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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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참 행복의 삶으로 초대합니다”

‘한국 교회 축성생활의 해’ 어떻게 보내나 / 유덕현 아빠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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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한국 교회 축성생활의 해’ 로고

수도회는 초기 교회부터 시대 소명에 따라 흥망성쇠의 과정을 겪어왔다. 역사의 고비마다 다양한 운동으로 쇄신을 거쳐 다시 일어나거나 사라지기도 했다. 복음적 이상에 따른 ‘가난·정결·순명’의 서약이 시대마다 새로운 예언적 응답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한국 교회 수도회는 오늘날을 그 변곡점으로 보고, 지역 교회 차원에서 ‘축성생활의 해’를 보내기로 했다. 11월 21일 개막을 앞둔 한국 교회 축성생활의 해를 알아본다.
 
남녀 장상회는 11월 21일 개막하는 ‘한국 교회 축성생활의 해’를 한 달여 앞둔 10월 24일 정기총회를 열고 수도회별 참여와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평화를 향한 길 위에 있는 희망의 순례자들

‘한국 교회 축성생활의 해’는 지난해 말 한국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산하 축성생활신학회가 수도자들의 쇄신을 제안하며 불을 댕겼다. 남장협 상임위원회는 이런 제안에 공감하면서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와 공동으로 주교회의에 정식 건의,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는 축성생활 담당 구요비 주교와 함께 남녀 수도회 장상회 차원에서 ‘한국 교회 축성생활의 해’를 지낼 수 있도록 허락했다.

교회가 희년으로 지내는 2025년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60주년이다. 이를 기념해 교회헌장 「인류의 빛」 반포 60주년인 2024년 11월 21일부터 수도생활 쇄신에 관한 교령 「완전한 사랑」 반포 60주년인 2025년 10월 28일까지 ‘평화를 향한 길 위에 있는 희망의 순례자들’이란 주제로 한국 교회 축성생활의 해를 지내기로 결정했다.

목적은 수도자 각자가 자신의 성소와 정체성에 대한 성찰과 반성·쇄신을 통해 세상의 어둠을 밝히고 희망을 주는 존재임을 드러내는 데 있다. 또 물질주의와 세속주의·무신론 등으로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세상에 맞서 복음을 전하는 도구로서 주어진 사명을 다시금 새롭게 하고자 한다.
 
남녀 장상회는 11월 21일 개막하는 ‘한국 교회 축성생활의 해’를 한 달여 앞둔 10월 24일 전체 모임을 열고, 6개 위원회별 경과보고와 일정 공유·수도회별 참여와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한국 교회 축성생활의 해’ A~Z

한국 교회 축성생활의 해를 준비하면서 100여 명의 수도자가 참여해 수도생활·학술·행사·청년·전례·홍보위원회 등 6개 위원회가 구성됐다. 위원회별로 남녀 수도자가 공동 위원장을 맡아 처음 맞는 한국 교회 축성생활의 해를 준비했다.

먼저 올해 11월 11일까지 남녀 수도자들을 대상으로 100문항짜리 설문조사를 진행해 각자의 성찰을 이끌고 의견을 반영할 예정이다.

11월 21일 개막하는 축성생활의 해는 12월 22일 오후 2시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구요비 주교 주례로 개막 미사를 봉헌하며 본격적인 여정에 들어간다.

6개 위원회는 내년 10월 28일 폐막 미사까지 이어지는 축성생활의 해를 위해 다채로운 행사를 기획했다.

‘평화와 일치를 위한 성직자·수도자 묵주기도 피정’을 총 23회에 걸쳐 진행한다. 수도자 워크숍도 ‘전지적 기쁨 시점’을 주제로 연중 8회 개최한다. 또 4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평화순례를 하고, 5월에는 서울 동성고 일대에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여정을 위한 ‘WYD와 함께하는 수도회 큰잔치’를 진행한다. 청년을 대상으로 종교·가톨릭교회 및 수도자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조사한다.

7월에는 수도회 장상을 대상으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과 시노달리타스 경청 피정을 진행한다. 9월 중에는 모든 교회 구성원을 대상으로 서울·대구·광주·부산에서 네 차례에 걸쳐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주제는 ‘평화의 길을 함께 걷는 희망의 순례자들’이다.

cpbc 가톨릭평화방송은 청년들이 직접 수도생활을 체험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 ‘수도원에서 나의 길을 찾다 : YOU-세미나’란 제목으로 내년 4월 부활 시기 중 방영할 예정이다.

 
한국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회장 유덕현 아빠스


“준비단계에서부터 수도자 쇄신 열정 몸소 체험”

[인터뷰] 한국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회장 유덕현 아빠스

한국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회장 유덕현(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원장) 아빠스는 한국 교회 축성생활의 해 개막을 앞두고, 수도회 내적 쇄신과 함께 참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수도자의 삶으로 초대했다.

유 아빠스는 “2015년 ‘봉헌생활의 해’라는 이름으로 보편 교회 차원에서 희년을 보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수도회와 교회 안팎의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며 축성생활의 해를 보내게 된 의미를 밝혔다.

수도회 내적으로는 성소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회원들은 고령화되고, 나아가 정체성 혼란으로 수도자의 퇴회 수 증가 등 문제를 꼽았다. 개별 수도회 차원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 여기고 한국 교회 내 170여 개 수도회 1만 4000여 명의 남녀 수도자 전체가 힘을 모아 변화와 쇄신의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이다.

동시에 무한경쟁 사회에 지친 젊은이들에게 영적 가치를 지향하는 수도회 비전을 제시하는 의미도 지닌다. 유 아빠스는 “수도자는 지상에서 하늘나라를 보여주는 정체성을 지니는데, 지금 젊은 세대나 어린아이들은 수도자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얼마 전 수도자가 없는 어느 지방 본당 신부님은 수녀님들의 수도생활을 직접 보여주기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 수도원까지 방문했다고 합니다. 수녀님의 존재도 이렇게 귀하니 남자 수도자는 말할 것도 없고요.”

유 아빠스가 우려하는 수도회 안팎의 문제는 비단 장상들만의 고민이 아니었다. 실무팀은 축성생활의 해 준비를 위해 각 수도회에 위원 추천을 받았는데, 예상 인원의 3배를 넘는 100여 명이 몰렸다.

“각 수도회에서 가장 능력이 출중한 수도자들을 보내주셨어요. 위원장들이 이 젊고 유능한 수도자들의 열정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쇄신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큰지 준비단계에서부터 몸소 체험했습니다.”

각 교구장 주교들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유 아빠스는 “학술대회 소식을 듣고 1년이 남은 시점에서 이미 개인 참가 신청을 마감한 주교님들이 여럿 있다”며 “교구 사제들도 함께하자는 요청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 아빠스는 내년 5월 ‘WYD와 함께하는 수도회 큰잔치’ 행사에 대해서도 “WYD는 교회를 넘어 국가적인 역량이 집중돼야 하는 축제이기에 교회 내 젊은이 사목 활성화를 물심양면 돕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축성생활의 해 기간 중 시노달리타스 정신도 되새긴다. 내년 7월 유흥식 추기경을 초청해 수도회 장상들을 대상으로 시노달리타스 경청 피정을 계획하고 있다. 유 아빠스는 “교황님이 말씀하시는 시노달리타스는 결론이 아니라, 상호존중과 경청의 과정이 이어지는 초대 교회의 모습”이라며 “어떤 의미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 안에서 수도자 스스로 정체성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아빠스는 “외적으로 드러나는 문제가 어떻든 한 사람이라도 자신이 속한 수도회 카리스마를 살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그 수도회는 주어진 소명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다 보면 그 길에 동참하는 젊은이들도 늘어날 거라 확신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축성생활의 해는 비단 수도자만을 위한 시간이 아닌, 한국 교회 모든 신자의 영적 성장을 위한 여정”이라며 1년 여간 이어질 여정에 초대했다.

“세상은 지금 경제 문제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진정한 행복은 거기 있지 않습니다. 세상의 기준에서 뛰어난 능력을 갖춘 수도자들이 왜 자발적으로 순명과 가난·고독을 선택했을까요. 그 많은 쾌락을 뒤로한 채 정결한 삶을 살까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영적 기쁨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참 행복의 삶으로 초대합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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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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