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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세계 정치의 양극단화와 교회의 사회적 역할 (박태균 가브리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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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 대한 암살미수 사건, 민주당 후보 교체 등으로 전 세계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가 김정은과 다시 만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한국으로서는 당연히 미국 대선 결과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이와 동시에 주요 국가에서의 선거 역시 주목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6월 30일부터 일주일간 시행된 프랑스 총선에서 여당이 원내 2당으로 추락하고, 범 좌파연합인 신 인민전선이 제1당, 극우세력인 국민연합이 여당과 25석 차이밖에 나지 않는 제3당이 되었다.

프랑스 총선의 결과는 우선 프랑스 정부 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변화하는 프랑스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마크롱 정부의 프랑스는 구매력 평가지수로 계산한 국민총생산에서 세계 20위권 이하로 떨어졌다. 게다가 시위가 계속되면서 사회적 치안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졌다.

이처럼 경제적·사회적으로 불안한 상황에서 합리적 보수를 이끌어갈 지도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과거 드골이나 시라크 대통령 같이 극우부터 온건 좌파까지를 모두 흡수할 수 있는 지도력이 부재하다. 여기에 더해 오랜 기간 지속된 우파 정부의 문제는 새로운 좌파연합이 원내 다수당이 될 기회를 부여했다.

프랑스보다 더 큰 변화는 영국에서 일어났다. 7월 초 실시된 총선에서 노동당이 압승하면서 14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다. 노동당은 전체 의석의 63에 달하는 412석을 차지한 반면, 보수당 의석은 20를 밑돌았다.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브렉시트)하면서 경기가 침체되고, 공공의료를 비롯한 공공재의 전반적인 악화, 이민자의 증가 등으로 보수당의 패배는 예견된 것이었지만, 이 정도로 참패하리라곤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노동당은 경제회복과 동시에 공공재 확대와 난민 문제 해결이라는 서로 충돌하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난제에 부딪혀 있다.

프랑스와 영국의 변화는 한국에게 멀게 느껴진다. 그러나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갖고 있는 동맹체제 NATO의 두 축인 영국과 프랑스의 변화가 한국에 주는 의미는 적지 않다. 양국 모두 여당의 패배는 자국 내 경제안보의 강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는 일본이 최근 경제안보를 강화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안보는 미국에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더해 주목해야 할 것은 극단적 정치세력들에 대한 지지가 더 커지면서 사회적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어쩌면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의 확산으로 예상되었던 결과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다. 국내 정치의 극단화는 대외 정치에서 갈등을 유발한다. 제2차 세계 대전은 그 대표적 사례였다.

영국과 프랑스의 선거 결과는 합리적 정치인들이 설 수 있는 기반이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한국 사회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무한경쟁 사회 속에서 사회통합과 공공재 재건을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이러한 국내외적 변화는 앞으로 교회의 사회적 역할에도 중요한 의미를 시사하고 있다.





박태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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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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