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정우성과 모델 문가비의 출산 소식은 놀라웠습니다. 지난 22일 아이의 어머니 문가비는 자신의 SNS를 통해 아이의 출산 소식을 알렸습니다. 아버지 정우성은 소속사를 통해 자신이 아이의 아버지, 친부임을 알리면서 아이 출산으로 인한 결혼 계획은 없지만, 양육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먼저 아버지 정우성과 어머니 문가비에게 축하를 보냅니다. 그간 쌓아온 자신의 이미지에 흠이 될 수도 있는데 낙태가 아닌 생명을 선택한 두 분의 용기에 감사를 드립니다. 문씨가 밝힌 것처럼 “존재 그 자체만으로” 하느님의 창조물인 아이는 세상에 기쁨과 사랑을 가져다줍니다. 모든 아이는 하느님의 사랑으로 창조됐습니다. 생명을 선택하는 용기를 낸 ‘어머니 문가비’는 아이에게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아이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는 정 씨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정우성·문가비 커플과 태어난 아이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그러기에 이번 비혼 출산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불만스럽습니다. 일부 연예 매체와 유튜버들은 유산 상속이나 양육비처럼 가십성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번 일을 정씨의 봉사 활동과 억지로 연결해 정 씨를 향한 정치적 비아냥도 합니다. 이들에게 쏟아지는 모든 말들이 요한 복음서에 나오는 여인에게 던지는 돌처럼 느껴집니다. 유명 연예인에게도 이렇게 가혹하게 대하는데, 생명을 지키겠다고 외로이 출산한 평범한 이들에게는 오죽하겠나 싶습니다. 주위 시선 때문에 낙태를 선택하게 만드는 우리 공동체의 분위기가 안타깝습니다. 호기심은 접어두고 아이를 위해 화살기도라도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로 가족 구성 형태를 다양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걱정입니다. 혼인을 통한 가족이라는 우리 사회의 전통적 가족관이 고리타분하다는 겁니다. 유명인 사오리의 비혼 출산에 이어 이번 문 씨의 비혼 출산에 젊은 세대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정부는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가족 구성 형태를 다양하게 만드는 정책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출산율이 자꾸 떨어지는 데 이렇게라도 출산율을 높이자는 겁니다. 프랑스 같은 유럽 국가처럼 비혼 ‘커플’이나 동성 ‘그룹’에게도 가족 지위를 인정하자는 법안을 국회는 논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출산율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최근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의 지적처럼 한국의 출산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때문입니다. OECD 국가에 견주어 긴 노동시간, 의대 입시 열풍에서 보듯 피라미드 경쟁 교육, 돈이 최고라는 물질주의와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정치 등이 저출생의 근본 이유입니다. 그래서 가족 구성의 다양성보다 태어난 아이가 마주할 현실을 바꾸어야 출산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아버지 정우성 어머니 문가비>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생명을 지키는 모든 이들을 지지합니다. 2천여 년 전 마리아의 잉태와 요셉의 용기처럼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기를 기도하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