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신경과학자 로저 울컷 스페리 박사는 1970년대부터 뇌 연구를 통해 좌뇌·우뇌 이론을 만든 인지과학의 선구자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좌뇌와 우뇌로 구분되는 인간의 뇌는 특정한 기능에 더 특화돼 있다. 예를 들면 좌뇌는 논리적·합리적·이성적 판단 및 분석적 사고, 감정 절제와 관련돼 있고, 우뇌는 창의적 사고의 뇌로 직관적·주관적 판단·감정 표현에 관여한다. 좌뇌에서 나오는 신경은 목 쪽으로 향해 있는 뇌의 한 부분인 연수에서 신경이 교차해 우리 몸의 오른쪽 부분을 지배하고, 우뇌에서 나오는 신경은 그 반대로 우리 몸의 왼쪽 부분을 지배한다. 이러한 사실은 인간의 감정 표출에도 영향을 준다. 정서와 관련된 기능은 우뇌가 좌뇌보다 더 정교해 똑같이 웃는 모습을 해도 우뇌의 명령을 받는 왼쪽 얼굴이 더 자연스럽게 보인다. 사람의 얼굴에는 80여 개의 근육이 있는데 이 중 40여 개가 웃는데 영향을 준다. 사람이 웃거나 어떤 표정을 지을 때 왼쪽과 오른쪽 얼굴의 미세한 근육 운동의 차이가 보는 사람에게도 차이를 만든다. 동·서양의 많은 초상화가 인물의 왼쪽 얼굴을 표현했으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왼쪽 얼굴을 보이며 미소 짓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 있다.
1973년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심리학자 이안 크리스토퍼 맥매너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16~20세기 서유럽 초상화 1400여 작품 중 남성은 56, 여성은 68가 왼쪽 얼굴이었으며, 2012년 미국 웨이크 포레스트 대학 심리학자 제임스 시치릴로는 왼쪽 얼굴이 오른쪽보다 상대방에게 더 매력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미술사학계의 대가 이강칠 선생이 우리나라 유명 인사들의 초상화를 수록하여 펴낸 「한국명인초상대관」에도 196명의 인물 초상화 중 174명의 초상화가 왼쪽 얼굴이다.
2000년 전 유다인들은 왼손을 부정하게 여겨 자기보다 약자인 사람의 뺨을 때릴 때 오른쪽 손등으로 상대방의 오른쪽 뺨을 때렸다 한다. 오른 손바닥으로 상대방의 왼쪽 뺨을 때리는 것은 법적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뺨을 때린다는 것은 폭력이며 상대방에 대한 멸시와 우월 의식을 드러낸다. 순우리말인 얼굴은 어원이 얼골이며 ‘얼’은 정신, 혼을 의미하고 ‘골’은 골짜기, 모양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있다. 따라서 얼굴은 얼이 드나드는 통로이므로 신체의 다른 부위보다 뺨을 맞았을 때 더 큰 정신적 상처와 치욕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리스도께서는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오히려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대어라”(마태 5,39)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의 참된 뜻은 폭력에 대한 비폭력 저항으로 받아들여진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속담처럼 가장 정서 표현이 잘 되는 왼쪽 얼굴을 보였을 때 상대에게 진심이 어필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아니라 오른쪽 뺨을 맞았을 때 왼쪽 뺨을 돌려대는 용기와 진심을 마하트마 간디와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비폭력 저항을 통해 실천했다.
일부 군중들의 폭력 사태가 언론에서 보도되는 등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한 어수선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비폭력 저항의 의미를 다시 새겨본다.
전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