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자는 1년에 두 번 주님 부활과 주님 성탄 대축일 전에 의무적으로 고해성사에 임하고 성체를 영해야만 한다. 이를 판공성사라 한다. 잘못을 고백하고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는 고해성사는 하느님과 화해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고해성사를 하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고해소는 자신의 잘못을 고해하는 장소(告解所)이기도 하지만 마음의 짐과 고통이 해소(苦解消)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1년에 두 번 최소 6개월마다 고해성사에 임한다는 것은 6개월이란 시간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마음에 붙어있는 세속적 삶의 때를 씻어내야 할 일종의 유통기한이고, 처음의 순수한 마음가짐으로 돌아가야 할 결심을 해야 하는 신앙심의 중간평가 기간이기 때문인 듯하다.
어떤 물질의 처음 양을 1이라 할 때 그 양의 1/2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과학 용어로 반감기(半減期, half-life)라 한다.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되는데, 양성자끼리는 같은 양전하를 가지고 있어 서로 밀어내는 힘이 작용한다. 이러한 양성자들은 ‘강한 핵력’이라는 더 큰 힘에 의해 양성자와 중성자가 서로 결합하여 원자핵을 이루게 된다.
우라늄·라듐 같은 방사성 원소들은 양성자의 수가 매우 많아 같은 전하를 띤 양성자끼리 밀어내는 힘이 강해 원자핵이 붕괴된다. 이를 방사성 붕괴라고 하는데 붕괴를 거듭하다 보면 원자핵이 처음 가진 방사능의 양이 1/2로 줄어들게 되며 이때까지 걸린 시간이 반감기다.
예를 들어 방사성 원소 세슘(Cs)의 반감기는 30년이다. 30년이 지나면 처음 양의 1/2로 줄어든다. 세슘이 처음 양의 1/8로 감소했다면 이것은 반감기인 30년을 세 번 지난 것이므로 결국 90년의 시간이 흐른 것이다. 이러한 원리로 탄소14나 질소15 같은 방사성 동위원소들의 반감기를 이용하면 고대 유물이나 유적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를 측정할 수 있다.
반감기는 물질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마음과 정신에도 반감기가 있다. 금연이나 금주 계획, 운동이나 다이어트 계획처럼 새해를 맞이하며 다짐했던 목표들, 또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의 굳은 결심은 짧게는 며칠, 혹은 몇 달 후 반으로 줄어 이내 완전히 사라지기도 한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이 있듯이 굳은 결심이 삼일도 못 간다면 그 사람의 의지는 반감기가 1.5일인 것이다. 결국 사람의 마음에서는 반감기가 길수록 처음 결심이 오래 지속될 것이다.
한 집단의 리더는 처음 그 자리에 올라갈 때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존중하며 그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선한 역할을 하겠노라고 공식적으로, 그리고 스스로에게 다짐했을 것이다. 또 구성원들은 그것을 기대하고 권한을 위임한다. 하지만 리더가 가진 마음의 반감기가 짧다면 그 단체의 구성원들은 불행해진다. 구성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며 섬기려 하지 않고 권위적으로 섬김을 받으려 할 때 죄악은 시작된다. 권위는 위에서부터의 강요에 의해 인정받는 것이 결코 아니다. 권위는 서로 간의 소통과 이해를 통해 아래서부터 위로 인정되는 자연스러운 영향력이어야 한다.
오늘, 섬김을 실천할 수 있는 참 리더가 우리 주변에 과연 존재하는지 되물어 본다. “너희 가운데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20,26)
전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