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은 ‘모든 성인 대축일’이고 다음 날인 11월 2일은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이다. 두 특별한 날은 서로 연관이 있다. 모든 성인 대축일은 알려지거나 알려지지 않은 성인을, 위령의 날은 앞으로 천국에 들어갈 연옥 영혼을, 곧 둘 다 ‘성스러운 영혼’을 기억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10세기에 정립된 위령의 날은 4세기에 시작된 모든 성인 대축일 다음 날로 정해졌다. 모든 성인 대축일과 위령의 날의 역사와 의의, 기념 방법과 이때 부여된 전대사에 대해 알아본다.
11월 1·2일, 영혼 위해 기도와 미사 봉헌
위령의 날에는 미사 세 번 봉헌하며 추모
11월 1~8일에는 전대사도 받을 수 있어
특히 숨겨진 성인들을 위한 ‘모든 성인 대축일’
교회는 처음에 순교자만 기렸지만 다른 성인들에게까지 축일을 확대하면서 1년 365일이 전부인 전례력으로 수많은 성인을 모두 기념할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생긴 ‘모든 성인 대축일’은 특히 역사 속에서 잊히거나 축일이 없는 성인들을 위한 날이다.
모든 성인 대축일은 609년 성 보니파시오 4세 교황(재위 608~615)이 로마 판테온 신전을 성모 마리아와 모든 순교자에게 바친 교회로 축성하며 5월 13일로 제정됐다. 그 뒤 731년 11월 1일 성 그레고리오 3세 교황(재위 731~741)이 성 베드로 대성당 내 부속 성당을 사도, 순교자뿐 아니라 모든 성인을 위해 바치면서 날짜가 바뀌었다.
그레고리오 4세 교황(재위 827~844)은 11월 1일 기념행사를 교회 전체로 확대했으며 1484년 식스토 4세 교황(재위 1471~1484)은 축일에 성탄, 부활 대축일과 같은 8부 축제를 추가했고 이는 1954년까지 이어졌다. 모든 성인 대축일 8부 축제는 오늘날 위령 성월 전대사 수여 기간으로 남아있다.
프랑스, 독일 등 많은 국가에서 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해 축하하고 있다. 이 기쁜 날 신자들은 성인들의 삶을 돌아보고 그들의 모범을 따라 하늘나라에서의 지복을 간구하며 미사와 기도를 봉헌한다. 또한 성인들에게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소망하는 바의 중재를 청하고 성인들처럼 지상에서도 하느님과 깊은 교제를 나누며 살 수 있도록 간청한다.
미사를 세 대 드릴 수 있는 ‘위령의 날’
‘위령의 날’은 천국에 들어가기 전 정화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연옥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는 날이다. 우리의 미사 봉헌과 기도, 희생 등은 연옥 영혼들이 죄를 씻어내는 시간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1030년경 프랑스의 클뤼니 수도원장 성 오딜로(961/962~1049)는 클뤼니 수도회의 모든 수도원이 매년 11월 2일을 ‘위령의 날’로 지켜야 한다는 법령을 발표했다. 이는 후에 11월 한 달을 위령 성월로 보내는 것으로 발전한다.
실베스테르 2세 교황(재위 999~1003)은 위령의 날을 승인하고 여러 지역에서 기릴 것을 권고했으며 14세기에 들어 교황청은 이를 보편 교회에 널리 확대했다.
위령의 날에는 유일하게 미사를 세 번 봉헌할 수 있다. 물론 영성체도 세 번 할 수 있다. 1915년 8월 10일,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전사자가 많고 교회가 파괴되며 전쟁이 끊이지 않자 베네딕토 15세 교황(재위 1914~1922)은 교황령 「제대의 피 없는 제사」(Incruentum Altaris)를 통해 위령의 날에 세 대의 미사를 봉헌하기를 간곡히 권고했다. 세 대의 미사 중 한 대는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의 지향으로, 다른 한 대는 죽은 이들을 위해, 마지막 한 대는 교황의 지향에 따라 봉헌하도록 하고 있다.
위령의 날은 우리가 모두 지상의 순례자이며 언젠가는 창조주인 하느님께 돌아갈 것을 상기시켜 준다. 많은 나라에서는 이날을 기념해 신자들은 조상 혹은 가족의 묘소를 방문해 꽃으로 장식하고 촛불을 켜서 추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