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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신앙] (14)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 되고 (전성호 베르나르도, 경기 효명고 과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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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56년 전인 1969년 7월 20일 세 명의 우주비행사가 지구를 떠난 지 4일 만에 지구에서 38만㎞ 떨어진 달 상공에 도달했다. 달 착륙선 선장인 닐 암스트롱과 조종사 버즈 올드린은 달 표면에 착륙해 인간의 발자국을 남겼으며 닐 암스트롱은 인류 역사상 달 표면을 밟은 최초의 인간(first man)으로 기록되었다. 세상은 1등만을 기억하기 때문일까? 우리는 달착륙이라고 하면 닐 암스트롱의 이름을 떠올리지만 두 번째로 달 표면에 발을 디딘 버즈 올드린과 달 상공에서 사령선을 타고 대기 중이던 마이클 콜린스는 잘 모른다. 하지만 달 착륙선을 조종해 달 표면에 착륙하도록 한 버즈 올드린과 그들의 귀환을 기다리며 달 상공에서 대기 중이던 마이클 콜린스가 없었다면 닐 암스트롱의 신화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에는 우주비행사 ‘버즈’가 등장하는데, 이는 두 번째로 달 표면을 밟은 버즈 올드린을 기념하는 캐릭터다.

1953년 두 명의 젊은 과학자인 미국의 제임스 왓슨과 영국의 프란시스 크릭은 20세기 현대 생물학의 가장 위대한 발견인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힌 논문을 발표한다. 이 공로로 왓슨과 크릭, 그리고 또 다른 과학자 모리스 윌킨스는 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게 된다.

그러나 왓슨과 크릭은 모리스 윌킨스의 동료 연구자였던 영국의 여성 과학자 로잘린드 프랭클린의 연구 업적이 없었다면 DNA 이중나선 구조를 알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프랭클린은 X선 회절 촬영법을 이용하여 실험적으로 DNA의 구조를 밝히려 많은 양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공개했다. 그녀의 데이터를 토대로 DNA의 분자모형을 구축하여 이론적으로 DNA의 실체를 규명한 것이 왓슨과 크릭이다.

X선을 이용한 실험은 방사선 피폭의 위험이 있다. 그래서인지 안타깝게도 프랭클린은 DNA 실체 규명에 그 누구보다 크게 공헌했지만 38살의 젊은 나이에 난소암으로 사망했으며, 그 당시 과학계에 만연한 여성 차별주의와 사망한 과학자에게는 노벨상을 수여하지 않는 관례 때문에 노벨상도 받지 못하였다. 1등이었던 왓슨과 크릭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프랭클린을 기억하기 위해 지금은 많은 생물학 서적에 그녀의 사진과 연구 업적인 ‘51번 X선 회절 사진’이 수록되어 있다.

첫째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그 외는 주목받지 못하는 현상은 경쟁주의의 산물이다. 우리는 그러한 현상을 스포츠·학교 성적·대학입시·직장 성과주의·정치 선거 결과에서 종종 목격한다. 그러나 첫째 뒤에 가려진 둘째와 꼴찌들의 노력과 존재 가치를 잊어서는 안 된다.

1등이란 것은 특정 부분에서만 인정된 가치이지, 그것이 다른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세속적 논리로 첫째로 인정하는 가치들이 하느님의 논리로는 꼴찌일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공동체를 대표하는 첫째는 자신의 능력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 자기 역할에 충실한 수많은 2등의 역할이 있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지금 우리의 시선은, 그리고 1등의 시선은 1등 속에 가려진 수많은 2등과 꼴찌에게 향해야 한다.

“이처럼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 될 것이다.”(마태 20,16)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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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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