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에 의해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15일) 내란 수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됐습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 43일 만입니다. 현직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체포돼 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윤 대통령은 체포 직전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비상계엄 선포가 가져온 혼란과 분열에는 사과와 반성은 없었습니다. 공수처 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은 진술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 200쪽 질문 준비했는데, 묵비권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오전 10시 33분 집행됐다고 밝혔습니다.
공수처는 체포 전 윤 대통령에게 "피의자는 김용현 등과 공모해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고 직권을 남용했다"며 "내란 우두머리 등 피의사실을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인정된다"고 적힌 영장을 제시했습니다.
공수처는 오전 11시부터 정부과천청사 5동 공수처 청사 3층에 있는 영상녹화조사실에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에 도착한지 7분 만에 조사가 시작된 것입니다.
앞서 공수처는 윤 대통령 조사에 대비해 200쪽에 달하는 질문지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진술을 거부했습니다. 공수처 관계자는 "아예 말을 하지 않는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조사 진행된 곳도 영상녹화실이지만, 윤 대통령 측에서 녹화를 거부해 영상 녹화를 따로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사가 마무리되면 윤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 구금됩니다.
윤 대통령의 조사 기한은 모레(17일) 오전 10시 33분까지입니다. 공수처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조사 기한이 되기 전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거쳐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최장 20일간 윤 대통령의 신병이 확보됩니다. 이후 공수처가 검찰로 사건을 넘기면, 검찰은 보완 수사를 거쳐 기소 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이 집행된 15일 오전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앞에 포토라인이 설치돼 있다. 뉴시스
■ 사과와 반성 없이 "법이 무너졌다"
윤 대통령은 체포 직전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고 말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가 가져온 사회 혼란과 분열에도 어떠한 사과와 반성도 없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체포 직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습니다. 미리 촬영한 영상을 변호인단과 대통령실을 통해 공개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수사 기관이 거짓 공무서를 발부해서 국민들을 기만하는 이런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서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체포영장 발부와 집행 등에 대해서 전면 부정했습니다. 체포되지만 공수처 수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관저를 나서기 직전에도 "끝까지 싸우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공수처 조사가 이뤄지는 중에 윤 대통령의 추가 입장이 전해졌습니다. 윤 대통령 측은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이 자필로 작성한 메시지를 공개했습니다. 37쪽, 9000자 분량입니다.
윤 대통령은 이 글에서 "계엄은 범죄가 아니"라며 "국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통령의 권한 행사"라고 주장했습니다.
부정선거 논란에 대해서도 맹신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의 증거는 너무나 많다"고 밝혔습니다. "부정선거를 처벌할 증거가 부족하다 해, 부정선거를 음모론으로 일축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체포영장 재집행에 나선 15일 영상을 통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美 "한국 국민 확고히 지지"
미국 정부는 윤 대통령 체포와 관련해 "한국 국민을 확고시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그 국민이 헌법에 따라 행동하고자 기울인 모든 노력에 감사한다"고 했습니다. 이와 함께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하고, 협력 방침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외신들도 이번 사안에 촉각을 기울였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한국의 불확실성이 완화될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체포 사실을 전하면서 긴장 속 대치가 일단 종료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일본 언론도 윤 대통령 체포 소식을 비중있게 전했습니다. NHK는 윤 대통령 탑승 차량이 관저를 빠져나가는 모습을 중계하며 체포의 의미와 전망 등을 분석했습니다.
■ "어째서 사람이 이 모양인가!" 시국선언 재조명
윤 대통령이 체포된 가운데 가톨릭교회가 앞서 내놓은 메시지가 주목됩니다.
가톨릭교회는 비상계엄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민주주의를 지켜나갈 것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연대한다"고 전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 봉쇄 조치, 주요 정치인 체포 지시와 선거관리위원회 장악 등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행동으로 규정한 셈입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을 때는 "직무수행 과정에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 누구라도 직무에서 물러나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의 정의"라고 밝혔습니다.
불법적 비상계엄 선포를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은 행위로 봤으며,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가 정당하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비상계엄 직전인 지난해 11월 28일에는 전국 사제 1400여 명의 시국선언문이 발표됐습니다. '어째서 사람이 이 모양인가!'라는 제목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