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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드를 위한 한국교회 본당 사제 첫 모임, 어떻게 진행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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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일부터 4일까지 경북 왜관 성 베네딕도 문화영성센터에서 열린 ‘시노드를 위한 한국교회 본당 사제 모임’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교황은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2일까지 전 세계 대표 본당 신부들이 참가한 ‘본당 사제 국제 모임’을 마무리하며 참가 사제들을 ‘시노달리타스 선교사’로 임명하고 파견했다. 그리고 각 교구와 국가에서도 이 같은 모임이 계속될 수 있기를 제안했다. 이 제안은 각 지역교회에서도 ‘성령 안에서의 대화’가 활발해지길 바라는 교황의 뜻으로 읽힌다.


 

성령 안에서의 대화

 

 

시노드를 위한 한국교회 본당 사제 모임의 첫째 날과 둘째 날에는 참가 사제 43명이 총 세 가지 주제를 놓고 대화를 나눴다. 여기에는 성령의 이끄심을 따르는 가운데 성령의 음성을 들으며 함께 대화하고 경청하며 식별해 나가는 ‘성령 안에서의 대화’ 방법이 활발하게 적용됐다.

 

 

이번 모임에는 본당 사제 국제 모임에서 파견된 한국교회 6명의 시노달리타스 선교사가 봉사에 나섰다. 서울대교구 김종수 신부(요한 사도·성사전담사제)와 김영식 신부(루카·행운동본당 주임), 대구대교구 박용욱 신부(미카엘·교구 사목연구소장), 부산교구 노우재 신부(미카엘·서동본당 주임), 청주교구 최문석 신부(안드레아·배티성지 주임), 수원교구 박찬홍 신부(가브리엘·은행동본당 주임)의 안내에 따라 참가 사제들은 그룹별로 대화를 나누고 성찰했다.

 

 

노우재 신부는 “국제 모임에 참석했던 신부님들 대부분은 ‘형제 사제들과 깊은 영적인 우애를 선물로 받았다’고 말씀하셨다”며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성령 안에서의 대화 덕분”이라고 말했다. 노 신부는 한국의 형제 신부들과도 이 같은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고 기대했다.

 

 

 

지역교회에 시노드적 방법이
정착되길 원한 교황 제안으로
국제 모임 후 한국교회 첫 개설


 

 

대화 주제는

 

 

세 가지 주제에 대해 사제들은 그룹별로 성령 안에서 대화했다. 그리고 수합 과정을 거쳐 마지막 날인 4일 ‘종합 보고서’를 채택했다.

 

 

첫 번째 주제는 ‘본당과 교구의 삶 안에서 시노달리타스의 체험과 이해’에 대한 내용이다. 본당 신부로서 시노달리타스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있으며, 개인적·교회적 체험 안에서 시노달리타스 정신을 실현하는 교회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성찰했다. 사제들은 시노달리타스라는 용어의 생소함, 이에 더해 평신도의 소극성과 성직자에 대한 의존성 등을 어려운 점으로 꼽기도 했다. 그러나 사제들은 “앞으로 성령 안에서의 대화를 적극 활용하고 경청과 대화, 애덕 실천을 통해 시노달리타스를 성심성의껏 살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두 번째 주제는 ‘본당과 교구의 삶에 다양한 은사와 성소와 직무의 참여’이다. 본당 신부로서 어떻게 신자들의 다양한 은사를 인정하고 격려할 것인지, 또한 각자의 다양한 은사와 성소와 직무는 어떤 상호적 관계를 이뤄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사제들은 “사목자들은 양성 단계에서부터 평신도들의 고유한 권위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며, 그들의 열정과 헌신에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주제는 ‘본당과 교구의 삶에서 사명, 그리고 참여 기구를 위한 식별의 역동성’을 이야기한다. 특정 상황에 대해 하느님께서 본당 공동체에 들려주시는 부르심을 발견하게 하는 공동체적 식별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목 환경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 성찰하는 시간이었다. 사제들은 공동체의 식별을 이루기 위해 “성령 안에서의 대화와 기도가 필수적”이라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사제들은 “성직자는 행정 관료가 아니라 영혼 구원을 위해 하느님 백성을 섬기는 사람”이라며 “사목자는 의사결정과정에서 성령의 인도를 따르고 평신도들 의견을 존중하며, 공동체의 일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모인 본당 신부 43명
성령 안에서 대화와 경청하고
사목 현장 실현의 희망 발견


 

 

주교들과의 대화

 

 

마지막 날에는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와 대구대교구 총대리 장신호(요한 보스코) 주교가 참석해 사제들과 대화를 나눴다. 사제들은 평소 궁금했던 점, 이번 모임을 통해 깨닫게 된 점 등을 대화 주제로 내놓았다.

 

 

이 자리에서 옥현진 대주교는 “주교들은 사제들의 보호자”라고 강조하면서 “신부님들 협력이 없으면 결코 교구장 혼자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함께’라는 점에 방점을 찍어달라고 당부한 옥 대주교는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장신호 주교는 “앞으로 삶의 자리로 돌아가시면 동료 신부님이나 본당 신자들에게 ‘우리도 이런 모임을 한 번 하자’고 권유해 보자”며 “권위주의를 깨면서 다 함께 공동체 안에서 성령의 목소리를 경청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사제들은 주교들에게 ▲한국교회 차원의 시노달리타스 학교 설립 ▲사제들의 영적 휴식과 치유 기회 보장 등을 제안했다. 특히 참가 사제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해 ▲본당 사제 모임의 후속 모임 마련 ▲본당 사제 모임 정기 개최도 건의했다.

 

 

인천교구 모래내본당 주임 이용현(베드로) 신부는 “시작할 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마치고 나니 주님의 말씀에 응답하며 살아가면 어떤 상황에서든 하느님께서는 그 안에 은총을 담아주시는 것 같다”라는 신부들의 공통된 소감을 전했다.


 

 

 

 

 

◆ 인터뷰 - 춘천교구 김도형 신부
      “피부에 와닿는 시노달리타스에서 희망 발견”


 

 

‘시노드를 위한 한국교회 본당 사제 모임’에 참가한 춘천교구 만천본당 주임 김도형(스테파노) 신부는 이번 모임을 통해 사제들의 삶에 시노드적인 노력들이 얼마만큼이나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이를 토대로 교회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갈 수 있는지에 대한 희망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라는 개념이 용어의 번역문제 등으로 처음에는 한국교회 모든 구성원들에게 생소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 생소함은 시노드 과정에 임하는 데의 참여도에도 직결되는 문제였지요. 사제들조차도 시노드 실현을 하나의 부담감이나 숙제처럼 느끼는 경우가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성령 안에서의 대화’와 ‘지역교회 모임’ 제안은 ‘실질적 차원의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 Effectiva)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참여하였을 때 굉장한 감동과 희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교황청립 라테라노대학교에서 ‘교구 시노드에서 평신도의 참여와 협력’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김 신부는 본당 신부이면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춘천교구 책임자를 맡고 있다. 

 

 

앞으로도 김 신부는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 안에서 한국교회가 시노달리타스의 ‘토착화’를 이룰 수 있도록 꾸준히 구상하고, 또 실제로 적용될 수 있게 노력할 계획이다. 

 

 

이는 춘천교구장 김주영(시몬) 주교의 사목 의지와도 맞닿아 있다. 무엇보다 각자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신자들, 또 동료 사제들이 하느님 안에서 ‘함께 치유해 갈 수 있다’는 희망을 체험할 수 있도록 고민하며 살아가고자 한다.

 

 

김 신부는 오는 10월에 있을 춘천교구 사제연수에서도 동료 사제들이 ‘성령 안에서의 대화’를 배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처음에는 ‘사제단 안에서 과연 가능할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이번 모임을 토대로 가능성을 얻게 됐습니다. 이 모든 과정들이 하나의 ‘이벤트’가 아니라 시노드 여정의 새로운 발걸음들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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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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