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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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주교시노드 폐막] 이번 시노드, 무엇이 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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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는 이전 시노드들과는 많은 면에서 다르다. 우선 시노드 여정 자체가 길다. 대개 한 달 미만 고위 성직자들의 논의로 진행된 이전의 시노드들과 달리 이번에는 2021년 10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3년여 동안 진행됐다. 여성을 포함해 평신도들이 투표권을 지닌 온전한 대의원 자격으로 참여했다는 점도 획기적이다. 제1회기에는 대의원 365명 중 54명이 여성이었다.



2021년 10월 시작해 올 10월 종료
교구-대륙-보편교회 순환구조로 진행
여성 포함 평신도, 투표권 갖고 참여


순환구조의 경청과 식별


교구-대륙-보편교회의 3단계 순환구조로 진행된 이번 시노드는 하느님 백성들의 참여 폭이 넓고 깊다. 각 지역교회에서의 대화와 경청 단계에서는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을 염두에 두고, 최대한 많은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했다.


교구와 나라별 주교회의 보고서는 교황청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로 취합되고 대륙별 단계 시노드 논의에 기초가 됐다. 이러한 시노드 여정의 특징은 순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종합된 보고서는 다시 지역교회로 내려가고, 그에 대한 응답이 다음 단계 논의에 바탕을 이루었다. 두 차례의 본회의도 같은 구조로 진행됐다. 2023년 10월 제1회기의 종합보고서는 다시 지역교회로 되돌려지고 그에 대한 응답을 바탕으로 제2회기 의안집이 작성됐다.


‘혼란’ 자체가 시노달리타스의 한 측면


이전에는 터부시됐던 첨예한 주제들이 ‘담대하게’ 논의됐다는 점도 큰 특징이다.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한 여성과 평신도의 폭넓은 참여의 보장, 여성 부제 서품의 가능성, 성소수자에 대한 교회의 입장, 사제 성추행과 성직주의 등 뜨거운 주제들에 대한 교회의 다양한 의견들이 거침없이 논의됐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이기도 했다. 하지만 담대한 논의가 보장되고 권장됐던 만큼 저항과 거부도 적지 않았다. 일부 추기경 등 고위 성직자들의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프란치스코 교황과 시노드에 대한 공격은 교회가 분열된다는 우려까지 자아냈다.


시노드에 대한 회의와 기대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시노드의 당위성은 교회가 직면한 도전들의 긴박성에 기인한다. 이미 탈종교화 현상 속에서 성당들이 비어가는 가운데, 서구교회를 중심으로 터져나온 아동 성추행과 교회의 조직적인 은폐, 교황청 재정 비리 등은 교회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바탕으로 교회의 새 면모를 일깨우며 쇄신 작업을 이어갔다. 시노드는 그러한 시도의 정점, 또는 본격적인 시작이다. 하지만 기대와 회의가 엇갈렸다. ‘시노달리타스’라는 용어 자체가 낯설었고,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들에 따른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


시노드 여정이 이어지면서 회의와 의혹은 긍정과 기대로 서서히 변화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성령 안에서의 대화’와 공동 식별의 체험이 거듭되면서 교회와 신앙생활에 대해 자유롭고 담대하게 말할 수 있는, 시노달리타스에 바탕을 둔 교회의 모습을 그려가기 시작했다.


저항과 급진적인 요구들


교황은 몇 가지 조치들을 실시했다. 기간을 3년으로 연장했고, 3단계 대화 구조를 적용했다. 남녀 성별을 배려했고 평신도들을 투표권을 지닌 대의원으로 임명했다. 본회의에서는 성직자와 평신도가 그룹을 지어 원탁에서 만났다.


하지만 교황은 제2회기 기간 동안 회의 자체는 비공개로 진행하도록 했다. 기자회견과 개인적 인터뷰를 통해서만 회의 내용을 엿볼 수 있었다. 제2회기 의안집에서는 여성 부제와 성 소수자 문제 등을 제외했다. 논란의 대상이 되는 주제들을 위해 별도의 연구 그룹들을 설치했다.


현상 유지적 보수주의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존재 자체, 평신도들의 참여 폭이 크게 확대된 시노드 자체에 대해 노골적으로 저항했다. 반면 개혁을 주장하는 쪽은 급격한 변화를 요구했다. 시노드에서 두 입장이 격렬하게 부딪힌 주제들은 기혼 남성 사제 서품, 여성 부제 서품, 성소수자에 대한 교회의 입장 등이다.


교황은 이런 주제들을 둘러싼 격렬한 찬반이 시노드 회의장을 뒤덮지 않고, 좀 더 큰 주제인 시노달리타스 정신에 바탕을 둔 교회의 미래를 논의하기를 원했다. 그리고 폐막과 함께 교황의 승인을 받아 발표된 최종문서 안에서 그러한 교황의 뜻은 효과적으로 실현됐다.


3년간의 시노드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정작 그 시작은 이제부터다. 그리고 이 흐름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 체코의 저명한 신학자이자 영성가인 토마시 할리크 몬시뇰은 5월 24일 가톨릭 독립언론 NCR(National Catholic Reporter)과의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진보적 신학자가 아니라 현명한 사목자”라며 이번 시노드를 시작한 교황의 용기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특히 이미 우리가 ‘바꿀 수 없는 변화’의 흐름에 들어섰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 세계주교시노드 어떻게 진행됐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1년 10월 9~10일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의 개막식을 교황청에서 거행했다. 이어 10월 17일 주일에는 전 세계 각 지역교회에서 시노드 여정을 위한 개막식을 열었다. 이로써 가톨릭교회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한 3년간의 시노드 여정에 들어갔다. 2021년 10월부터 2022년 8월 사이에 각 지역교회는 교구장의 지도 아래 하느님 백성의 자문을 특징으로 하는 시노드 여정의 교구 단계가 진행됐다. 각 교구별 다양한 방법과 형식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해 귀를 기울이며 하느님 백성 전체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 단계의 논의는 교구별 종합 보고서 작성으로 이어졌고 이는 주교회의에 제출돼 국가 보고서로 종합됐다. 국가별 종합 의견서는 2022년 8월까지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에 취합됐다. 21개 교황청 부서에서 15개, 15개의 동방 가톨릭교회에서 15개, 114개의 주교회의에서 112개의 답변, 세계 여자 수도회 장상 연합회(UISG)와 세계 남자 수도회 장상 연합회(USG)에서 1개의 답변 그리고 이에 더하여 개인과 단체로부터 1000여 개의 자유 의견이 모였다. 한편 2022년 10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더욱 폭넓은 성찰을 위해 시노드를 2023년과 2024년 두 회기에 걸쳐 개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교구 및 국가 교회 단계에 이어 대륙별 단계가 2023년 2~3월 다양한 형태로 진행됐다. 총 7개 대륙별 회의가 2월초부터 3월말까지 진행됐고, 대륙별 회의 최종문서는 3월말까지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로 제출됐다. 2023년 4월 총회 참석해 투표권을 행사하는 대의원들의 구성에 변화가 생겼다. 첫째, 선출직 대의원 중 축성 생활회 소속 성직자 10명은 각각 세계 남자 수도회 연합회와 세계 여자 수도회 연합회에서 선출된 5명의 남자 수도자와 5명의 여자 수도자로 대체됐다. 둘째, 교황 지명직 대의원에는 주교 직무를 받지 않은 70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신부, 부제, 그리고 남녀 축성 생활자들을 비롯한 평신도 신자들 가운데서 선발됐다. 이 70명의 대의원은 대륙별 기구들이 준비한 140명의 명단에서 선정했다. 이처럼 광범위한 하느님 백성의 경청과 식별 단계에서의 논의를 거쳐 작성된 시노드 총회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이 2023년 6월 20일 발표됐고, 10월 4~29일 본회의 제1회기가 열렸다. 역사상 처음 여성을 포함한 평신도와 수도자들이 투표권을 갖고 참여한 제1회기는 10월 28일 80개가 넘는 제안을 담은 ‘종합보고서’를 채택했다. 제1회기를 마친 뒤, 전 세계 각 지역교회는 종합보고서의 성찰을 심화한 문서를 2024년 5월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에 제출했다. 이어 10월 2~27일 가톨릭교회는 3년간의 시노드 여정을 마무리하는 본회의 제2회기를 열고 최종문서를 승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후속 사도적 권고 없이 이 문서를 시노달리타스 교회 구현을 안내하는 교도권적 문서로 승인하고 발표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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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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