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을 더 깊이 알고 싶다는 갈망으로 영적 독서에 빠져드는 청년이 많다. 주님께서 인간에게 당신을 이해할 수 있도록 주신 선물 ‘이성’의 빛을 따라 청년들은 책 속에서 영적 자유로움을 발견한다. 하지만 묵상을 삶에 녹여내는 과정은 개인에게 달려있고, 독서 시간과 장소를 벗어날수록 그 의미도 퇴색한다.
살레시오회 영성을 따라 살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움직임 ‘살레시오청소년운동’(지도 성하윤 도미니코 사비오 신부) 그룹 중 하나인 청년신앙연구회(회장 허은빈 마르시아, 이하 청신연)는 함께 영적 독서와 나눔을 하고 그에 따른 사회참여로 머리(지성)와 가슴(실천)이 하나 되는 영적 독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읽고 나눈 글로부터 사랑의 의미를 체화하고, 그 결과를 직접 목격함으로써 신앙적 독서를 의미 있는 것으로 완성해 내는 청신연을 소개한다.
■ 중요한 것은 사회참여
청신연은 신앙에 관련된 책이나 말씀을 읽고, 서로 읽은 바를 나누고 공부하며, 나눔으로 깨달은 것들을 바탕으로 사회참여를 펼치는 그룹으로 2008년 결성됐다. 함께 책을 선정해 매주 정해진 분량을 읽고, 주 1회 평일에 온라인으로 만나 나눔을 한다. 어려운 책일 경우 회원들이 돌아가며 요약하고 발표한다. 이후 동반 사제에게 모르는 점을 질문하거나 깨달은 점을 나눈다.
주일에는 동반 사제가 주례하는 미사에 참례하고, 6호 보호처분을 받은 남자 청소년들이 머무는 돈보스코청소년센터 아이들과 다양한 활동을 한다. 아이들과 함께 운동을 하기도 하고, 한강이나 공원 등 함께 외출해 시간을 보낸다. 가정환경이 좋지 못하고 나쁜 어른이 더 익숙한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리스도인의 향기를 전한다.
살레시오회 영성다운 사회참여를 즉각적으로, 옆의 청년들과 함께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 다른 독서 모임들과의 차이다. 삶의 구체적 현실과 만나지 못하면 겉돌 수도 있는 앎이, 가난하고 버림받은 이들과 함께하며 그들을 위해 행동하는 요한 보스코 성인의 영성으로 실체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 특별한 경험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결정적으로 신앙을 키우는 데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은 회원 모두가 입을 모으는 청신연만의 매력이다. 허은빈 회장은 “책에서 느낀 예수님의 숨결이, 매주 아이들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그분이 진짜로 들이쉬고 내쉬는 움직임으로 울려 퍼진다”고 고백했다.
“공부한 바를 기억에 훨씬 잘 남게 하는 것은 바로 실천임을 여실히 느낀다”는 허 회장은 “또 그를 청년들끼리 또 나누면서 독서 및 나눔→실천→나눔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눔을 통해 내가 사랑받는 존재라는 점도 알게 되고, 사랑받는 경험의 행복함을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것, 그것이 결국 신앙적 독서의 완성이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앙 서적 읽으며 영성 나누고
청소년센터에서 봉사활동 매진
사회 나아가 사랑 전했던
요한 보스코 성인 영성 실천
■ 나눔의 유익함
청신연은 유익한 영적 나눔에 기여할 수 있는 폭넓은 책을 선정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성경 관련 서적, 살레시안(Salesian)으로서 한 해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내용이 담긴 ‘살레시오 가족 생활지표 해설서’ 등 다양한 책을 읽는다. 회원들이 각자 읽고 싶었던 책들, 이 시점 자신들에게 필요한 책이 무엇인지 얘기해 보고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최근에는 돈보스코청소년센터 활동을 더욱 심도 있게 하고 싶은 마음에 ‘돈보스코 오라토리오’(오갈 데 없는 청소년들을 위해 요한 보스코 성인이 마련해 준 교육 공간, 또 그 교육 정신과 방법론을 총칭하는 말)에 관련된 서적을 함께 읽고 나눴다.
직업과 나이가 다양한 청년들이 함께 나눔을 하기에, 저마다 다양한 삶의 카리스마가 일상에서 발현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는 점은 회원들이 손꼽는 가장 감사한 점이다. 똑같은 부분을 읽었는데도 각각 다른 부분에서 감동하고, 그 말씀을 본인의 삶에 녹아낸 나눔을 하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레 자기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고 반성해야 할 점이 있는지 찾아보게 된다. 한 주 동안 삶 속 십자가를 짊어지고 살아가며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나누고, 청년들 앞에서 다짐하노라면 앞으로의 한 주를 준비하는 자세를 다잡게 된다는 것이다.
김예은(율리아 빌리아르) 회원은 “글을 읽고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는 과정에는 한 사람의 삶과 행적이 묻어나기 마련”이라며 “자신만의 해석과 고민 등을 서로 나누는 포맷으로 운영되다 보니 자연스레, 빠르게 끈끈한 친교가 생겼다”고 말했다.
또 “사회참여를 병행하면서는 그동안 서로 나누며 성숙하게 키운 신앙이 아이들에게 희망의 씨앗으로 뿌려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자기 행동을 성찰하고 반성한 후에 아이들을 만나기에, 보다 성숙한 자세로 아이들과 동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씀으로 정화하고, 아이들로 에너지를 얻는다”는 그의 표현대로다.
■ 실천하는 기쁨
청신연의 ‘함께하는’ 사회참여는 돈보스코청소년센터 아이들과의 활동이 주를 이룬다. 아이들과의 ‘라포르’(믿음의 관계) 형성에 걸리는 시간이 가장 적고, 또한 깊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평일에 센터에서 아이들의 검정고시 준비를 도와주거나,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을 돌봐주거나, 학교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등 각자의 삶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양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각자의 삶에서도 사회참여를 계속하는 이유는 모종의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머리(지성)로 닿은 사랑에 가슴(실천)이 따라붙었을 때 솟는 기쁨 때문이다.
한 회원은 센터 아이의 견진성사 대부가 돼 많은 대화를 나누는 중 올해 살레시오회 생활지표해설서의 내용을 가슴 깊이 깨달았다. 9살의 요한 보스코 성인에게 “주먹다짐으로 하지 말고 온유와 사랑으로 아이들을 네 친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성모님 말씀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였다. 아이에게 “그동안 주먹다짐, 폭력에 에너지를 썼다면 이제는 그 에너지를 남을 위하는 데 써보라”고 얘기해주는 과정에서 벅찬 감정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개인마다 성향이 다르기에 어떤 부분에서는 실천이나 나눔이 어려울 때도 있다. 하지만 회원들은 “혼자 시도하기 어려운 상황을 마주했을 때, 옆에 있는 신부, 수사, 청년들과 함께하며 용기를 가지고 시도할 수 있다”고, “이러한 시도 끝에 실천하는 나눔과 사회참여기에 우리에게 더욱 값지다”고 고백한다. 그 경험이 다시금 의지를 고무시키고,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을 키우며, 또 다른 나눔과 실천을 시작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성하윤 신부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책을 읽고 사회참여를 하는 것은 회원들이 가족정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요한 보스코 성인의 카리스마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천으로 책 너머의 영성을 실현하고 싶은 청년이라면 누구나 환영한다”고 전했다.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