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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신앙] (11)올베르스의 역설 (전성호 베르나르도, 경기 효명고 과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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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트리 위에 있는 큰 별은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경배하러 온 동방 박사들을 이끈(마태 2,1-10) 베들레헴의 별을 상징한다. 이 별은 많은 천문학자에게 관심의 대상이었다. 코페르니쿠스의 우주 체계를 수학적으로 증명한 케플러 같은 근대 천문학자들은 베들레헴의 별이 사실은 별이 아니라 목성과 토성이 매우 가까워진 합(合) 현상에 의한 것이라 추정했다.

현대 천체 물리학자들은 B.C. 5년 밤하늘에 등장한 신성(新星)을 베들레헴의 별로 추정하는데 이 신성에 대한 기록은 우리나라 삼국사기(三國史記) 및 중국 전한서(前漢書)에도 있다. 동방 박사들을 인도한 별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지금도 어디선가 밤하늘에서 빛나고 있을 것이다.

우주에는 무수히 많은 별이 있다. 태양계가 속한 우리 은하에만 4000억 개 이상의 별이 있다. 우주가 무한하고 별들이 고르게 분포한다면 우리가 바라보는 2차원 평면의 밤하늘은 어둡지 않고 밝아야 한다. 이러한 모순을 ‘올베르스의 역설’이라 하는데 혜성 궤도의 계산법을 알아낸 독일의 천문학자 하인리히 빌헬름 올베르스가 1823년 그의 책에서 언급한 내용으로 케플러나 뉴턴 같은 과학자들도 풀지 못한 난제였다.

이 역설을 풀어줄 단서는 놀랍게도 아마추어 천문학자이자 추리소설의 창시자인 미국 시인 에드가 앨런 포의 산문시집 「유레카」에서 나왔다. 그는 “별이 무수히 많아도 별빛이 지구에 도달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우주가 빈 공간처럼 보이는 이유는 별빛이 아직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실제로 에드윈 허블이 외부 은하 관측으로 우주 팽창의 증거를 제시하면서 포의 통찰력이 다시 주목받았다. 현대에 와서 우주 팽창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빨라 우리가 별빛을 보기 전에 우리와 별빛 사이의 거리가 더 멀어져 우주의 모든 별빛을 볼 수 없어 밤하늘이 어둡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올베르스의 역설은 또 다른 역설을 떠올린다. 통계청이 밝힌 2024년 세계 인구수는 81억 6000만 명이다. 이 중 그리스도교(천주교·개신교·정교회·성공회 등) 신자가 전체 31.4인 약 25억 명, 이슬람교가 25.5인 20억 명, 힌두교가 15인 11억 5000만 명, 불교가 6.4인 4억 8000만 명 등 세계 인구의 약 84가 종교를 믿는다. 이처럼 종교를 믿는 인구수가 별처럼 많은데도 역설적으로 세상은 밤하늘보다 어두운 면이 많다.

2024년 7월 유엔 세계 식량안보·영양상태(SOFI) 보고서는 2023년 전 세계 인구 11명 중 1명, 아프리카 인구 5명 중 1명이 굶주리고 있다고 한다. 미국 싱크탱크 외교협회(CFR)의 ‘국제분쟁 추적지도’를 보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이스라엘과 하마스 등 전 세계에서 분쟁 지역만 34곳이나 된다.

세상에 굶주림과 전쟁 등의 어두운 면이 끊이지 않는 것은 타인에 대한 이해와 관용의 부족, 사랑을 실천하려는 개인과 집단의 행동 부재에 그 책임이 있다. 종교가 있는 개인이나 집단은 타자에게 사랑과 관용을 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이 믿는 종교의 교리를 백 번 듣고 새겨도 한 번 실천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신앙이 아니다. 겉으로는 번듯한 신앙인이지만 돌아서면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역설적인 모습의 주인공은 내가 아닌지, 모두가 성찰해야 한다.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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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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