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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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나의 크리스마스는 365일

윤종두 신부(마산교구 창원이주민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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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가장 많이 신경 쓰는 신체 부위는 얼굴과 손이다. 다른 곳은 옷이나 액세서리로 가릴 수 있지만, 얼굴과 손은 그렇지 않다. 얼굴은 이목을 끌고 손은 행동을 드러낸다. 그래서 사람들은 얼굴을 화장으로 꾸미고, 손을 매끈하게 관리한다.

화장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Trucco’는 ‘속임수’란 뜻을 품고 있다. 얼굴에 드러난 본모습을 감추는 기술이란 의미다. 연극의 분장처럼 새 이미지를 창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손은 아무리 관리해도 쉽게 속일 수 없다. 손은 인간의 삶이 새겨진 거울처럼 모든 것을 보여준다. 나는 이주민 사목을 하면서 이 거울을 자주 본다.

이주민 사목을 하다 보면 비좁고 낯선 공간에서 미사를 봉헌할 때가 많다. 고해소가 없으니 강의실이나 상담실 같은 곳에서 고해성사를 하게 된다. 고해자는 조용히 테이블 위에 손을 올려놓는다. 나는 그들이 부담스러워하지 않도록 고해 중에 손을 응시한다. 그런데 때론 손 자체가 고해하는 듯하다. 죄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운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부끄러움에 손을 꽉 끼기도 한다. 손의 작은 움직임은 그들이 하지 못한 말을 대신하고, 마치 삶의 고백처럼 내게 다가온다.

이주민들의 손은 삶의 흔적을 담고 있다. 한국 노동시장에서 기피되는 일을 하는 이들의 손은 나이를 추측하기조차 어렵다. 겨울이면 손은 더 거칠어진다. 고해 중에 그런 손을 볼 때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 손으로 얼마나 고된 나날을 보냈을까?’, ‘이국땅에서 가족을 위해 떠난 순례자의 삶은 얼마나 외로울까?’

고해를 마친 손을 미사 중에 다시 만난다. 영성체 때 손을 내밀며 예수님 몸을 받아 모신다. 고해 때 손의 겉면을 보았다면, 영성체 때는 손바닥을 보게 된다. 한 사람의 외면과 내면을 모두 들여다보는 듯하다. 이 순간은 나에게 크리스마스다. 예수님께서 마구간 말밥통에 누우셨던 것처럼 거칠고 상처투성이 손으로 우리에게 오신다. 매번 그 손을 통해 예수님은 내게 새로운 크리스마스를 선사한다.

이주민들의 삶과 고통 속에 나는 매일 성탄 시기를 살고 있다. 나는 12월 24일 밤에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캐럴을 좋아했던 나는 이제 매일 성탄을 살며 연중무휴로 캐럴을 듣는다. 내 손을 통해 거친 손에 전해지는 예수님, 그분이 내 삶을 성탄으로 물들이고 있다.


윤종두 신부(마산교구 창원이주민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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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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