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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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 소재 문화재 환수에 종교계와의 협력 매우 중요”

[이상도 선임기자의 톡(talk)터뷰]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김정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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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김정희 이사장이 미소를 짓고 있다.
 


우리 문화유산 중 종교 관련 비중 커

환수 과정에 가톨릭 도움 많이 받아



세계적 박물관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

더 많은 사람이 찾아가도록 만들어야




지난 8월 12일. 1909년 이후 한국에 파견됐던 성 베네딕도회 소속 독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선교사들이 촬영한 사진들이 대거 공개됐다. 100여 년 전 사진 속에는 이 땅에서 선교사들이 운영한 학교 교육현장부터 성곽·사찰을 비롯해 변하고 사라져간 우리 문화유산들이 생생히 남아있었다.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 형제들의 얼굴 등 대한제국 말과 일제 강점기 초기 모습들도 함께였다. 이 귀중한 사진이 공개되기까지는 국가유산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과 한국교회사연구소의 2년여에 걸친 노력이 있었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김정희 이사장을 만나 그 경위와 재단이 펼치고 있는 국외 문화유산 환수 노력에 관해 들었다.



수도원 아카이브 사진, 20세기 초 한국인의 모습 담긴 귀한 자료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2021~2022년 한국교회사연구소와 함께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아카이브(기록보관소) 소장 한국 사진에 대한 실태조사 및 사진 이미지 고도화 작업, 조사자료 분석을 실시했다. 사진은 당시 조선에 온 상트 오틸리엔 선교사들이 촬영한 것이었다. 그 결과 113년 만에 20세기 초 한국인의 모습이 완벽하게 되살아났다.

“한국 관련 자료로 분류된 유리건판과 랜턴 슬라이드, 셀룰로이드 필름 등 2077점을 전수조사한 후 1874점을 선별해 보고서에 수록했습니다. 그중 118점은 주제별로 분류해 도판과 해설을 넣어 상세하게 소개했고요. 사진은 20세기 초 베네딕도회 선교사들의 눈으로 기록한 한국인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기록된 귀중한 자료입니다. 특히 1911년 한국을 방문한 수도원 노르베르트 베버(1870~1956) 총아빠스는 ‘오토크롬(Autochrom)’이란 기술을 사용해 천연색 사진을 남겼습니다. 당시로서는 세계적 최첨단 기술이었던 천연색 사진을 남겼다는 점이 매우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과의 귀한 만남

독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은 20세기 초 한국에 파견된 선교사들이 수집한 다수의 한국문화유산을 소장하고 있는 한국 근대사의 보물창고다. 재단이 수도원 아카이브 소장 한국사진에 대한 실태조사를 시작한 건 2021년. 하지만 그 때는 지구촌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몸살을 앓던 시기였다.

“수도원 아카이브를 조사하기 시작할 때 코로나19 팬데믹이 극심해져 현지 조사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백신 접종이 본격 시작되기도 전이어서 국외 출장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해당 기관에서도 외부인이 오는 걸 꺼렸고요. 다행히 한국교회사연구소,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박현동 아빠스님, 신부님, 수사님을 비롯한 많은 분의 도움으로 무사히 현지 조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은 우리에게 다수의 문화재를 기증했다. 김 이사장은 “재단과 상트 오틸리엔과의 만남은 귀한 인연”이라며 감사의 뜻을 거듭 전했다.

“수도원은 우리나라 유물이 굉장히 많은 곳 중 하나입니다. 우리와 인연을 맺기 이전인 2005년 겸재 정선의 유명한 화첩을 무상으로 기증한 적 있습니다. 경매 추정가가 50억 원이었죠. 2014~2015년에는 희귀 식물표본 402점과 17세기 익산 지역 호적대장을 기증했고요. 2018년에는 국내 최초의 양봉 교재인 「양봉요지」와 국내외에 10여 벌밖에 남지 않은 조선 시대 갑옷(면피갑)을 기증했습니다. 2020년에는 남성용 혼례복(단령)을 기증했습니다. 또 재단과 수도원은 선교박물관 소장 한국문화유산 조사 및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긴밀하게 협력하며 좋은 성과들을 만들어 왔습니다.”

 

김정희 이사장이 예레미아스 슈뢰더 성 베네딕도회 오틸리엔 연합회 총재 아빠스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제공

 

김정희 이사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 환수 유물로 꼽은 13세기 고려 나전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제공
 


문화유산 이동 역사 속 가톨릭 선교사들의 활동 주목

재단 업무 중 많은 부분이 종교와 관련 있다.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이 공개한 100여 년 전 사진에 앞서 2023년 환수한 고려 시대 사경 「묘법연화경」은 불교 관련 문화재였다. 이 때문에 재단은 종교계와의 협력을 특별히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 문화유산 중 종교 관련 문화유산 비중이 매우 큽니다. 불교문화 유산 중엔 문화재가 많아 그 자체를 조사하고 환수한 경우가 많습니다. 가톨릭교회를 통해서는 조사와 환수 과정에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문화유산 이동의 역사를 보면 가톨릭교회의 경우, 과거 우리나라를 방문한 선교사들의 활동이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또 해외 종교기관에서 우리 문화유산을 보관하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재단이 활동하는 데 각 종교계와의 협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

그러면서 종교계와의 협력을 통해 좋은 자료들이 추가로 환수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아직 말씀은 못 드리지만, 아마 조만간 좋은 자료들이 들어올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옛날 우리나라에 계셨던 분들이 쓰셨던 글, 사진 자료 같은 것입니다.”

해외 소재 문화유산, 다 가져올 수는 없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2012년 해외에 있는 한국 문화재의 조사와 연구, 반출 경위 확인, 불법 유출된 문화재 환수 및 현지 활용 관련 사업을 위해 설립됐다. 재단 설립 이후 이뤄진 환수 문화유산은 1210건 2492점에 이른다. 최근에 환수된 대표적 작품으로는 「독서당계회도」(2022년 환수), 고려 시대 나전칠기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2023년 환수), 임시정부가 1919년 국제연맹에 제출한 「한일관계사료집-국제연맹제출 조일관계사료집」(2024년 환수) 등 한국사에 매우 귀중한 사료들이다.

김 이사장은 “재단이 그간 환수한 유산 가운데 지난해 일본에서 가져온 고려 나전칠기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일본 개인 소장가의 창고에서 100년 넘게 보관해 온 유물입니다. 학계는 물론 최근까지 일본에서조차 그 존재가 알려져 있지 않은 유물을 발굴했다는 점에서도 그 의의가 매우 큽니다. 영롱하게 빛나는 자개와 세밀한 문양 표현은 물론 보존상태도 고려 나전을 대표할 만큼 뛰어납니다.”

김 이사장은 그러나 “외국에 있는 한국 문화유산을 다 들여오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했다. 문화유산 환수도 필요하지만,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을 현지에서 활용함으로써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외국인들에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한국으로 다 가져올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세계적인 박물관에 있는 우리 유산을 많은 사람이 찾아가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국민들이 이런 점을 이해해주시고 선조들이 남긴 자랑스러운 보물들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업무 원칙 제1의 가치는 ‘신뢰’

김 이사장이 우선하는 가치는 ‘신뢰’다. “문화유산을 환수하고, 현지에서 활용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관계 기관과 담당자들의 도움 없이는 진행되기 어렵습니다. 신뢰 관계를 쌓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한 국외 문화유산 환수와 활용을 위해 예산과 인력이 더 확충되면 좋겠습니다.”

김정희 이사장은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한국미술사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원광대 교수로 재직했고, 한국미술사학회 회장, 문화재청·서울특별시 문화재위원을 지냈다. 2022년 10월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제4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raelly1@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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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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