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는 ‘영성’이라는 과목이 있다. 초등교과목이라고 하기에는 심오하고 차원이 높은 이 과목을 가르치는 ‘영성 수녀님’은 어린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이 ‘영성’이 스며들게 한다.
월요일 아침 방송시간에 ‘기도로 동반하는 영성 시간’으로 성경의 시편을 함께 읽고 한 학급을 위해 기도한다. 수녀님이 선생님과 학급 어린이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부른 다음 “6학년 1반”하고 부르면 전교생들이 큰 소리로 “사랑하고 축복합니다”라고 외친다. 저학년일수록 기쁨이 담긴 함성은 매우 크다. 금요일에는 주일 복음을 읽고 간단한 묵상을 나눈 후에 몰입해 기도하는 한 어린이의 모습을 영상에 담아 금요일 지향 기도를 바친다.
영성교실에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라는 큰 글씨로 쓴 포스터가 정면에 붙어있어 어린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되뇌게 된다. 항상 사랑과 축복의 기도로 수업을 시작하고 마침(기도) 또한 같은 내용이다. 신자가 아닌 어린이도 참여할 수 있는 기도동아리 ‘리틀 메리’는 주1~2회 아침 시간에 모여 전 세계의 전쟁과 재해로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 특히 교회의 기도 지향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을 기억하며 평화를 위해 기도한다.
지난해부터는 전 세계 평화와 일치를 위한 100만 어린이의 묵주기도 캠페인에 동참하면서 수녀님은 우리 어린이들의 전쟁과 평화에 대한 감수성을 한층 더 높여 놓았다.
1학년 한 어린이가 가족과 함께 불국사를 방문하게 되었단다. 가족들이 기와에 소원을 적는데 어린이는 ‘성모님, 저의 친구들을 건강하게 해주세요!’라고 쓰고 성호경으로 기도했다며 “종교 대통합이네요”라고 학부모가 메시지를 보낸 일화가 있었다.
어린이들이 언제나 어디서든지 하느님과 예수님·성모님을 부르며 기도하도록 나비효과를 만드는 한 수도자의 소명에 대한 창조적인 충실성이 맺는 열매들을 보면서 감사하게 된다.
이렇게 ‘좋으시고 섭리적인 하느님의 중심성’이라는 노틀담의 교육원리를 살아내는 이 사도직 현장을 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더라”고 하지 않으실까?
박원희 수녀(노틀담 수녀회, 인천 박문초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