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이다. 교문이 활짝 열린다. 복도와 계단에 남은 자잘한 새벽은 힘차게 밝혀지는 전등으로 말끔히 사라지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맑은 공기로 교실들이 깨어난다. 빈 운동장은 어린이들의 재잘거림과 축구공을 몰고 가는 작은 뜀박질을 기다리고 있다. 1시간 일찍 출근하는 배움터 선생님이 일찍 오는 여학생들에게 전하는 ‘사랑합니다’란 인사말로 우리 학교의 등교가 시작된다.
배움터 선생님이 교통지도를 위해 학교 아래 도로로 이동하면 학교장은 교문에서 어린이들을 맞이한다. 어린이들은 교문을 지나면서 옷차림을 가다듬고, 가방을 고쳐 매며 인사할 준비를 한다. ‘사랑합니다’라는 어린이의 인사에 학교장은 ‘감사합니다’ ‘어서 오세요’로 화답한다. 형제·자매가 나란히 서서 인사하기도 하고, 같은 학년 친구들은 둘러서서 함께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어린이들이 많이 몰려오는 때가 아니면 이름을 불러주며 짧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주말을 지난 월요일에는 여행 다녀온 이야기, 친구와 놀았던 이야기, 동생이 아팠던 이야기도 나누며 각자의 일상을 공유하는 특별한 사이가 된다.
아이들이 드문드문 들어오는 시간엔 멀리 보이는 어린이의 이름을 부르기도 하고, 손을 흔들거나 하트를 만들면 같이 손을 흔들고 하트를 만들며 환한 얼굴로 달려온다. 어깨가 처지고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던 아이도 어서 오라는 손짓을 하면 얼굴에 금방 미소가 번진다.
가톨릭 교육을 하는 초등학교는 교회 사명과 가톨릭 교육 목표에 도달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먼저 할 일은 어린이들이 ‘학교에 가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 첫 단추는 ‘환대받는 등교’가 아닐까? 학교가 나를 기다리고 환영하는 곳이라 믿는 어린이는 학교 공동체를 통해 하느님 사랑과 예수님 가르침이 담긴 지혜를 배울 것이다. 하느님께서 사랑으로 창조한 자신을 알고, 이웃을 소중히 여기며 기쁨과 평화로 살아가는 법을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어린이들을 축복하시는 예수님의 마음을 기억하며 교문 앞에서 등교하는 아이들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박원희 수녀(노틀담 수녀회, 인천 박문초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