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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아픈 가족을 돌보는 청년들(김인숙 모니카,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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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는 ‘청년’ 이슈가 중요한 관심사로 떠올랐다. 청년 이슈는 사회경제적 조건의 변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청년 인구 비율의 감소 및 가족 돌봄 문제와 맞물리면서 우리 사회 핵심 이슈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중에서 최근 ‘아픈 가족을 돌보는 청년들(가족돌봄청년 혹은 영케어러, young carer)’이 늘면서 이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아픈 가족을 돌보는 가족돌봄청년의 규모를 18만여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의 조사에서도 가족돌봄청년 추정 인구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 대상자 중 최소 0.37에서 최대 1.45로 드러났다. 또 가족돌봄청년은 2024년 청년재단이 청년 당사자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정부가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청년 유형 2위에 올랐다.

청년 당사자들의 이러한 응답은 청년들이 가족돌봄의 어려움을 현재 혹은 미래의 큰 부담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실제로 가족돌봄청년들은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한다. 갑자기 일어난 돌봄 상황과 이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부담 및 생계 부담, 학업 중지와 같은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는 상황, 이들 어려움으로 인한 사회적 관계 단절 등이 해당한다.

청년들은 미래에 언젠가 자신이 아픈 가족을 돌보게 될 경우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버겁고 힘들다. 자신의 가족돌봄 경험을 책으로 펴내 우리 사회의 가족돌봄청년의 문제를 가장 인상 깊게 제기한 조기현의 「아빠의 아빠가 됐다」를 학생들에게 읽게 한 후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은 다른 청년의 가족돌봄 경험을 읽는 것만으로도 힘들다. 그들은 “책을 읽고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무력감이었다”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까 봐 두려웠다”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못할 수 있다는 절망감에 휩싸였다”와 같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동시에 삶의 현장과 이 삶을 지원해야 할 제도 사이의 간극을 확인하고, 진입하기 어려운 복지서비스와 정부의 미진한 역할에 분통을 터트렸다.

여러 청년 이슈가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가족돌봄청년 지원을 위한 조처들도 늘어가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정부는 올해 4개 광역시도에 ‘청년미래센터’를 개소하고 지역 사회 내 가족돌봄청년을 발굴하고 이들을 밀착 관리해 다양한 서비스를 연계하기로 했다. 그리고 선별을 통해 최대 연 200만 원의 자기돌봄비도 지원하기로 했다. 또 민간과 공공의 복지재단과 복지기관들도 이들 청년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가족돌봄청년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그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정책과 조처들을 가족돌봄청년의 욕구에 맞추어 내실화하고 현실화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이들을 발굴하는 촘촘한 체계를 갖춰야 한다.

돌봄 이슈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다. 우리는 모두 인생의 어느 지점에선가 타인의 돌봄이 필요한 취약한 존재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할 청년들이 가족돌봄을 전담하느라 미래를 저당 잡힌다면 그 자체가 우리 사회의 큰 손실이다. 가족돌봄청년의 어려움을 직시하고 공론장으로 끌어내 이들을 위한 지원정책들이 시행되게끔 행동해야 할 때다.



김인숙 모니카(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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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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