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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찬미받으소서」가 길을 비추다

신성근 신부(청주교구, 산림교육전문가·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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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어느 날 우연히 들꽃과 눈이 마주쳤다. 작은 꽃인데 따로인 듯하면서도 모여 있어 소담스러웠다. 그저 마음을 온전히 빼앗겼다. 그때부터 정원을 ‘가꾸고 돌보는 일’(가드닝 : gardening)은 시작됐다. 본당을 이동하면 먼저 하는 일이 야생화 심을 궁리였다. 인터넷 환경이 좋을 때가 아니었기에, 하나하나 식물도감을 찾아가며 익혔다. 인건비를 아끼고자 소나무 전지하는 방법도 어깨 너머 배웠다. 어설프게 전지한 탓에 애꿎은 나무도 여러 그루 고사시켰다.

자연을 ‘가꾸고 돌보는 일’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은 갈수록 깊어만 갔다. 그런데 어느 날 빛이 비쳤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찬미받으소서」라는 회칙을 발표하셨다. ‘기후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환경백서’다. 읽고 또 읽었다. “성경 구절은 우리가 세상이라는 정원을 ‘일구고 돌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하는 것입니다(창세 2,15 참조) ‘일구다’라는 말은 밭을 경작하고 갈거나 밭일을 한다는 뜻이고, ‘돌보다’라는 말은 보살피고 보호하며, 감독하고 보존한다는 의미입니다.”(67항)

그리고 “환경에 대한 책임 교육은 환경 보호에 직접적이고 중요한 영향을 주는 다양한 행동을 고무할 수 있습니다.”(211항) 이에 자연환경을 보전할 수 있는 일들을 신자들에게 강조했다. 가는 본당마다 분리배출 공간을 마련하고, 음식은 먹을 만큼만 하라고 권했다. 일회용품도 모두 치웠다. 교우들은 처음에는 불편해했지만, 갈수록 익숙해지며 실천하였다. 더불어 성당 주변의 나무와 가까운 숲이 얼마나 소중한 선물인지 깨달을 수 있도록 안내했다.

이제 37년간의 일선 사목을 내려놓고, 회칙 내용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방법을 찾았다. 하느님께서 “자연을 돌보는 일은, 더불어 사는 삶과 친교의 능력을 포함하는 생활 양식의 일부”(228항)가 되도록 숲으로 안내하셨다. 바로 산림교육전문가 곧 숲 해설가의 길이다.


신성근 신부(청주교구, 산림교육전문가·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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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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