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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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러니 생태계 죽어가네…아이러니한 기후대응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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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해창갯벌 밤에 와서 보니/갯내음이 예전 같지 않다/온갖 것들이 와 죽는 거대한 무덤… 동진강과 만경강의 물이 만나 밤새도록 울고 있다.’(이승하 시인 ‘해창갯벌에 와서 바다를 보며’ 중에서) 물결이 멈춘 강에 선 시인은 자연의 울부짖음을 떠올렸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멈출 수밖에 없는 강은 시인의 말처럼 울음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그곳의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자리를 잃어야 하는 자연이 인간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새만금 갯벌과 4대강 현장이 그 대답을 대신하고 있다.




환경 단체, 댐 신설 계획 철회 촉구
교회도 강물 흐름 막는 개발 반대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하느님의 섭리”



■ 기후대응댐 건설에 담수 생태계 파괴 우려


환경부는 7월 10일 기후대응댐 후보지(안) 14곳을 발표했다. 기후위기로 인한 극한 홍수와 가뭄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국가 전략산업의 미래 용수 수요 등을 뒷받침하기 위해 댐 건설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기후대응댐 후보지(안)는 다목적댐 3곳, 홍수조절댐 7곳, 용수전용댐 4곳으로, 권역별로는 한강권역 4곳, 낙동강권역 6곳, 금강권역 1곳, 영산강·섬진강권역 3곳이다.


한강권역에는 강원 양구군 수입천 다목적댐 등 4곳, 낙동강권역은 경북 예천군 용두천 홍수조절댐 등 6곳, 금강권역은 충남 청양군 지천 다목적댐 1곳, 영산강·섬진강권역에는 전남 화순군 동복천 용수전용댐 등 3곳을 발표했다.


신규 댐 건설 계획이 발표되자 환경 시민 단체는 “댐은 기후 대응이 될 수 없다”며 규탄하고 나섰다.


경기남부하천유역네트워크, 남한강도민회의,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금강유역환경회의, 낙동강네트워크, 영산강살리기네트워크), 섬진강유역환경협의회, 한국환경회의는 8월 1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댐 신설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환경부의 주장과는 달리 그간의 홍수 피해는 제방의 관리 부실과 과도한 하천 공간 활용, 내수 배제 불량이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받아 왔으며, 용수 부족의 근거가 되는 분석 결과가 서로 상충하여 그 진위마저 의심스러운 등 환경부의 계획은 댐 건설의 목적인 홍수·가뭄의 원인 진단부터 잘못된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또 “세계적으로 담수 생태계의 붕괴가 다른 서식처보다 기후위기에 취약한 것으로 밝혀진 상황에서, 환경부는 기후위기를 대응한다며 댐 건설로 하천 생태계를 파괴하려는 계획을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계획에 따라 예정지로 선정된 양구의 수입천댐 상류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열목어의 국내 최대 서식지로, 수입천댐이 지어질 경우 수몰되어 서식처를 온전히 유지하기 어려울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흐르는 강물은 하느님의 섭리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강물은 흘러야 한다”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이다. 교회는 4대강 개발부터 시작해 새만금 개발과 금강 세종보 재가동 등 강물의 흐름을 막는 개발 논리에 반대 목소리를 높여 왔다.


2010년 3월에 한국 주교단 이름으로 발표한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지금까지 다 함께 탄식하며 진통을 겪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로마 8,22) 성명에서 4대강 개발을 반대한다고 밝혔던 교회는 2018년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를 꾸려 4대강 환경성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교회가 4대강 반대에 목소리를 높인 이유는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보존하고 생명 존엄성에 대한 존중을 실천하려는 의도다. 아울러 경제 우선주의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죽음의 문화’를 고발하고 개선하기 위한 예언자적 소명도 이러한 실천에 힘을 실었다.


하느님의 섭리대로 흐르지 못하는 강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세종보 재가동이 논의되고 있는 금강 유역에서 5월 9일 미사를 봉헌한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김대건 베드로 신부)는 “세종보 재가동 중단 및 물정책 정상화”를 촉구했다. 김대건(베드로) 신부는 이날 환경단체 농성장을 찾아 “세종보를 담수하는 것보다 개방하거나 철거하는 게 하느님의 창조세계를 지키는 일”이라며 “사람 중심으로 생각해서 자연을 개발하고 파괴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전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길성환 베드로 신부)도 7월 22일 새만금 상시 해수 유통을 촉구하는 월요미사를 시작했다. 교구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는 강론에서 “우리 신앙인의 관점에서 새만금 문제는 정치와 경제를 떠나 무엇보다도 윤리적이고 종교적인 사안”이라며 “2006년 완성된 방조제로 인해 엄청난 규모의 값진 갯벌 사라졌으며 그곳에 서식하는 많은 야생 생물과 철새들이 보금자리 잃었고, 담수의 물이 심각하게 썩어가 인근 어민은 악취와 오염으로 큰 고통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당장의 경제적 이익에만 초점을 맞추는 근시안적 태도를 멀리하고 서로 어우러져서 존중하고 나누며 사는 삶이 진정한 발전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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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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