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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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숲 향기와 더불어 느끼는 신앙의 향기

신성근 신부(청주교구, 산림교육전문가·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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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들어서면 흙·나무와 풀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가 큰 숨을 쉬게 한다. 그러면 숲의 향기는 말없이 우리를 감싼다. 숲에 들어서면 평온하다. 이는 숲이 내뿜는 생명의 숨결 때문이다.

숲 향기는 바람을 타고 퍼져 나가며, 우리 몸 안으로 들어온다. 이 순간 자리에 머물며 그 향기에 취한다. 그에 반해 사람 냄새는 강하고 복잡하다. 사람은 각기 다른 환경 속에 살아가며 그만의 냄새를 형성한다. 옷에 밴 향수나 땀 냄새는 그 사람이 살아온 환경을 드러낸다. 사람 냄새는 세상 속에서 자신이 살아온 삶의 흔적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숲에서는 향기가 나고, 사람에게서는 냄새가 난다고 한다. 그런데 숲에 들어서면 숲의 향기와 사람의 냄새가 서로 엇갈려 마주친다. 우리는 세상 속에서 너무나 바쁘고 복잡한 일상에 쫓겨 자연의 소리를 잊고 지낸다. 그러다 숲을 찾으면 사람 냄새보다는 숲의 향기가 자신을 감싸고 도는 것을 느낀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 냄새는 점점 옅어진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들이마시는 숲의 향기는 우리의 번잡스러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숲은 아무 말 없이 우리를 어루만지고 위로해준다. 숲이 우리에게 조건 없이 베푸는 선물의 향기다.

숲 향기와 더불어 걷다 보면, 사람 냄새는 점점 정화된다. 향기를 품게 된다. 그것은 마치 신앙이 우리를 정화하고 변화시키는 것과 같다. 그리고 숲이 지니는 고요한 힘은 신앙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를 지탱해준다. 신앙의 힘이 사람의 냄새, 즉 인간적 욕망과 집착으로 인해 복잡해진 마음을 잠잠하게 해줌과 같다. 향기 나는 사람으로 변화시켜 준다. 그러면서 자연 안에서 아니 하느님 앞에서 사람은 작고 나약한 존재임을 깨닫게 한다. 자신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 깨닫게 한다. 이처럼 신앙은 언제나 우리를 감싸는 숲의 향기와 같다. 숲 향기와 더불어 신앙의 향기를 느끼는 성지 순례를 하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신성근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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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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