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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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50년 경력 유기농민도 좌절시킬 만큼 생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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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추석 때까지 폭염이 기승이네.”


도시 사람들이 지난해보다 길고 온도가 높아진 여름으로 지구온난화를 체감할 때, 농부들은 무서운 자연의 변화를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고 있다. 당장의 더위는 에어컨 온도를 높여 버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바뀐 자연 생태계는 인간이 버틸 수 없는 환경을 점차 확산시키고 있다.


이제 농부들에게 ‘하늘이 짓는 농사’는 옛말이 됐다. 절기에 따라 씨를 뿌리고, 꽃을 피우고, 가지를 다듬고, 수확했던 농사가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농부의 경고는 결코 우리 삶과 무관하지 않다.


■ 사과, 한국 식탁에서 사라질 위기


지난해 수확량이 적어 ‘금값’이었던 사과가 올해 추석에는 색이 들지 않아 농민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사과는 밤과 낮의 일교차가 있어야 당도가 올라오고 색이 빨갛게 드는데, 올해는 여름철에 기록적인 고온이 지속되면서 야간에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착색이 되지 않은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정보에 따르면, “올해 사과는 태풍 피해가 없어 생육상황은 전년 대비 양호하지만 홍로의 경우 여름철 고온으로 일소 피해가 전년 대비 증가했다.”


사과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는 봄이다. 4월에 꽃이 풍성하게 잘 피어야 꽃이 진 곳에 질 좋은 열매가 달린다. 5월부터 이 열매들을 선별하는 작업을 거치는데, 이후 나무에 남아있는 ‘착과수’는 그해 생산량의 주요한 지표가 된다. 지난해 사과 수확량이 적었던 이유는 봄이 이례적으로 따뜻했기 때문이다. 보통 4월 이후에 피는 사과꽃이 기온이 높아져 1주일 이상 빨리 핀데다, 꽃샘추위가 찾아오면서 만개한 꽃들이 얼어버렸다. 꽃이 제때 떨어지지 못한 자리에 사과가 열리지 않아 수확량이 감소하는 원인이 됐다. 게다가 길고 강한 장맛비도 탄저병을 확산시켜 수확량에 영향을 미쳤다.



이상기후로 사과 농사에 피해
빨랐던 봄과 이어진 꽃샘추위
길고 강한 장맛비도 수확 영향



농촌진흥청은 연평균 기온이 1℃ 오를 때 농작물 재배 가능 지역은 81km 북상하고, 해발고도는 154m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여름철(6~8월) 평균 기온은 2022년 24.5℃로 2002년(22.9℃)보다 1.6℃ 높아졌다. 지난 20년간 농작물 적정 재배지의 위도는 129.6km 북상하고, 해발고도는 246.4m 높아진 셈이다. 사과의 경우 기온과 이산화탄소 농도가 상승하면 크기도 작고 당도도 떨어진다. 붉은색을 내는 안토시안 함량도 낮아져 품질도 떨어진다.


2022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반영한 6대 과일 재배지 변동을 예측한 결과, 사과는 2070년대에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되고 지금과 같은 맛을 내는 고품질 사과는 2090년에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 하늘이 도와줬던 농사, 인간을 외면하다


“내가 아무리 기술이 좋고 노력을 해도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농사입니다. 10년 전부터 급속도로 달라진 날씨는 50년 이어온 사과 농사를 접어야 하나 고민하게 될 만큼 생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충북 단양에서 50여 년간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남원식(비오) 씨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수확량에 시름이 깊다. 땅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고자 20년 전부터는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고 있지만 예전과 달라진 날씨는 병충해와 냉해, 잎이 빨리 져버리는 황화현상 등을 발생시켜 50년 경력 농부가 사과를 키우기 어려운 환경으로 바꿔놨다.



유기농업 농민 의지 꺾일 만큼
자연의 도움 받을 수 없는 상황
“급격한 자연 변화에 큰 위기감”



길게는 몇십 년간 키운 자식과 같은 사과나무. 수확량이 적어지자 5년 전 어린나무를 새로 심었지만 올봄, 이상기온으로 갑자기 날이 추워지자 동해를 입어 몇 그루의 나무가 죽었다.


“한국의 날씨는 원래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갈 때 기온이 천천이 올라갔다 천천히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기온이 급격히 변하는 양상이 됐죠. 5년 전부터 이러한 변화가 느껴진 것 같아요. 사과나무는 한겨울 이상 고온으로 땅이 일찍 녹으면 나무도 봄 준비를 하기 위해 뿌리에서 물을 끌어올리는데 이때 갑자기 기온이 낮아지면서 나무가 얼어버린 것이죠.”


올여름, 전보다 많이 내린 장맛비도 내년 작황에 걸림돌이다. “물을 싫어하면서도 많이 필요로 하는 것이 사과나무입니다. 적정한 수분이 있어야 잘 자라죠. 비가 많이 내려 뿌리가 젖어있으면 잎이 떨어지는 황화현상으로 인해 열매에 맛이 떨어집니다. 게다가 장마가 길어지면 내년에 꽃을 피울 수 있는 꽃눈을 만들지 못해 내년 농사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땅을 살리고자 화학비료, 화학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남원식 씨에게 기후변화는 뚝심 있게 지켜 온 농부의 50년 고집을 꺽을 만큼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천연재료로 만든 농약과 비료는 화학농약만큼 살충력이 덜하기에 더욱 정성 들여 사과를 돌보고 있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관행농으로 수확한 사과의 크기와 색을 따라가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남원식 씨는 “유기농으로 재배하기 어려운 작물이 사과인데, 기후변화로 인해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도시의 사람들은 자연의 직접적인 변화들을 잘 모르겠지만 우리 농부들은 하루하루 달라지는 자연의 변화를 보며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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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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