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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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 사목자로서 고충과 애환 나누며 성령 안에서 일치 체험

시노드를 위한 한국 교회 본당 사제 모임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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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칠곡군 왜관읍 성 베네딕도 문화영성센터에서 열린 ‘시노드를 위한 한국 교회 본당 사제 모임’에서 노우재 신부가 옥현진 대주교와 장신호 주교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시노드의 목적은 우리가 이루라고 부름 받은 교회에 대한 꿈을 꾸도록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그들의 희망이 꽃피게 하며, 신뢰를 증진하고, 상처를 감싸 매며, 새롭고 더 깊은 관계를 만들어내고, 서로에게서 배우며, 다리를 놓고, 생각을 밝히며, 마음에 온기를 주고, 공동 사명을 수행할 우리 손의 힘을 다시 북돋는 것입니다.”(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편람」 참조)

2~4일 사흘 동안 성 베네딕도 문화영성센터에서 진행된 ‘시노드를 위한 한국 교회 본당 사제 모임’은 시노드의 방식으로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성령의 음성을 들으며 함께 대화·경청하며 식별해 나가는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교구별로 3명씩 참석한 사제들은 교구와 서품 연도가 달라 서로를 잘 모르는 채 시노드의 도구인 ‘성령 안에서의 대화’를 적극 활용했다. ‘본당 사제’라는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서로의 고충과 애환에도 귀를 열고 경청했다. 성찰과 위로·반성이 오갔다.
 
시노드를 위한 한국 교회 본당 사제 모임에서 사용된 모래시계. 사제들은 모래시계를 통해 대화를 독점하지 않고, 침묵하는 시간을 가졌다.

본당 사제들, 경청하는 용기와 겸손·묵상과 침묵을 청하다

“지난 4월 로마에서 열린 ‘본당 사제 국제 모임’에서 문화·지역적 배경이 다른 신부님들이 자신의 사목 경험에 대해 함께 대화하고 경청하고 기도하며 깊은 우애를 느낀 것은 경이로운 일이었습니다. 본당 신부로 살아가면 기쁜 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렵고 힘든 일도 생기기 마련인데 서로 공감하고 격려하고 이해하며 마음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사제들의 형제애를 선물로 받은 것입니다.”

국제 모임 후 시노드를 위한 한국 교회 본당 사제 모임을 준비한 노우재(부산교구 서동본당 주임) 대표 신부는 첫날, 사제 모임의 취지를 이같이 말했다. 노 신부는 “국제 모임에서 99개국의 지역·문화적 배경이 다른 신부님들이 영적 우정을 경험했다면, 문화와 언어가 같은 우리 신부님들이 만나는 이 자리에서 성령 안의 대화를 통해 얼마나 많은 영적 우정을 맺을지 마음이 설렌다”고 전했다.

5개 조로 나뉜 사제들은 3가지 주제를 놓고 성찰하고 나눴다. △본당과 교구의 삶 안에서 시노달리타스의 체험과 이해 △본당과 교구의 삶에 다양한 은사와 성소와 직무의 참여 △본당과 교구의 삶에서의 사명(Mission), 그리고 참여 기구를 위한 식별의 역동성 등이다.

로마 국제 모임에 참가했던 사제들은 한 조에 한 명씩 들어가 사제들의 묵상과 성찰, 대화와 나눔을 이끌었다. 조마다 테이블 위에는 모래시계가 놓였고, 3명의 사제가 발표한 후에는 2분 동안 묵상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사제들은 발언할 때마다 모래시계를 통해 정해진 시간에만 발표했다. 모래시계는 말을 독점하지 않기 위한 장치였다.
 
전국 16개 교구에서 모인 본당 사목자들이 조별로 그룹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노달리타스, 다양성 안에서 느낀 일치

사제들은 본당 사목자로서 느끼는 애환과 고충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본당 안에서 사목회와의 갈등, 사목회장 임명의 어려움뿐 아니라 교구와 본당 간 불신, 교구 사업 진행 시 본당이 교구 사업의 결과를 내는 하청업체로 치부되는 것에 대한 상처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한 사제는 성직자 중심주의에 대한 불편함도 드러냈다. 그는 “신부들이 (혼자) 결정하는 것을 신자들이 독선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신자들이 ‘신부님이 다 해주세요’라고 사제들에게 강하게 기대는 모습들이 있다”고 털어놨다.

마지막 날, 주교와의 만남 시간에는 광주대교구장 옥현진 대주교와 대구대교구 총대리 장신호 주교에게 종합 의견서 내용을 보고하고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사제들은 ‘교구 내 의사결정 과정이 시노달리타스 정신에 부합하는지’, ‘주교님들의 시노달리타스는 어느 정도 실현되었다고 생각하는지’ 등을 물었다.

옥 대주교는 “주교님들과 1년에 네 차례 영성 모임을 하고 성령 안에서 같이 대화하고 식별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서로 신뢰하고 도와주려는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한국을 다녀가신 후에 한 주교님이 영성 모임에서 ‘교구 사제들에게 쇄신하라고 그만 이야기하자, 우리가 먼저 쇄신하자’고 제안했다”며 “해마다 1월 1일에 주교님들이 한 해의 십일조를 모아 기금을 마련해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옥 대주교는 또 “교구장이 사목교서를 글로 멋있게 쓴다 한들, 본당 신부가 실현하지 않으면 사목교서는 한낱 종이에 불과하다”며 “그래서 함께 공유하고, 어떻게 적용해가야 할지 더욱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옥 대주교는 사제들이 주교와의 소통에서 벽을 느끼는 데 대한 질문에 “교구장 주교들은 사제들의 보호자이며, 사제들에게 어려움이 생기면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다”면서 “주교님들도 신부님들의 애환을 들어주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하며 위로도 받고 소통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느 사제에게 했던 중요한 말이 왜곡되거나 오해로 돌아와 결국 침묵하게 되는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주교로서 사제들과 소통하는 데 느끼는 인간적 어려움도 털어놨다.

옥 대주교는 “이제는 한국 교회가 시노달리타스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면서 “신부님들은 본당에 돌아가 신자들과 함께 걸어가는 하느님 백성의 대화가 이뤄지도록 적극 만들어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장신호 주교는 “교황청 경신성사부에서 회의를 하고 돌아왔는데, 그곳 회의 방식이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 걸 볼 수 있었다”면서 “혼자 40분 발언하셨던 이탈리아 주교님이 모래시계를 놓고 침묵하는 가운데 성령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다시 발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신부님들이 본당에 가시면 사목회의를 마무리할 때나 미사 중 영성체 후에나 성령께서 우리 공동체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경청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시노드를 위한 한국 교회 본당 사제 모임에서 아침 기도를 바치고 있는 사제들.
시노드를 위한 한국 교회 본당 사제 모임 마지막 날인 4일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대성전에서 옥현진 대주교 주례로 파견 미사가 봉헌되고 있다.

교구도, 연차도 다르지만 시노드 안에 하나

양윤성(청주교구 연수동본당 주임) 신부는 전체 종합 시간에 “시노달리타스를 새로운 방법론으로 접근하면 결과와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감이 생긴다”며 “시노달리타스는 교회가 살아가기 위한 본질이자 교회가 살아가는 배경이며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양 신부는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이뤄지는 관계를 시노달리타스적 사고로 풀어가고, 전반적인 환경과 문화의 변화를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지, 시스템적이고 방법론적으로 한정 짓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춘천교구 시노드 책임자 김도형(만천본당 주임) 신부는 “교구도 다르고 연차도 다른 사제들이 사목 현장에서의 다양한 체험을 공유, 경청하는 과정을 통해 같은 고민을 하고 공감하는 시간이 됐다”면서 “그것이 성령께서 주시는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임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참가 사제들은 설문조사에서 72.5가 시노드 정신에 따른 본당 사제 모임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응답했다. 또 사제 30명은 후속 모임이 마련된다면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또 시노드 정신을 체험해보지 못한 더 많은 사제가 참여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도행(서울대교구 성산2동본당 주임) 신부는 전체 나눔 시간에 “이번 모임의 조에서 서기를 맡아 신부님들 말씀을 놓치지 않으려고 귀 기울여 듣고 받아 적으면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경청을 배웠다”면서 “옆에 있는 신부님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니 너무 좋았고, 동료 사제와 교우들에게도 그렇게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제들은 파견 미사에서 성가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부른 후 일정을 마무리하고 각자 사목지로 돌아갔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사제와 신자 소통하고 공유·동행해야 시노드 정신 살아가는 교회 구현 가능”

‘시노드를 위한 한국 교회 본당 사제 모임’ 준비한 김종수(서울대교구 성사전담사제) 신부

“한국 교회는 시노드 교회에 대한 체험보다는 개념적으로만 이해하는 데에 초점을 둬왔습니다. 로마에서 우리가 느낀 것처럼 한국 교회 사제들에게 시노드 교회를 체험하게 해주자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2~4일 열린 ‘시노드를 위한 한국 교회 본당 사제 모임’을 준비한 김종수(서울대교구 성사전담사제) 신부는 “모임을 준비하면서 신부님들이 적극적으로 따라주실지 기대 반 의문 반이었는데 다른 사제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성령의 인도로 각자 변화를 체험하신 걸 느낀다”면서 “참석 신부님들의 반응과 호응이 기대 이상으로 큰 결실을 맺었다”고 밝혔다.

42년간 사제생활을 마치고 8월 사목 일선에서 물러난 김 신부는 지난 4월 사제 5명(서울대교구 김영식·부산교구 노우재·대구대교구 박용욱·청주교구 최문석·수원교구 박찬홍 신부)과 교황청이 주최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본당 사제’를 주제로 한 국제 모임에 참석했다. 사제들은 로마에서 체험한 시노드를 우리 사제들과 나누기 위해 한국 교회 차원의 본당 사제 모임을 준비했다. 프로그램은 로마의 진행방식을 그대로 옮겨왔다.

“본당 사제는 좋은 마음으로 사목하려고 해도 장애물이 많아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슨 계획이든 늘 함께하는 것이 어렵고, 모두가 공감하면서 같이 가는 것이 어렵지요. 목자와 양 떼는 원활한 소통을 이루는 가운데 함께 가야 하는데, 양 떼가 알지 못하는 길을 따라 나설 수가 있나요. 공유하고 동행하지 않으면 시노드 교회의 길을 갈 수 없습니다.”

김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사제가 기쁘지 않은 것은 신자들을 기쁘게 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셨다”며 “국제 사제 모임에서 시노드 교회를 체험하고 받은 감동을 한국 교회 사제들에게 그대로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로마에 다녀온 6명의 사제는 한국 교회 사제 모임을 위해 수차례 화상회의와 사전 답사를 하는 등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김 신부는 “시노드 교회가 갖는 참된 의미는 보고서와 안건을 작성하고, 쇄신안·혁신안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시노드 교회를 살자는 것”이라며 “신부님들은 이번 모임을 통해 시노드 교회로 가는 길에 대한 확신을 갖고, 각자 본당으로 돌아가 시노드 정신을 실천해 나가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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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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