이 열렸습니다.

“지난해 10월 시노드 정기총회 제1회기를 돌아보며 의문이 들었던 것이 시노드 교회를 건설하려면 본당 신부님이 참여해야 하는데, 지난 정기총회 참가자 가운데 본당 사제는 극소수였습니다. 구멍이 하나 뻥 뚫려 있었던 거죠. 그래서 지난 2월부터 본당 사제 국제모임 준비에 돌입해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님 주관으로 ‘본당 사제 국제모임’을 마련했습니다. 더 큰 시노드 교회를 건설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었죠.”



- 본당 사제 국제모임의 결실은 어땠습니까?

“교구와 본당 등 지역교회에서 실제로 시노드 삶을 살지 않는다면, 시노드 교회 건설은 매우 어렵습니다. 세계 본당 사목자 210여 명이 시노드 정신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모임은 본당 사제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대화로 시간이 갈수록 분위기가 고조되고 아름다웠습니다.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전 세계 본당 사제들에게 띄우는 편지를 써주셨습니다. 교황님께서 큰 사랑으로 본당 사제들을 직접 격려하고 힘을 주심을 본당 사제들이 깊이 느꼈습니다.”



- 한국 교회에 시노드 정신이 더욱 확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국 교회는 평신도가 복음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여 복음이 선포된 아름다운 역사를 지닌 교회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복음을 위해 생명까지 바쳤던 우리 평신도들이 사제들 앞에서 수동적으로 변화되었음을 느낍니다. 물론 사제에 대한 존중과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지요. 조심스럽지만, 유교 문화에서 직분이 높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 앞에서 순종하는 문화가 있는데 이게 우리 교회에도 뿌리내린 게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교회 내 위와 아래의 소통 부족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결국 이는 복음을 살 때에 극복할 수 있습니다. 특히 경청이 중요합니다. 잘 듣는다는 것은 하느님 말씀을 잘 듣는다는 것이고, 잘 들은 것을 생활로 옮겨야 해요. 이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교회의 모습이고, 교황님이 말씀하시는 시노드 교회입니다. 바로 교회의 본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 본당 사제 국제모임에 참가한 한국 교회 사제들이 국내에서도 본당 사제 모임을 이어가고자 계획 중입니다.

“우리가 만날 때에는 하느님을 중심으로 만나야 합니다. 말씀 중심으로 만나는 것이죠. 다른 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성령 안에서의 대화’, 즉 성령을 통해 돌아보고 친교를 나누는 것입니다. 사제들도 서로 말씀을 더 깊게 연구하고 공부하고, 만나서 서로 깊이 들으면 더 좋은 친교를 나눌 수 있거든요. 더불어 우리 모두는 세례성사를 통해 태어난 똑같은 형제자매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말씀을 받아들이고 살 때 모두가 내 형제자매가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성인 가운데 시노드 정신을 잘 실천했던 사례가 있다면요?

“성인은 그 시대에 복음 말씀을 가장 잘 살았던 사람들입니다. 당시 시노드라는 말을 쓰진 않았지만, 누구보다 시노드 정신을 실천하며 사신 분들이 성인들입니다. 최경환 성인의 경우, 시장에 물건을 사러 가면 남들과 달리 시원찮은 것만 골라 사왔다고 합니다. ‘왜 좋은 것을 사오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제일 좋은 것을 내가 먼저 사버리면 상인이 나중에 시원찮은 물건을 제대로 팔 수 있겠느냐’고 하셨답니다. 복음을 산다는 것은 이처럼 이웃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거예요. 가장 먼저 경청하고, 하느님 말씀을 잘 듣고, 생활로 실천하며 성령 안에 이러한 관계를 이루며 사는 것. 이것이 시노드 정신입니다.”



- 시노드 정신을 더욱 확산하기 위해 성직자부가 계획 중인 사안이 있다면요?

“오는 10월 시노드 정기총회 제2회기가 끝나면 교황님께서 모든 의견을 모아 적당한 시기에 시노드 문헌을 발표하실 겁니다. 하지만 시노드는 교황님 문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노드 삶을 새롭게 시작하는 출발점입니다. 특히 성직자부는 사제 공동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쁘게 사는 사제는 혼자 살지 않습니다. 늘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요. 주교님들께도 가능하면 사제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십사 당부하고 있습니다. 기쁨은 나눠서 더 크게 만들고, 고통과 어려움은 나눠서 더 작게 만드는 살아 숨 쉬는 복음적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 교황청이 바라보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향한 기대가 있다면요?

“저도 앞서 네 차례 세계청년대회에 젊은이들과 참여하면서 그들과 친구가 되고 그들을 이해하는 소중한 체험을 했습니다. 세계청년대회의 꽃은 ‘가정 홈스테이’와 ‘폐막 미사’, 그리고 ‘폐막 미사 전 밤샘기도’입니다. 예수님이라는 이름 하나를 바라보고 대륙을 건너온 이들이 다른 나라 형제자매의 집을 방문해 사랑과 도움을 주고받는 것은 큰 감동입니다. 우리도 가능하면 각 교구에서 더 많은 이가 홈스테이를 통해 그런 체험을 하도록 해줘야 합니다. 교구 대회에서 이뤄지는 홈스테이에서의 감동이 본 대회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교황님과의 폐막 미사 전 밤샘기도와 폐막 미사입니다. 밤새 수백만에 달하는 젊은이가 기도하고, 예수님 안에 많은 이가 모인 것으로 큰 감동을 줍니다. 대회를 통해 새로운 사제·수도 성소를 발견하거나 세상을 위해 평생 봉사하겠다는 이들이 많이 나타납니다. 이것이 세계에서 가장 큰 젊은이 행사인 세계청년대회가 지닌 장점입니다.

아울러 서울 세계청년대회가 한국 교회가 더 복음적인 교회로 변화될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용기와 힘을 선사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합니다. 한반도는 어느 지역보다 평화를 간구하고 있습니다. 남북으로 갈라진 불행한 모습은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평화의 중요성과 긴급성을 잘 이해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교회에 젊은이들이 없다고만 할 게 아니라 찾아 나서야 합니다. 이를 위해 주교님들 사이에, 신부님들과 수도자들·젊은이 평신도 사이에 정말 더 많은 대화와 친교가 필요합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가만히 앉아있는 게 아니에요. 도전해야 합니다. 성령은 오늘의 교회와 인류를 위해 새로운 걸 항상 주시기에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넓은 마음,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 끝으로 한국 교회가 가경자 최양업 신부님을 비롯한 주교와 사제들의 시복시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양업 신부님 시복은 세계청년대회 전에 이뤄지기를 개인적으로 간절히 기도하고 있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계청년대회를 위한 기도와 가경자 최양업 신부님의 시복을 위해 함께 기도하는 것도 좋은 길이라 생각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건강을 위해 계속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또 부족한 저를 위해서도 많은 기도를 부탁합니다. 고맙습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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