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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가해자로서의 역사 직시하고자 한 새 일본 총리 (박태균 가브리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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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새로운 총리가 당선되었다. 한국 언론들은 이시바 총리의 과거 발언에 주목했다. “(식민 지배가) 합법적이었다고 해도, 독립국이었던 한국을 합병하고 (그들의) 성을 바꾼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던 과거 발언, 그리고 ‘가해자는 잊어도 피해자는 잊지 않는다’는 소제목이 포함된 총리 출마 직전 출간된 책을 소개하였다.

특히 그는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일본의 자국 점령에 대해 질문했을 때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귀국 이후에야 일본군이 싱가포르 주민을 중화계·말레이시아계·인도계로 나눠 수용해 공포정치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가해자로서의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면서 한 나라의 문화와 언어를 잃어버리도록 하는 합병이 주는 상처를 강조했다고 한다.

과거사를 직시하지 못했던 아베 정부와의 한일관계를 회고해 보면, 이시바 정부의 등장은 한일관계 개선의 새로운 여정을 기대하게 한다. 윤석열 정부의 새로운 대일정책 이후 한일관계는 순풍에 돛단 듯 보여왔다. 그러나 한 일본 언론인은 현재의 한일관계를 ‘일본의 불안과 한국의 불만’으로 규정했다.

한국은 과거사 해법에 불만이며, 일본은 한국 차기 정부에서 한일관계가 다시 나빠질 수 있다는 불안이 있다는 것이다. 이시바 총리의 발언을 보면 그는 양국의 불만과 불안을 해결할 해법을 제시할 마음을 갖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치 않다. 무엇보다 새로운 일본 정부에 대해 한국 정부가 어떻게 화답하는가가 중요하다.

또한 이시바 총리 자신이 평화헌법을 보통헌법으로 개정하는 정책에 찬성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평화헌법은 1945년 이후 더 이상의 전쟁을 막기 위한 결정이었다. 유럽의 전범 국가인 독일은 분할점령을 통해 벌을 받았으며, 더 이상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국력을 약화시켰다.

아시아에서 일본은 분할되지 않았다. 대신 한국과 베트남이 분단되었고, 열전을 경험했다. 일본의 덴노는 항복 방송을 통해 ‘항복’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으며,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일으킨 전쟁을 미국의 잔학한 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극우세력들의 과거사 인식은 이로부터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아베 전 총리는 일본 패망 70주년을 맞아 일본이 점령했던 지역에 대해서는 사과했지만, 과거 식민지 지역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았다. 1945년 덴노의 옥음방송이나 1951년 샌프란시스코 평화협정을 그대로 계승했다. 내년은 해방 80년 되는 해이면서 한일협정 60년이 되는 해이지만, 일본 극우세력들의 생각은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

1945년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평화와 약소국의 주권회복이었다. 1965년(한일협정)은 과거로부터 벗어나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함께 열어가자는 의미가 있었다. 모쪼록 일본에서 새로운 정부의 출범이 한편에서는 가해자로서의 역사를 직시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한국이 이를 진정한 화해로 받아들임으로써 불만과 불안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박태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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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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