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을 돕고 기후 위기도 극복하는 ‘더 착한 소비’를 해보는 건 어떨까? 교회는 지적 혹은 지체나 자폐성·정신 장애를 가진 장애인들의 잠재 능력과 자립 능력을 최대한 개발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보호작업장을 전국에 설립해 운영 중이다. 그중 친환경 휴지나 종이, 세제, EM 제품 등 환경을 살리는 제품 생산으로 한 번 더 뜻깊은 소비를 잇는 보호작업장들이 있다.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로 지정된 대구대교구 카리타스보호작업장·일심보호작업장과 서울에 있는 성모자애보호작업장을 소개한다.
친환경 화장지와 복사 용지
“장애인으로서 작업할 때 어려움은 있지만 직업을 갖고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재미있어요.”
친환경 화장지와 복사 용지를 생산하는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 카리타스보호작업장(원장 전화진 토비아) 근로자 김수진(가명) 씨는 “나무를 더 이상 베지 않아도 되는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니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노동을 통한 중증장애인의 온전한 일상 자립’을 미션으로 삼은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 포항 카리타스보호작업장. 2008년 설립돼 중증장애인 56명이 근로자와 훈련생으로 근무 중이다. 화장지 브랜드 ‘포카포카’와 복사 용지 브랜드 ‘담음’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 중 두루마리 화장지와 점보롤 화장지, 친환경 복사 용지 등은 사회적기업이자 중증장애인생산품 인증, 친환경 인증 제품이다.
직업훈련교사 이민정 씨는 “장애인 생산품이라는 편견이 힘들지만 제품의 품질 면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장애인들은 작업 집중도와 속도 면에서 다소 어려움이 있으나 충분히 극복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지구를 푸르게 하는 세제와 밀랍 초
2003년 문을 연 대구대교구 성요한복지재단 일심보호작업장(원장 김기철 요한 피셔)은 장애를 가진 이들의 의미 있는 직업생활 지원을 지향한다. 친환경 제품 등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생산품 수익은 전액 근로 장애인들의 임금과 직업 재활비로 사용된다.
김기철 원장은 “매일 퇴근 전 직원들과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회칙 「찬미 받으소서」를 읽고 묵상하며 환경보호에 관심을 두게 됐다”며 “팬데믹 이후 그 심각성을 더 느껴 친환경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푸른 지구’ 주방 세제는 식물성 원료 사용 및 유해 화학 성분 무첨가이자 생분해도 98 이상으로 수질을 보호한다. 용기에 붙은 라벨은 물에 분리되며, 리필 파우치도 스스로 분해돼 자연으로 돌아가는 친환경 제품으로 연간 약 7000kg 생산한다. 또한 유해 물질이 나오지 않는 친환경 밀랍 초에 대한 본당과 가정의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한 달에 200개가량 제작 가능하다.
근로자 박윤수(가명) 씨는 “맨손으로 만져도 괜찮은 우리 세제를 집에서도 쓴다”며 “열심히 일해서 배낭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꿈을 밝혔다.
자연의 친구 EM 생산품
사회복지법인 자애종합복지원의 성모자애보호작업장(원장 이상철)은 장애인의 행복한 일터를 구현하며 자연 친화적 사업을 실천하는 미래지향적 직업재활시설이다. 2000년 설립해 현재 20대에서 50대까지 총 34명의 중증장애인이 함께하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 ‘해달별’ EM 생산품은 사람에게 유익한 미생물 여러 종을 조합해 배양한 유용미생물군을 사용하는 친환경 제품이다. 해달별 리필용 포장은 대부분을 재생용 크라프트 용지를 사용하는 레스 플라스틱을 실천했다. 2022년에는 친환경 제로웨이스트매장도 열었다. 2024년에는 ‘기분좋은 배쓰밤 청귤’ 등 고형제품 약 2만5000개, EM활성액 3톤을 생산했다.
근로자 민정현(가명·로사) 씨는 “환경도 지키고 중증장애인의 복지 향상과 지역사회 나눔을 실천하는 해달별 제품이 많이 알려져 지금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건희(다니엘) 사무국장은 “지적·자폐성 장애 근로자들이 하나의 작업을 습득하고 태도와 습관을 형성하기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되지만 인내하며 노력하고 있다”며 “바르고 정직한 제품을 통해 환경을 배려하며 고객과 발달장애인 그리고 우리 사회 모두에게 건강하고 드높은 가치를 선물하고 싶다”고 밝혔다.
해달별은 나눔에도 앞장섰다. 2022년 다운증후군 이종석(알베르토) 화가의 작품을 사용한 해달별 제품의 판매수익금 5를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에 기부하기로 협약하고 3년 연속 기부를 실천했다. 앞으로도 판매수익금의 일부를 자립 준비 청년과 장애 환아 치료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