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학습과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경계선 지능인' 또는 '느린 학습자'라고 부르는데요.
이들은 글을 알아도 너무 어려운 글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들을 위해 쉬운 책을 만들고, 도서관을 운영하는 곳이 있다고 하는데요.
김정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느린 학습자를 환대하는 도서관, 라이브러리 피치입니다.
문해력이나 인지 능력이 낮은 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글로 만들어진 책들이 가득합니다.
가전제품 설명서부터 단어를 그림으로 설명한 그림 사전, 고전 소설도 있습니다.
피치마켓 함의영 대표는 느린 학습자를 위해 300권이 넘는 책을 만들었습니다.
<함의영 안드레아 / 피치마켓 대표>
"다양한 분들이 서로 다른 정보의 격차로 인해서 각자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좀 많이 느끼게 됐었고 그래서 정보 격차를 줄이자,라는 취지에서 시작을 하게 됐고요."
그동안 우리 사회에 느린 학습자를 위한 책은 없었습니다.
교육 현장에서조차 아동용 동화책이나 그림책을 활용할 뿐이었습니다.
함 대표는 느린 학습자들이 일상을 살아가거나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게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이는 아동 권리에 대한 안내책부터 질병의 증상을 설명할 수 있는 책이 만들어진 배경이 됐습니다.
<함의영 안드레아 / 피치마켓 대표>
"대화의 폭이 넓어지면서 일상에서의 삶의 변화들이 일어난 부분들이 생겼던 것들 그리고 조금 더 적극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됐다,라는 이야기들이 저희한테는 가장 의미 있는 피드백이었던 것 같습니다."
라이브러리 피치 지하는 모두가 누워서 책을 편히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또 이곳은 느린 학습자들끼리의 유대감 형성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함의영 안드레아 / 피치마켓 대표>
"얘기할 사람이 없다. 부모님 외에는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었고 딱히 얘기를 뭘 해야 될지도 모르고 그래서 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오고 싶은 공간이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대화하고 싶어요', '혼자 읽을래요'라는 문구가 적힌 팔찌를 통해 본인의 의사를 전달하기도 합니다.
느린 학습자들이 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이곳은 하루에 100명 넘게 방문할 만큼 인기가 많습니다.
하지만 느린 학습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정부의 정확한 실태 조사와 함께 맞춤형 지원 방안이 시급해 보입니다.
CPBC 김정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