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다”(창세기 2,18 참조)
프란치스코 교황은 창세기 말씀을 언급하며 “한처음부터, 사랑이신 하느님께서는 친교를 위하여 우리를 창조하셨고 우리에게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타고난 능력을 부여하여 주셨다”고 밝혔다. 아픈 이들을 치유하는데 있어서 함께 아파하고 사랑으로 곁에 있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개인주의로 인해 타인에 대한 무관심과 냉혹함이 커지는 가운데 마음에 상처를 입고 고립되고 있는 사람들. 병든 이들, 취약한 이들, 가난한 이들 옆에 계셨던 예수님을 따라 우리는 어느 곳에 서 있어야 할까? 세계 병자의 날을 맞아, 마음이 아픈 사람들 곁에서 동행하고 있는 대전 대흥동에 자리한 협동조합 마음정원영성센터(센터장 김혜원 요셉피나)를 찾아 답을 들어봤다.
마음이 아픈 시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료 통계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수는 69만1164명에서 93만3481명으로 35.1 증가했다. 불안장애 환자 수도 같은 기간 65만3694명에서 86만5108명으로 32.3 증가했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 5년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연령층은 20대로, 127.1를 기록했다. 2017년에는 60대 환자가 전체의 18.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나 2021년에는 20대 환자가 전체의 19로(17만7166명) 가장 많았다. 불안장애 환자도 마찬가지로 20대 증가폭이 86.8로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20~30대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매년 우울증이 증가하는 이유가 시대적 변화와 연결된다고 진단했다. 경제 불황에 따른 취업난 심화 현상, 이로 인해 연애·결혼·출산 등을 포기한 ‘3포 세대’라는 말이 나온지도 오래다. 그 다음으로 등장한 것이 고립·은둔형 청년이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청년들은 좌절과 무력감의 심화로 사람을 만나지도, 밖으로 나오지도 않는,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또한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로 타인의 생활을 쉽게 엿볼 수 있게 되면서 다른 사람들의 행복한 일상과 자기 자신을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도 청년 우울증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노인 우울증 문제도 심각하다. 노인은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으로 우울증을 겪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 감소, 가족의 사별, 경제적 궁핍 등 환경적인 요인으로도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결국 사회적 비난과 외로움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사람들은 ‘내 편이 아무도 없다’는 생각에 더욱 고립돼 자신만의 세계로 빠지게 되는 것이다. 정말 내 옆에는 아무도 없는 것일까?
“하느님은 늘 우리 옆에 계십니다.”
협동조합 마음정원영성센터는 사람을 돌보고 사람 안의 생명력을 살려 건강한 가정과 사회공동체를 만들고자 2015년 세워졌다. 마음정원에 씨앗을 뿌리고 가꾸는 일은 상담사의 몫이지만 씨앗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은 하느님이다.
센터를 대표하는 치료 프로그램은 내면아이워크숍이다. 2박3일 진행되는 워크숍은 자연명상, 놀이치료, 심리검사, 미술치료, 음악치료 등을 통해 내면을 치유하는데 집중한다.
김혜원 센터장은 “몸은 성인이지만 일상생활 중에 과거 상처와 연결된 버튼이 눌리면 갑자기 아이처럼 돌아가고 그 상처에 지나치게 크게 반응을 할 때가 있다"며 “이는 어린 시절 상처가 치유되지 않았기 때문에 성인이 돼서도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면아이워크숍은 이러한 상처를 치유하는 작업을 통해 성인인 자아로 크는 과정을 돕는다. 내면아이 치유과정은 다른 심리상담센터도 운영한다. 마음정원영성센터만의 특징은 협동조합이라는 특별한 시스템 안에서 진행된다는 것이다.
센터의 모든 프로그램에는 조합원들이 참여할 수 있다. 상담 과정에 스태프로 참여하기도 하지만 2022년부터는 내면아이 상담사 민간 자격증을 등록, 자격증을 취득한 조합원들이 상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워크숍 참가자는 보통 6~7명이지만 스태프와 상담사 수가 더 많아 참가자 한명 한명 밀착해서 동반할 수 있는 구조다.
김 센터장은 “센터를 열때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영성-몸-사람-일’ 4개의 창이 모두 성장하려면 센터장 개인이 아닌 더욱 많은 사람이 가족처럼 함께할 때 성장이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었다”며 “그래서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을 결정했고, 센터 모든 프로그램에 조합원들이 참여하면서 많은 사람의 색을 입힐 수 있게 됐고 더 많은 사람을 치유할 수 있는 희망이 점점 확장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인생에 더할나위 없이 중요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참가자들에게 마음정원영성센터 조합원들은 가장 가까운 가족이자 예수님의 모습으로 그들 곁에 함께했다.
하느님은 우리를 이렇게 바라보십니다.
“내면아이 워크숍을 시작하면 참가자들은 자신에게 상처가 시작된 어린아이 시절로 돌아갑니다. 가족 안에서 충분히 사랑을 받지 못하거나, 가족의 갑작스런 죽음, 가정폭력, 외로웠던 순간 등 상처를 드러내보면 결국 내탓이 아닌 일들이에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참가자들은 내게 있었던 상처가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고, 따뜻하고 안전한 울타리가 있다는 것을 체험하죠. 그것을 알게 되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조금씩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됩니다. 그 사람이 원래 가지고 있던 생명력이 채워지는 것이죠.”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수에도 자녀에게 크게 화를 내거나 헤어지자는 말을 한 이성친구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자신을 비난한다는 생각에 지인을 살해하는 흉악한 사건들이 적잖이 벌어지는 시대다. 자신의 가장 아픈 상처를 누군가 건드리는 순간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끔찍한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나는 하느님이 영적 생명력을 주신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 달라”며 “내가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이 필요한지 천천히 생각해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마음정원영성센터에서 많은 내담자를 만나며 하느님이 얼마나 우리를 사랑하시는지 체험했다고 밝혔다.
“못난 모습, 더러운 모습, 냄새나는 모습 할 것 없이 하느님은 늘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저희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상처에 아파하는 우리를 안타깝게 보시며 어떻게든 치유해주려고 애쓰고 계시죠. 우리가 이렇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며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 상담 문의: 042-862-9780 마음정원영성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