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10달간 10억 2224만 9850원 전달
가톨릭평화신문 독자들은 올 한해도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도우며 하늘에 차곡차곡 보화를 쌓았다. 본지 사랑나눔 캠페인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를 통해서다. 모두 45명(개인 또는 단체)에게 성금 10억 2224만 9850원이 전달됐다. 2023년 12월 10일부터 2024년 10월 13일까지 독자들이 이웃 사랑을 담아 십시일반으로 모은 기금이다.
성금은 홀로 투병하거나 폭력으로 몸과 마음에 상처 입은 이웃,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신앙의 끈을 놓지 않은 형제자매에게 전해졌다.
미혼모와 아기들 따뜻한 겨울나기
갑작스러운 화재로 하루아침에 집과 반려견을 모두 잃은 김효주(아녜스, 66)씨는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덕분에 힘과 용기를 얻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계곡 근처에 살던 김씨는 집이 불탄 자리에 가톨릭 신자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캠프장을 조성했다. 받은 사랑에 호응해 자신 또한 남들과 나누는 삶을 살기로 한 것이다. 그는 “독자분들 도움으로 감사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며 “저 역시 앞으로 꾸준히 주님 사랑을 실천하며 살겠다”고 전했다.
특히 올해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는 미래 주역이자 사랑이 가장 필요한 어린아이들을 향한 사랑이 두드러졌다. 미혼모 보호시설 춘천 마리아의 집은 겨울을 앞두고 고장 난 보일러를 고칠 여력이 안 돼 미혼모와 아기들이 추위에 무방비로 노출될 상태였다. 이같은 위기는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를 통해 독자들이 보내준 성금(약 4280만 원)과 cpbc TV 매일미사 후원금에 힘입어 축열식 전기보일러를 가스보일러로 교체하면서 해결됐다. 춘천 마리아의집은 새 보일러 사진과 함께 보낸 편지에 “교우님들께 성령을 불어넣어주시는 하느님을 강하게 체험했다”며 “혼란한 세상 안에서 따뜻한 마음을 나눠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임종 준비하다 세례받고 눈 뜬 봄이
70시간 동안 의식이 없어 임종을 준비하던 어린이가 세례를 받자마자 눈을 뜨는 기적 같은 소식도 전해졌다. 중증 뇌병변장애를 앓는 6살 봄이가 그 주인공이다. 의사가 ‘올해를 넘기기 어렵다’고 했던 봄이는 의식을 잃은 채 산소호흡기로 연명하다 12일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졌다. 찬물로 팔다리를 적셔도 미동조차 하지 않을 정도였다. 급하게 연락받고 온 문병찬(대구대교구 제5대리구 사회복지담당) 신부가 이마에 축성된 기름으로 성호를 긋는 순간, 봄이가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는 달콤한 낮잠이라도 잔 것처럼 기지개를 켜더니 방실방실 웃으며 주변을 둘러봤다고 한다. 모두가 놀란 가운데 어머니 박민정(34)씨가 소리쳤다. “봄이야, 너 정말 눈 뜬 거야?”
봄이 엄마 박씨도 난소암 3기를 앓고 있다. 박씨는 “독자분들이 보내준 사랑이 기적을 불러온 것 같다”며 “앞으로도 많은 고비가 있겠지만, 저도 봄이도 잘 버텨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편과 함께 곧 세례받을 것”이라며 “가족이 함께 성당에 가고 싶다”고 밝혔다.
이주노동자 가족에 온기 전해
낯선 한국 땅에서 미래를 위해 피땀 흘려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온기가 전달됐다. 생후 7개월 아기가 심장질환(폐동맥협착)을 앓아 괴로워하던 20대 카자흐스탄인 부부 이슬람벡·두르도나씨. 아기가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는 기쁨도 잠시, 눈덩이처럼 불어난 병원비를 보고 망연자실했다. 다행히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성금(약 3780만 원)과 한국심장재단 도움으로 병원비를 댔고, 아기도 재수술이 필요없을 정도로 건강해졌다. 내년 2월 둘째 아이도 태어날 예정이다. 이들 부부는 독자들에게 “어려운 시기에 저희 아이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을 주셨다”며 “친절과 이해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웃사랑 국경을 넘어
국경을 넘어 전쟁과 자연재해·열악한 환경으로 어려움을 겪는 교회 공동체에도 사랑이 전달됐다.
20년째 이어진 내전으로 피폐해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도 가장 가난한 아테데 마을. 이곳 소녀들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우물까지 물을 뜨러 가느라 학교에 갈 기회조차 없다. 몸집에 비해 매우 큰 물통을 들고 힘겹게 비포장도로를 걷는 그들은 언제나 교통사고와 성폭력 위험에 노출돼 있다. 고생해서 떠온 물마저도 회충 알이 득실대는 흙탕물이라 전염병에 걸리기 일쑤다. 이에 국제협력기관 한국희망재단은 주민들이 안전한 물을 마시고, 소녀들도 중노동에서 해방돼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성금 2335만 7000원으로 마을 식수시설 건립에 나섰다. 현재는 수질 검사 단계다.
한국희망재단 이사장 서북원(수원교구 상현동본당 주임) 신부는 “오염된 물을 마실 수밖에 없는 우간다 아테데 마을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나눔을 실천해주신 독자들에게서 주님의 자비를 체험했다”며 “생명의 물을 선물해주신 따뜻한 사랑에 현지인들이 큰 감동과 힘을 얻었다”고 전했다.
오랜 전쟁의 상흔이 아직 아물지 않은 이라크 아르빌 그리스도인 공동체에도 성금 약 1550만 원이 전달됐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의 박해를 피해 고향을 떠난 피란민들이 지내는 곳이다. 독자들이 이들에게 내민 사랑의 손길은 교황청재단 가톨릭 사목 원조기구 고통받는 교회 돕기 ACN 한국지부를 통해 아르빌 마르 카르다크 학교 유치원 증축에 쓰였다.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놀이터와 6개 교실을 갖춘 현대식 유치원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학부모 마리사씨는 “아이들이 배우고 성장하는 모습을 꿈꾸는 것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루기 어려운 바람이었다”며 기쁨을 표했다.
돕고 싶은 마음 행동으로 옮기는 분들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 보도주간 조승현 신부는 “세상에 어려운 사람도 있지만, 그들을 돕고 싶어하는 이들 역시 존재한다”며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를 눈여겨보면서 돕고 싶은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모두를 위해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는 내년에도 독자들과 함께 제 역할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는 매주 어려운 이웃과 공동체 사연을 소개하고, 사연이 소개된 일주일간 모금된 성금 전액을 전하는 사랑 나눔 기획 보도다. 처음 시작된 2001년부터 오늘날까지 모두 1133명에게 약 187억 원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