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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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아메리카 청년들의 ‘봉사하는 섬김’에서 예수님 모습을 보다

[선교지에서 온 편지] 콜롬비아에서 김현진 신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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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15~20일 파라과이에서 열린 ‘제21회 라틴아메리카 - 카리브해 젊은이 사목 책임자 대회’에서 주교·사제·젊은이들이 환호하고 있다. 김현진 신부 제공

라틴아메리카 젊은이 사목자 대회 참가

지난해 7월 15~20일 라틴 아메리카 주교협의회(CELAM, El Consejo Episcopal Latinoamericano) 주최로 ‘제21회 라틴아메리카 - 카리브해 젊은이 사목 책임자 대회’가 파라과이의 옛 신학교에서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는 각국 주교·사제·수도자 15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브라질·페루·도미니카 공화국·볼리비아·에콰도르·콜롬비아·멕시코·엘살바도르·푸에르토리코·파라과이·미국 등 11개국에서 주교님들이 참석했고, 신부님 19명, 수도자 7명, 그리고 약 110명의 청년이 함께했습니다.

라틴 아메리카 청년들이 이 대회를 준비하면서 2027년 열릴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와 관련해 서울대교구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님을 초대했고, 일정상 WYD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을 맡고 계신 양주열 신부님께서 대신 오셨습니다. 저도 동행하며 통역을 비롯한 제반 사항을 도왔습니다.

이 대회에 함께하면서 청년들의 활기찬 모습과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청년들이 지닌 ‘젊음과 순수함’, 밝은 에너지도 한껏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 라틴 아메리카 대륙에서 사목 중인 주교님들·신부님들을 만나 대화하면서 역시 하나의 교회 안에서 이뤄지는 형제적 만남의 소중함을 느꼈습니다.



순수함과 열정 가득한 ‘봉사의 기쁨’

특별히 이 대회에서 청년들과 함께 지내며 느낀 것 중 하나는 ‘봉사의 기쁨’입니다.

대회는 5박 6일간 진행됐습니다. 대회 기간 신기했던 것은 이 모임이 너무 자연스러우면서도 자유롭게 진행됐다는 점입니다. 150여 명이 6일간 함께 지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프로그램 중간에는 빈민 사목지 방문, 성지순례 등 외부 활동도 이어졌습니다. 간혹 일정이 미뤄져 다음 프로그램이 지연되기도 했고, 마지막 날은 버스 고장으로 밤 10시가 다 되어서야 저녁 식사를 하는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대회 진행팀에 속한 청년들 역시 당황하기보다 그 상황에 맞춰 지혜롭게 모든 것을 잘 이끌어나갔습니다. 심지어 당일 일정이 모두 끝난 뒤 밤 12시가 되어서도 다음날 프로그램을 위해 회의를 하거나 대강당을 새로 청소하고 세팅하는 봉사자들의 모습은 안쓰럽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늘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새벽 1시가 다 되어 청소를 마친 한 봉사자에게 따뜻한 컵라면을 건네주며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오히려 “이 모임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도움이 되어 기쁘다”고 했습니다. 지난 대회 때는 총책임자 역할을 맡았는데, 이번엔 청소와 세팅 봉사를 맡게 돼 너무나 기쁘다는 것이었습니다. ‘봉사의 경중’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봉사 자체의 순수한 정신을 온 마음으로 실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간혹 우리는 성당에서 봉사한다면서, 그 안에서 지위의 높낮이를 생각하는 유혹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약한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곳 청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오신’(마태 20,26) 예수님처럼 서로를 위해 ‘봉사하는 섬김’으로 참된 기쁨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물론 육체적으론 피로할 수 있지만, 그들의 표정은 기쁨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렇기에 자정에 무릎을 꿇고 걸레를 직접 손으로 빨던 작은 체구의 여성 청년, 무거운 책상을 나르던 남성 청년, 큰 강당을 두세 번 계속 깨끗하게 물걸레질하던 전 대표의 모습이 제 마음속 깊이 ‘예수님 모습’으로 머물렀습니다.

 
‘제21회 라틴아메리카 - 카리브해 젊은이 사목 책임자 대회’ 중 양주열 신부(맨 왼쪽)와 현지에서 만난 사제·수도자·청년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현진 신부 제공

 
‘제21회 라틴아메리카 - 카리브해 젊은이 사목 책임자 대회’에서 사제와 젊은이들이 경청하며 대화하고 있다. 김현진 신부 제공
 

돈의 품위를 보여준 ‘지역 교회 간 연대’

또 한 가지 놀라웠던 것은 바로 ‘지역 교회 간 연대’였습니다. ‘라틴 아메리카 젊은이 사목 책임자 모임’이기에 멕시코부터 브라질까지 다양한 나라 주교님들이 참석했는데, 특별히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교구 교구장 오스칼 칸투(Oscar Cantú) 주교님께서도 함께하셨습니다. 나중에 참석 이유를 여쭤보니, 라틴 아메리카 청년들의 모임을 위해 미국 주교회의도 연대해 4만 달러 이상을 후원해주신다고 했습니다.

우리 청년들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하느님을 향한 사랑을 표현하기 어려울 때, 좀더 여유가 있는 교회가 가난한 교회와 나누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이것이 어쩌면 우리의 자선과 나눔을 통해 ‘돈’이라는 물질의 품위를 높이는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미국 교회에 속한 모든 분의 정성된 봉헌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대부분 청년이 이 기간 걱정 없이 온전히 하느님과 형제들 안에 머물 수 있었습니다.

또 이 모임은 ‘라틴 아메리카 교회와 한국 교회와의 만남’이기도 했습니다. 특별히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면서 많은 젊은이가 벌써 관심을 가졌습니다. 물론 라틴 아메리카 대륙의 청년들이 아시아 대륙 동쪽 끝 대한민국을 방문한다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이미 그 바람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나 봅니다. 그래서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님께 초청 서한을 보낸 것이고, 대신 양주열 신부님께서 함께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 대회를 통해 이미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가 시작된 것 같았습니다. 양 신부님은 스페인어를 완벽히 말씀하진 못하셨지만, 마음으로 청년들과 대화하며 세계청년대회 정신을 충분히 나누셨습니다. 만나고 함께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이 기간 열정을 다해 청년들과 대화하고, 또 그 마음 하나 하나에 머무시는 신부님 모습은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위한 ‘인격적인 초대장’이었습니다. 그 좋은 표양이 우리 청년들 가슴에 남아 헤어질 때엔 모두가 “서울에서 만나자”고 인사를 나눴습니다. 하나의 이벤트가 아니라 같은 신앙, 한 분이신 예수님 안에서 하나가 되어 결국 보편 교회 일치를 향해 나아가는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로의 초대

누군가는 청년이 교회의 미래라고 이야기하고, 또 누군가는 교회의 현재라고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청년들이 지니고 있는 젊음과 열정은 하느님 안에서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물론 ‘개인의 젊음’은 시간의 한계 안에서 어느 순간 사라질 것입니다. 하지만 ‘공동체 안에서의 젊음’은 그 안에 속한 구성원이 바뀐다 하더라도 신앙의 역사 안에 계속 이어지고 풍요로워지며, 꾸준히 열매 맺는다는 것을 이번 대회에서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교회는 가난한 이를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우리 젊은이들도 우선적으로 선택했으면 좋겠습니다. 말로만 청소년과 청년들이 교회의 현재이고 미래라고 하기보다 실제 우리 교회 안에서 이들을 우선 고려하고 배려해 우리 젊은이들이 아름답게 그 신앙을 나누고 풍성한 열매를 맺길 함께 기도해봅니다.

김현진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서울대교구 보고타 선교센터장, 아미칼 회장)

 
김현진 신부







서울대교구 해외선교봉사국
후원 : 우리은행 454-035571-13-101
예금주 : (재)천주교서울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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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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