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위령 성월이다. 세속적으로는 12월이 한 해의 마지막 달이지만 가톨릭교회 전례력으로는 성탄을 앞둔 대림 시기 전이 연중 마지막 달이 된다.
위령 성월 기간 가톨릭교회는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혼을 기억하며 기도한다. 위령 성월은 998년 중세 교회 개혁에 앞장섰던 클뤼니 수도원의 원장인 성 오딜로(Odilo)가 수도자들에게 11월 1일 모든 성인 대축일 다음 날 죽은 이를 위해 특별한 기도를 드리고 성무일도를 노래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죽은 이를 위한 미사에서는 레퀴엠(Requiem)이란 미사곡을 부르는데 특히 모차르트의 레퀴엠이 유명하다. 모차르트는 35년 10개월의 짧은 생을 살았는데 그가 레퀴엠을 작곡하다가 사망해선지 레퀴엠이라고 하면 그가 먼저 떠오른다.
모차르트의 고향은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로 로마 시대 때 만들어진 역사 깊은 도시이며, 옛날부터 암염(rock salt) 광산이 있어 도시 경제의 기반이 되었다. 잘츠부르크란 이름도 잘츠가 소금(Salz)을, 부르크는 성, 도시(burg)를 뜻하는 것에서 유래했다. 작년 잘츠부르크에 다녀온 지인으로부터 암염을 선물로 받았다. 암염이란 땅속의 크고 단단한 지층에 들어있는 소금으로, 주로 수백만 년 전에 바닷물이 증발하여 생긴 것이며 전 세계 소금 수요의 3분의 2 정도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일본·영국의 전통적인 소금 생산 방식은 바닷물을 끓여서 만든 자염(煮鹽)이다. 염전에서 바닷물을 햇볕과 바람으로 증발시켜 만드는 천일염은 대한제국 말기부터 시작되었다.
소금의 주성분은 99가 염화나트륨(NaCl)으로 양이온인 나트륨 이온(Na)과 음이온인 염화 이온(Cl)이 자석의 N극과 S극이 서로 당기듯이 인력에 의해 결합되어 있는 이온결합 물질이다. 소금의 역할은 매우 많다. 음식에 짠맛을 더할 때 필수적이며 나트륨 이온은 동물의 신경계에서 자극을 뇌로 전달하기 위한 전기신호 발생에 반드시 필요하다. 극단적으로 나트륨이 부족하면 심장박동을 위한 전기적 신호전달이 불가능하여 사망할 수 있다.
또 소금은 체액의 농도 조절에 중요하며 각종 내장 기관의 생리작용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하루 1g 이상의 섭취가 필수적이다. 소금에 절인 음식은 삼투현상으로 세균이나 곰팡이의 증식을 억제하므로 소금은 방부제의 역할도 탁월하다. 이처럼 소금은 정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우주에는 기본적인 네 가지 힘인 중력·전자기력·강한 핵력·약한 핵력이 존재한다. 나트륨 이온과 염화 이온은 우주의 근원적인 힘인 전자기력에 의해 염화나트륨이 된다. 상반된 전기적 성질을 갖는 두 이온의 결합은 조화로우며 그 둘의 상호작용은 균형을 이루고 있다. ‘조화와 균형’은 ‘어울림과 치우치지 않음’이며 이는 자연의 원리다.
우리는 소금에서 짠맛뿐 아니라 그 속에 내재된 섭리를 꿰뚫어 봐야 한다. 류시화 시인의 시 「소금 인형」에 나오는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내려간 소금 인형’처럼 우리는 세상과 타인과 자신과의 관계에서, 세속(世俗)의 삶과 영성(靈性) 사이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루기 위해 우리 마음의 깊은 바다로 내려가야 한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그러나 소금이 제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할 수 있겠느냐?”(마태 5,13)
전성호 베르나르도, 경기 효명고 과학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