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는 이전 시노드들과는 많은 면에서 다르다. 우선 시노드 여정 자체가 길다. 대개 한 달 미만 고위 성직자들의 논의로 진행된 이전의 시노드들과 달리 이번에는 2021년 10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3년여 동안 진행됐다. 여성을 포함해 평신도들이 투표권을 지닌 온전한 대의원 자격으로 참여했다는 점도 획기적이다. 제1회기에는 대의원 365명 중 54명이 여성이었다.
2021년 10월 시작해 올 10월 종료
교구-대륙-보편교회 순환구조로 진행
여성 포함 평신도, 투표권 갖고 참여
순환구조의 경청과 식별
교구-대륙-보편교회의 3단계 순환구조로 진행된 이번 시노드는 하느님 백성들의 참여 폭이 넓고 깊다. 각 지역교회에서의 대화와 경청 단계에서는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을 염두에 두고, 최대한 많은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했다.
교구와 나라별 주교회의 보고서는 교황청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로 취합되고 대륙별 단계 시노드 논의에 기초가 됐다. 이러한 시노드 여정의 특징은 순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종합된 보고서는 다시 지역교회로 내려가고, 그에 대한 응답이 다음 단계 논의에 바탕을 이루었다. 두 차례의 본회의도 같은 구조로 진행됐다. 2023년 10월 제1회기의 종합보고서는 다시 지역교회로 되돌려지고 그에 대한 응답을 바탕으로 제2회기 의안집이 작성됐다.
‘혼란’ 자체가 시노달리타스의 한 측면
이전에는 터부시됐던 첨예한 주제들이 ‘담대하게’ 논의됐다는 점도 큰 특징이다.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한 여성과 평신도의 폭넓은 참여의 보장, 여성 부제 서품의 가능성, 성소수자에 대한 교회의 입장, 사제 성추행과 성직주의 등 뜨거운 주제들에 대한 교회의 다양한 의견들이 거침없이 논의됐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이기도 했다. 하지만 담대한 논의가 보장되고 권장됐던 만큼 저항과 거부도 적지 않았다. 일부 추기경 등 고위 성직자들의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프란치스코 교황과 시노드에 대한 공격은 교회가 분열된다는 우려까지 자아냈다.
시노드에 대한 회의와 기대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시노드의 당위성은 교회가 직면한 도전들의 긴박성에 기인한다. 이미 탈종교화 현상 속에서 성당들이 비어가는 가운데, 서구교회를 중심으로 터져나온 아동 성추행과 교회의 조직적인 은폐, 교황청 재정 비리 등은 교회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바탕으로 교회의 새 면모를 일깨우며 쇄신 작업을 이어갔다. 시노드는 그러한 시도의 정점, 또는 본격적인 시작이다. 하지만 기대와 회의가 엇갈렸다. ‘시노달리타스’라는 용어 자체가 낯설었고,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들에 따른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
시노드 여정이 이어지면서 회의와 의혹은 긍정과 기대로 서서히 변화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성령 안에서의 대화’와 공동 식별의 체험이 거듭되면서 교회와 신앙생활에 대해 자유롭고 담대하게 말할 수 있는, 시노달리타스에 바탕을 둔 교회의 모습을 그려가기 시작했다.
저항과 급진적인 요구들
교황은 몇 가지 조치들을 실시했다. 기간을 3년으로 연장했고, 3단계 대화 구조를 적용했다. 남녀 성별을 배려했고 평신도들을 투표권을 지닌 대의원으로 임명했다. 본회의에서는 성직자와 평신도가 그룹을 지어 원탁에서 만났다.
하지만 교황은 제2회기 기간 동안 회의 자체는 비공개로 진행하도록 했다. 기자회견과 개인적 인터뷰를 통해서만 회의 내용을 엿볼 수 있었다. 제2회기 의안집에서는 여성 부제와 성 소수자 문제 등을 제외했다. 논란의 대상이 되는 주제들을 위해 별도의 연구 그룹들을 설치했다.
현상 유지적 보수주의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존재 자체, 평신도들의 참여 폭이 크게 확대된 시노드 자체에 대해 노골적으로 저항했다. 반면 개혁을 주장하는 쪽은 급격한 변화를 요구했다. 시노드에서 두 입장이 격렬하게 부딪힌 주제들은 기혼 남성 사제 서품, 여성 부제 서품, 성소수자에 대한 교회의 입장 등이다.
교황은 이런 주제들을 둘러싼 격렬한 찬반이 시노드 회의장을 뒤덮지 않고, 좀 더 큰 주제인 시노달리타스 정신에 바탕을 둔 교회의 미래를 논의하기를 원했다. 그리고 폐막과 함께 교황의 승인을 받아 발표된 최종문서 안에서 그러한 교황의 뜻은 효과적으로 실현됐다.
3년간의 시노드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정작 그 시작은 이제부터다. 그리고 이 흐름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 체코의 저명한 신학자이자 영성가인 토마시 할리크 몬시뇰은 5월 24일 가톨릭 독립언론 NCR(National Catholic Reporter)과의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진보적 신학자가 아니라 현명한 사목자”라며 이번 시노드를 시작한 교황의 용기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특히 이미 우리가 ‘바꿀 수 없는 변화’의 흐름에 들어섰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