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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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특집] 생명·평화 기치로 화해 호소… 사회적 약자 곁에서 목소리 함께 냈다

사회사목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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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4월 15일 목포 산정동성당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모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의대 정원’ 정부-의료계 갈등 봉합 촉구

조력존엄사법 입법 반대 의견 적극 피력

남북 긴장 고조에 국민 안전 보장 호소



새만금 상시 해수유통으로 생태계 복원

세월호 참사 10주기 담화 발표·추모 미사

정부에 국민 생명 최우선 국정 운영 요청



2024년은 정부와 의료계 갈등부터 대통령 비상계엄령 선포까지 국민 생명과 인권을 담보로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닥뜨린 한 해였다. 한반도 갈등도 어느 때보다 심각했다. 교회는 생명·평화를 기치로 화해를 호소했고, 목소리가 필요한 이들 곁에 머물렀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를 타파하는 활동에도 앞장섰다. 연초 4·10 총선부터 연말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까지, 다사다난했던 2024년 한 해 동안 교회는 진리와 정의, 연대를 외쳤다.



생명

한 해 동안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문제로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았다. 교회는 생명의 가치를 내세우며 갈등 봉합을 촉구했다. 주교회의는 ‘인간 생명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란 담화를 내고 “환자들의 생명을 위험으로 몰거나 볼모로 잡는 일은 결코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며 대화로 타협점을 찾자고 요구했다.

4·10 총선 이후 개원한 제22대 국회가 출범 한달여 만에 ‘조력존엄사’법안을 발의했다.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조력자살을 허용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교회는 반대 의견을 적극 피력하는 한편,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을 인간이 마음대로 침해하거나 결정할 권한이 없음을 거듭 알렸다.

지난 7월에는 임신 36주차에 낙태수술을 했다고 주장하는 영상이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생명운동단체 연합 ‘행동하는 프로라이프’ 등은 법무부에 ‘태아생명보호법’을 속히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4월 진행한 생명대행진에서 미국의 생명단체 ‘하트비트 인터내셔널’과 협업해 낙태약 효과를 극적으로 반전시켜 태아의 생존을 높이는 ‘낙태약 반전 치료법’을 국내에 도입한다고 밝혔다.

교회는 사형제도 폐지에도 계속 목소리를 높였다. 14개 종교·인권·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사형제도 폐지 종교·인권·시민단체연석회의’는 10월 10일 사형폐지의 날을 맞아 이 제도의 완전한 폐지를 거듭 촉구했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는 가운데, 교회는 전국 교구와 본당 차원에서 출산축하금 지급 등 다양한 방식으로 힘을 보탰다.

또 챗GPT 열풍과 딥페이크 등 미디어 윤리 문제가 대두되면서 교회는 심포지엄 등을 통해 생명에 기반을 둔 공동선과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되새겼다.

 
지난 10월 16~20일 ‘2024 가톨릭한반도평화포럼’에 참여한 한·미·일 청년들이 현장답사로 방문한 철원 월정역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반도 평화

올해는 북한 오물풍선 살포에 이은 우리 정부의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등 일촉즉발의 한반도 위기 상황이 이어졌다. 교회는 남북의 ‘강대강’ 대응이 심리전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전하며 ‘회심의 은총’이 필요함을 호소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는 11월 ‘한반도 긴장 고조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의 호소문’을 발표하고, 남북 지도자와 정치인들에게 “국가의 첫 번째 임무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적 연대도 이어졌다. 일본 가톨릭 정의평화협의회 전문위원인 미츠노부 이치로(일본 예수회) 신부를 비롯한 한국과 일본 종교시민단체 대표들은 ‘8·15 공동성명’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일본 평화헌법 수호’ 등을 외쳤다. 한·미·일 청년들은 전쟁과 생태계 파괴로 얼룩진 한반도 역사 현장을 방문하고, 평화를 위한 연대와 기도에 동참하기로 약속했다.

북향민에 대한 관심도 이어갔다. 서울대교구·수원교구·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올해 처음으로 추석맞이 합동 위령 미사를 봉헌하며 민족의 애환을 보듬었다.

 
전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정의평화위원회가 7월 22일 새만금 생태계 복원 기원 첫 번째 월요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생태환경

한국 교회는 상시 해수유통으로 새만금의 생태계를 복원해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되살리는 데 앞장섰다. 전주교구는 7월 22일부터 전북 부안 해창 갯벌에서 월요일마다 새만금 생태계 복원을 기원하는 미사를 봉헌하기 시작했다. 새만금 사업이 초기 취지와 달리 개발 이익에만 초점을 맞추고, 생태계 파괴 등 환경에 대한 고려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핵발전소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꾸준히 목소리를 냈다.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 산하위원회는 공동 심포지엄을 열고 ‘기후위기 시대,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과 신규 핵발전소의 안전성 문제’를 꼬집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와 일본 주교회의 정의평화협의회 탈핵소위원회는 경주 월성 원전과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밀집지역을 방문해 제10차 한일탈핵평화순례 및 간담회를 열고, 10년간의 여정을 되짚었다.

전국 교구와 본당은 탄소 감축에도 앞장섰다. 올해 가톨릭 환경상 대상을 받은 대전교구 천안성정동본당은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해 공동체가 사용하는 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자급, ‘탄소중립’을 실현해냈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는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우리 농촌이 생산하는 건강한 먹거리를 도시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는 통로로 1994년 6월 설립, 가톨릭농민회의 생명농업을 지지하면서 도농이 함께하는 생명공동체 운동을 이끌어왔다.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위기와 농민의 초고령화, 급변하는 음식문화 등 어려움 속에서도 생명공동체를 향한 열망으로 지속해온 대표적 교회 생명 운동이다.

 
정순택 대주교가 1월 24일 교구장 접견실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만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목소리가 필요한 이들 곁에서

올해는 세월호 참사 10주기였다.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는 위원 주교단 공동명의로 세월호 참사 10주기 담화를 발표하고, 사회적 약자를 향한 열린 마음과 연대를 호소했다. 정부에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정 운영을 촉구했다. 전국 교구는 기도와 미사로 함께 추모했다.

6월 24일에는 경기도 화성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외국인 근로자 18명을 비롯한 23명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화성 공장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희생자들을 기렸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아 추모 메시지를 발표하고 “우리 교회는 유가족 곁에서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11월 8일에는 미등록 이주 아동 출신 강태완(32, 몽골명 타이반)씨가 전북 김제시 특장차 회사에서 10톤짜리 무인 건설장비와 고소작업 차량 사이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이후 의정부교구 엑소더스를 중심으로 교회는 미등록 이주 아동의 체류권 보장과 이주민 권리 확보에 앞장서고 있다.



정의·평화

암흑의 시기 횃불이 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함세웅 신부는 9월 23일 50주년 감사 미사에서 “순교자들과 순국선열들의 뒤를 따라 50년 중턱에서 또 다른 50년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11월 28일에는 ‘천주교 사제 1466인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연말 정국은 대혼란에 빠졌고, 12월 14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각 교구 정의평화위원회를 비롯해 사제단부터 청년들까지 시국 미사를 봉헌하고 시국 선언을 발표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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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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