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요르단강에서 세례자 요한에게 물로 세례를 받았는데, 그 방식은 몸을 물에 담그는 방식인 침수례(侵水禮, 혹은 침례)였다.(마태 3,13-17;마르 1,9-11;루카 3,21-22 참조) 이후 초기 교회 공동체는 요한의 세례를 입교 예식으로 받아들였다. 교회는 공식적으로 가톨릭 세례성사의 기원을 세례자 요한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물에 몸을 담그는’ 방법 자체는 세례자 요한 이전 이스라엘 백성의 유다교 전통에도 있었고, 심지어 더 오래된 고대 페르시아, 이집트 등에서도 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스라엘 백성은 구약 시대부터 부정해진 몸을 다시 거룩하게 만들기 위해 몸을 물에 씻어내는 ‘정결 예식’을 해왔다. 이와 관련해 구약성경에도 깨끗한 물, 강물 등에 몸을 씻어내 정결하게 만든다는 내용이 빈번하게 나온다.
그중엔 예수님께서 세례받을 때처럼 요르단강에 몸을 담가 씻는 내용도 있다. 열왕기 하권에서 엘리사 예언자는 아람 임금의 군대 장수 나아만에게 “요르단강에 가서 몸을 일곱 번 씻으십시오. 그러면 새 살이 돋아 깨끗해질 것입니다”라고 말했다.(2열왕 5,10-14 참조)
또한 유다교에는 몸을 물에 담글 수 있는 탕인 ‘미크베’(Mikvah)가 전해 내려온다. 외형은 욕조나 욕탕과 유사한데, 유다인들은 몸을 미크베에 담가 정결 예식을 행하기도 했다. 유다인들은 현재도 미크베를 사용한다.
이런 점에서 요한이 예수님에게 행한 물을 이용한 예식 자체는 고대 근동, 특히 이스라엘에서도 널리 쓰이던 익숙한 방식이었다. 다만 요한의 세례가 정확히 어떤 공동체의 방식을 따랐는지는 아직 연구로 밝혀진 바가 없다. 요한이 가졌던 임박한 구원자의 도래와 하느님 심판에 관한 시각이 당시 이스라엘 쿰란 공동체인 에세네파와 유사해 이들의 정결 예식을 이어받았을 가능성도 있지만 추정일 뿐이다.
세례의 구체적인 방식을 넘어, 요한의 세례는 기존 유다교에서 하던 정결 예식과는 신학적으로 큰 차이점이 있어 교회는 이를 유다교 예식과는 명확히 구별된다고 말한다.
「가톨릭대사전」은 “세례자 요한의 세례는 어느 단체에 입적하는 양식으로 받던 세례를 초월하는 독창적 창안이며 이는 그 당시 최후 심판이 가까이 왔다는 예언적이며 종말적 자아의식에서 발로된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어 “하느님은 자기 잘못을 진정으로 뉘우치고 당신께로 돌아오는 자에게는 누구를 막론하고 죄를 사해 준다는 것을 표지적으로 나타낸 예식이 요한의 세례이다”라고 정리한다. 즉 요한의 세례에는 단순한 정화를 뛰어넘어 종말을 앞두고 세례받는 자의 구원을 위한 행위라는 의미가 담겼다. 구원받을 수 있는 대상도 이스라엘 백성뿐 아니라 하느님을 믿는 모든 이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해오던 정결 예식과는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