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8일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 위원회가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 수상자를 발표하자 과학계는 술렁였다. 순수 물리학자와 화학자가 아닌 AI(Artificial Intelligence : 인공지능) 개발에 기여한 인물들이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과학 분야 노벨상 선정 기준은 ‘인류에 헌신한 정도’와 연구의 ‘독창성’이다. 노벨상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앞으로 과학 분야뿐 아니라 일상생활에 AI가 끼칠 영향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18세기에 증기기관이 이끈 1차 산업혁명 이래로 인류는 지금 AI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섰다.
그렇다면 AI는 무엇이고 지금 어디까지 발전한 것일까? AI는 인간의 지능을 모방하거나 대체하는 기술이나 시스템이다. 1950년대 기계가 인간처럼 학습하고 발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초기 연구를 거쳐 1980년대에 인간이 입력한 정보만을 분석하던 AI가 1990년대에는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스스로 규칙을 찾아 학습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이것이 데이터를 분석해 자동으로 규칙을 찾아내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다.
현재는 인간의 뇌를 모방한 인공신경망을 기반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딥러닝(deep learning)과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콘텐츠를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생성형 AI(generative AI)시대로 왔다. 생성형 AI는 보고서 작성·그림 그리기·작곡뿐만 아니라 일반 업무에서도 인간의 능력과 대등하거나 능가하는 결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AI 시대는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AI의 대부로 불리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존 홉필드 프린스턴대 교수는 “최근의 기술 발전은 매우 불안하다. AI 알고리즘에 의해 모든 것이 통제되는 세상이 올 수 있다”고 밝혔으며,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도 “AI는 이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해를 끼치는 데에도 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에 AI는 사무직·회계직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을 대체하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인류를 지칭하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지혜로운 인간이란 뜻이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호모 사피엔스의 인지 혁명이 네안데르탈인들을 도태시켰다고 설명한다. 마찬가지로 1000억 개의 인간 뇌신경세포 기능을 뛰어넘는 인공회로망에 의한 AI 혁명이 인류를 또 다른 네안데르탈인으로 도태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현대 산업사회에서 개인 간, 집단 간, 국가 간의 관계가 더욱 복잡해짐에 따라 각 주체들은 자기보전과 손익계산에 최대한의 지능을 활용한다. 그런 상황에서 AI의 고효율적 지능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AI는 비(非)지성적이다. 가치판단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치판단은 철저히 인간적인 것이며 이때 필요한 것이 지혜다. 지혜는 시행착오·고민·노력을 통해 얻어진, 지능 이상의 것이다.
구약성경 속 지혜의 왕 솔로몬은 지혜를 갈망하고 하느님께 지혜를 청했다. 우리도 솔로몬처럼 지혜를 갈망해야 한다. 삶의 방향은 지능이 아니라 지혜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AI시대에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지혜의 시작은 가르침을 받으려는 진실한 소망이다.”(지혜 6,17)
전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