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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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드 교회를 실천하며 WYD 준비에 박차 가하는 2025년 희년

[신년대담]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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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2025년 한국 교회와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년 을사년(乙巳年) 새해가 밝았다. 보편 교회는 지난해 10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를 마무리하고, 2025년 희년을 맞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포한 주제 ‘희망의 순례자’에 맞춰 시노드 교회를 향한 여정을 이어간다. 한국 교회 차원에서 2025년은 다가오는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하면서 청년 사목 활성화를 위한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는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노인 문제와 증가하는 청년층 실업률을 비롯한 청년 문제, 또 극심한 경기침체에 따른 양극화와 이념과 진영 논리에 따른 편 가르기 문제, 경색된 남북관계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본지는 새해를 시작하며 서울대교구장이자 평양교구장 서리인 정순택 대주교와의 신년 대담을 통해 한국 교회와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지난 2024년 
지난해 세계주교시노드 마무리
이제 우리 교회는 본격적 시작 

희년인 새해에는 
희망·순례·선포하는 교회 지향 
복음의 기쁨 전하고 사는 한해 

2027 WYD를 향해 
젊은이들이 주도하는 대회 됐으면 
교구·타종교·정부와 협력 방안 찾아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로서 한국 교회 신자들과 북녘 교회 형제들에게 새해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2025년 새해를 맞아 주님 안에서 평화와 희망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지난 2024년은 우리 사회에 큰 아픔과 혼란을 안겨주며 마무리되었습니다. 갑작스러운 계엄으로 촉발된 어려운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상흔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이런 시련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보여준 성숙한 시민 의식과 평화로운 연대의 모습이 바로 그것입니다.

희망은 단순한 낙관이 아닙니다. 그것은 시련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믿음이며,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확신에서 비롯됩니다. 바오로 사도께서는 “환난은 인내를 자아내고, 인내는 수양을, 수양은 희망을 자아냅니다”(로마 5,3-4)라고 말씀하시며, 희망이야말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임을 가르치십니다.

올 한 해도 이러한 희망으로 굳건해지는 나날이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이미 우리가 보았던 희망의 가능성이 더욱 꽃을 피워 각자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선을 향해 서로 손을 내밀고, 서로에게 희망의 징표가 되어주는 공동체가 되길 희망합니다.

우리 교회도 같은 희망으로 2025년을 살아가고자 합니다. 올해는 우리 교회가 희년으로 선포한 해입니다. 교황님께서는 이번 희년의 주제를 ‘희망’으로 정하시며, 절망 속에서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진리와 선,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을 되새기라고 당부하셨습니다. 희년은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해입니다. ‘희망’을 통해 우리가 서로를 용서하고 화해하며 주님 사랑 안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이뤄가길 기대합니다.



교구장으로서 세 해를 보내셨습니다. 2024년은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공적인 업무로 장거리 출장이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 준비와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를 위해 로마를 세 차례 방문하고,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중앙위원회 회의를 위해서도 태국을 두 차례 방문했습니다. 육체적으로는 좀 힘든 한 해였지만, 두 차례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에 한국 교회 대표로 참석하면서 시노드라는 굉장히 중요한 교회의 시간에 함께할 수 있었다는 점은 큰 보람이었습니다.

 
정순택(맨 오른쪽) 대주교가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제2회기가 열린 바티칸 바오로 6세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왼쪽 두 번째) 추기경, 시노드 봉사자 및 참자가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제공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가 지난해 10월 마무리됐습니다. 앞으로 한국 교회가 시노드 정신을 더욱 깊이 해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시노드 교회를 향한 우리 발걸음은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교회 차원에서, 더 나아가 보편 교회 차원에서 선교하는 시노드 교회를 향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선교하는 시노드 교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사목자들에게도 시노드 교회를 향한 리더십, 시노드적인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2025년 사목교서에서 2025년 희년 주제인 ‘희망의 순례자’에 맞춰 ‘희망하는 교회, 순례하는 교회, 선포하는 교회’로 나아가자고 강조하셨습니다.

신앙인으로서 영원한 생명, 참된 사랑과 행복을 볼 수 있는 눈이 있기에, 정치·경제적, 현실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리스도인들은 희망을 선포해야 합니다. 순례는 외적으로는 신앙과 땀의 의미, 우리의 인생이 영원한 생명을 향한 순례라는 것을 되새기는 시간이기도 하고, 또 내적으로는 성체조배 등을 통해 하느님을 향한 영혼의 순례, 영적 여정의 순례를 하는 시간입니다. 선포하는 교회를 위해 우리는 복음의 기쁨을 전하며 그 기쁨을 살기 위해 교회 모든 구성원이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한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2024년 11월 바티칸에서 열린 ‘WYD 십자가’와 ‘로마 구원의 백성 성모성화’ 이콘 전달식에 참가한 정순택 대주교와 청년들.
 
2024년 11월 바티칸에서 열린 ‘WYD 십자가’와 ‘로마 구원의 백성 성모성화’ 이콘 전달식에 참가한 서울대교구 주교단과 사제단, 청년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올해는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되면서 청소년·청년 사목뿐만 아니라 한국 교회 전체가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됩니다. 많은 행사에 청년들과 함께하신 소감은 어떠셨습니까?

젊은이들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그들이 가진 순수함과 열정에 대해 느끼고 있습니다.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해 나가면서 젊은이들의 아름다움과 순수함, 열정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젊은이들이 세계청년대회를 주체적으로 준비해 나가면서 젊은이들이 그 시간 안에서 좀 더 하느님을 만날 수 있길 기도하겠습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위해서는 각 교구 간 협력과 소통, 아울러 타 종교, 정부와의 협력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에 대한 청사진과 계획이 있으십니까?

국회에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특별법이 발의돼 통과를 기다리고 있고요. 세계청년대회가 세계적 행사인 만큼 정부·지방자치단체와도 협력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각 교구와의 협력에 있어서도 교구 지역 조직위원회에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장이신 김종강 주교님께서 사전 교구 대회 준비위원장으로 참여하고 계시고, 주교회의에서 파견된 신부님들, 각 교구 청소년국 국장 신부님들도 함께하고 계십니다. 다른 종교와의 협력에서도 이해와 협력을 위한 대화의 창구를 마련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2024년 12월 13일 서울대교구청에서 '하느님의 종 바르톨로메오 브뤼기에르 소(蘇) 주교’의 시복을 위한 예비 심사 법정 개정식 후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시복시성 추진 
브뤼기에르 주교·김수환 추기경 등 
전구 기도와 현양 등 협력 당부 

1인 가구 급증 등 우리 사회는   
저출생과 이주민·난민 문제 있어
가정의 사랑 전하고 약자들 품어야 

정국 혼란과 남북관계 경색  
모든 국민 끌어안는 교회 돼야 
남북관계에 대화의 물꼬 트이길




교구는 초대 조선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시성을 위해 기도와 현양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김수환 추기경과 방유룡 신부에 대한 시복시성도 추진 중입니다. 앞으로의 절차와 교구 계획은 어떻게 되며, 신자들은 어떤 방법으로 현양에 동참해야 할까요?

지난해 12월 13일 브뤼기에르 주교님 시복을 위한 교구 단계 시복 재판(예비 심사)도 시작됐습니다. 브뤼기에르 주교님의 경우 교구 차원에서 시복을 진행하는 첫 사례이기 때문에 앞으로 기쁘게 시복 절차를 준비해 나갈 계획입니다. 김수환 추기경님과 방유룡 신부님에 대해서도 브뤼기에르 주교님과 같은 절차를 밟아 시복 재판을 하게 될 것입니다.

신자들께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기도도 물론 필요하지만, 이분들을 위한 시복시성을 위해서는 기적 사례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브뤼기에르 주교님과 김수환 추기경님·방유룡 신부님의 전구를 통해 기적 사례가 나올 수 있도록 전구를 청하는 기도를 많이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가 겪는 사회 문제도 교회가 함께 관심을 쏟아야 합니다. 현재 1인 가구 수가 역대 최대치인 783만여 가구로 전체 가구의 35나 차지합니다. 젊은이·노인 등 1인 가구 세대를 위해 교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교구가 운영하는 명동밥집에는 노숙인뿐만 아니라 홀몸 노인도 많이 찾아오십니다. 홀몸 노인들만 봐도 우리 사회의 관심과 도움이 많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각종 지원을 비롯해 그들의 말벗이 되어드린다든지,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들에게 복음을 나누는 것과 같은 것들입니다. 이를 통해 그분들이 다른 홀몸 노인들의 말벗이 되고 복음 선포자 역할을 하면서 그들을 삶의 주인공으로 이끌어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청년들이 지닌 큰 특징 중 하나가 관심사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입니다. 청년들의 관심사에 맞춰 그들에게 교회로 오라고 할 것이 아니라, 교회가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봅니다. 일종의 찾아가는 사목인 셈인데, 이를 통해 교회와 청년 간 네트워크, 청년과 청년 간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 0.72명으로, 세계적인 저출생 국가가 됐습니다. 출산과 성가정을 이루는데 교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일부 기업처럼 출산 지원에 대해 교회도 고민을 해봐야겠지만, 무엇보다 자녀를 낳아 키우는 보람과 아름다움에 대해 우리가 많은 부분을 놓치고 있진 않은지 생각합니다. 우리의 궁극적인 성소는 사랑을 배우고 체험하고 익혀 성장하고 성숙해 나가는 것입니다. 결혼해 자녀를 낳고 키우는 것은 어렵지만, 고단한 여정 안에서도 아낌없이 주는 사랑의 본질을 부모들이 체험하면서 성장하고 성숙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자녀를 낳고 키우는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사랑을 우리가 증언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이주민과 난민 문제도 우리 사회와 교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품어야 할까요?

각 나라의 상황이나 법적 제도가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인간의 이동, 국경을 넘는 이동에 대해 우리가 좀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지금 많은 이주노동자가 있고, 다문화 가정도 더욱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특히 이주노동자들은 우리 사회와 산업을 지탱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그들의 역할을 인정하고, 그들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자 주인공으로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가짐을 더욱 지녀야 하겠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국이 혼란에 빠진 모습입니다. 정치가 국민들을 보호하고, 국가 발전을 위한 올바른 길로 나아가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모든 국민, 모든 신자를 끌어안는 것이 교회의 역할입니다. 우리 국민은 정치적으로 서로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고 경청하면서 서로 의견을 나누고 대화를 하며, 우리 사회를 좀 더 민주적으로 만들어가는 데 힘을 모아야 합니다. 우리 신자들은 하느님이 원하시는 방향이 어떤 것인지 함께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 양극화 문제도 심각합니다. 경제적·정서적 양극화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갈라치기 문제는 어떻게 풀면 좋을까요?

자본주의 체제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우리 사회에 나눔과 기부 문화가 널리 확산해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마태 6,3)라는 말씀이 있지만, 우리 사회에 나눔과 기부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모습이 널리 알려지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렇게 되면 나눔과 기부가 일상화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 문제도 좀처럼 풀리지 않고있습니다. 남북 평화를 위해 한국 교회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남북은 더 경색되는 모습입니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것이 우리 정부의 대응과 무관하다고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국제 정세, 또 북한 스스로 대화의 문을 닫은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난제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양측이 극한 대립에서 벗어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그래야  남북관계에 순풍이 불고, 평화가 찾아올 것입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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