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8년 만에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서울시의회 의장이 된 최호정(가타리나) 의장이 취임 7개월 차를 맞았다. 평소 “현장에 민생의 답이 있다”며 생활정치를 강조해온 그는 수십 차례 직접 보육·교육·안전 현장을 방문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그에게 ‘최길동’이란 별명이 붙었다. 최 의장은 ‘신앙과 정치활동의 공통점은 이웃을 섬기는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을사년 새해를 맞아 최 의장을 만났다.
자유와 해방이 있는 희년
2025년은 ‘푸른 뱀(靑蛇)의 해’로 불린다. 교회 전례력으로는 2000년 대희년을 기념한 뒤 25년 만에 맞는 정기 희년(禧年)이다. 신자에게 특별한 영적 은혜를 베푸는 ‘성스러운 해’이기도 하다. 최 의장은 먼저 희년 인사를 건넸다.
“2025 새해는 자유와 해방이 있는 희년(jubilee)입니다. 가톨릭교회의 중요한 한 해인 새해, 특별한 기적은 아니더라도 평범한 일상의 기쁨을 당연히 누릴 수 있도록 서울시의회가 현장 속에서, 시민 곁에서 새로운 희망을 싹 틔워 가겠습니다. 사회·경제적 위기는 언제나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를 먼저 위협합니다. 서울시의회가 가장 어려운 이들의 편이 되겠습니다. 아무리 작은 노력일지라도 힘차게 살아갈 힘이 되어드리겠습니다.”
계층·교육 사다리 복원과 약자와의 동행
최 의장이 정치를 시작한 건 2010년 서울시의회 의원이 되면서다. 아이가 다니던 학교의 녹색 어머니회 회장을 맡았던 게 계기였다. 대학 졸업 후 19년 동안 전업주부로 육아와 보육을 했던 엄마였다. 그런 그였기에 의장이 된 이후 계층·교육 사다리 복원과 약자와의 동행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조례·예산을 통해 약자 동행의 보폭을 넓히며 계층 이동 사다리가 복원되도록 지원하는 중입니다. 약자동행 가치 확산 조례를 제정해 약자의 개념을 더 폭넓게 재정의했고, 문해력과 수리력 진단검사 실시를 위한 조례를 만들어 예산을 선제적으로 지원하도록 했습니다. 이를 통해 튼튼한 공교육을 마련하고 그 토대 위에서 교육 사다리를 복원하는 게 시의회의 목표입니다.”
그러면서 “올해도 약자와의 동행을 더욱 굳건히 뒷받침해 지속 가능한 미래의 길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회는 민생과 일상 회복에 방점을 두고 2025년도 서울시와 교육청 예산 심사를 진행했습니다. 특히 지역 상권 지원 예산을 과감히 증액하는 등 민생경제의 활력과 온기를 되살리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올해도 시민이 필요할 때, 시민에게 가장 먼저, 가장 가까이에서 실질 도움이 되는 서울시의회가 되도록 일상 현장을 지키겠습니다.”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 동시에 극복해야
서울시는 태어나는 인구는 적고, 고령화 진행 속도는 빠른 이중고를 겪고 있다. 2023년 서울시 출산율은 0.55명. 전국 17개 시도 중 꼴찌다. 2010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부끄러운 기록이다. 전국 평균 0.72명과 비교해도 확연히 낮다. 또 서울은 지난해 7월 25일 기준 서울시 전체 인구 961만 9861명 가운데 65세 이상이 178만 5286명으로 약 18.6를 차지해 초고령사회(65세 이상 20)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최 의장도 심각성을 느끼고 다각적인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인구 변화는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한 최대 위기입니다. 서울에는 더욱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합니다. 제11대 서울시의회 후반기 출범 후 처음으로 만들어진 특별위원회가 ‘저출생 고령사회 문제 극복을 위한 특별위원회’입니다. 상임위 칸막이 없는 특별위원회 활동을 통해 서울시와 저출생·고령화 대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 의장은 “가톨릭의 생명존중 문화를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영유아에서 노인으로 번지는 돌봄 위기부터 시작해 주거·경제·건강 등 종합적·입체적 해법을 제시할 수 있도록 의회에서도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체감도 높은 대안을 모색 중입니다. 고령사회에 대한 인식 역시 위기로만 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경륜의 어르신 세대를 변화와 혁신을 이끄는 핵심 주체로 설정해 서울의 새로운 기회이자 축복이 될 초고령사회 대책을 만들려고 합니다. 특히 가톨릭의 ‘생명 존중’ 정신에 기초해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 어르신을 모시고 섬기는 일이 사회적으로 존중·보상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보겠습니다.”
서울시의회 소임 다하는 ‘최길동’
최 의장은 서울시의회 의장이 된 후 방문한 곳을 일일이 세기 힘들 정도로 현장을 누볐다. ‘최길동’이란 별명도 그래서 생겼다. “수시로 현장을 방문했더니 제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등장한다고 ‘최길동’이라고 부릅니다. 최길동은 서울시의회 의장에게 주어지는 명예로운 별명이라 생각합니다. 의회의 올바른 쓸모를 알리고, 증명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최초의 여성 의장인 제가 최초로 해낼 수 있는 최고의 과업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제가 있어야 할 곳은 시민이 있는 곳”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제가 가진 시의원의 권한, 시의회 의장의 자격은 올바른 일을 하라고 시민이 주신 권한이자 명령임을 매 순간 깨닫습니다. 제가 있어야 할 자리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는 곳이 아니라 신음하는 시민이 있는 곳임을 잊지 않고, 지역의 소소한 일, 현장의 사소한 문제 하나하나 내 일처럼 공감하며 꼼꼼히 챙기겠습니다.”
올해 WYD 준비 특위 구성
2027년 한국에서는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가 열린다. 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려면 교회뿐 아니라 정부, 그리고 지방정부·의회와의 협조 또한 중요하다. 특히 본대회 개최지인 서울시를 담당하는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와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최 의장은 서울시의회도 이에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님과 말씀을 나누면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서울시의회가 적극 돕겠다고 전했습니다. 의회 차원의 준비작업도 착수했습니다. 저를 비롯한 서울시의원 13명이 참여하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성공개최 연구모임’을 구성했고, 지난 12월 20일에는 대회 성공개최를 위한 토론회도 개최했습니다. 올해는 ‘WYD 준비특위’도 구성할 계획입니다.”
그러면서 대회 전반을 꼼꼼히 챙기겠다고 밝혔다. “가톨릭교회의 세계청년대회는 최대 400만 명이 모이는 전 세계 가톨릭 청년들의 최대 축제인 동시에 지구촌의 평화와 미래를 논의하는 공론장입니다. 무엇보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가 지향하는 메시지가 잘 전달되려면 기본을 잘 갖춰야 합니다. 대규모 인파 밀집에 따른 숙소·교통·위생·안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서울시의회가 꼼꼼히 챙기겠습니다.”
▶ 최호정 의장은
1967년 서울 출생. 이화여대에서 식품영양학을, 서울시립대에서 행정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제8·9·11대 서울시의회 의원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영세를 받고 신자가 됐다. 9대 의회 의원 시절이던 2017년 당시 서울 포이동본당 주임 구요비 신부가 서울대교구 보좌 주교(현 총대리 주교)에 임명되자 ‘저에게 구요비 주교님은 가톨릭 성가 446장(우리는 주의 사랑을)입니다’라며 축하 편지를 낭독하기도 했다. 최 의장은 “신앙과 정치활동의 공통점은 이웃을 섬기는 것”이라며 ‘“이웃을 섬김으로써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어 늘 감사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