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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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어둠을 지나 희망의 색을 그리다

윤종두 신부(마산교구 창원이주민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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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6일 ‘안아줄게요’ 마음 그리기 교실이 열렸다. 일반적으로 이주민 강연들은 노동법·이민법·형법·의료 문제 등 무거운 주제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행사는 전혀 달랐다.

수업을 진행한 원은희 작가는 불어교육을 전공했고, 51세에 작가로 새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개인적 고뇌 속에 떠난 여행 중 숨겨진 재능을 발견했고,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며 자아를 돌아보고 스스로를 치유하는 경험을 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삶의 무게를 짊어진 이주배경 가족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하고자 소중한 이틀을 내주었다.

참가자들은 각자 마음을 그림과 색으로 표현했다. 나는 그들이 사용한 밝고 맑은 색깔에 깊은 놀라움을 느꼈다. 이들은 모두 한국 사회로 이주해 여러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현재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는 가족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작품이 어둡고 무거운 색채로 가득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정반대였다.

현실이 무겁고 어두울지라도, 이들은 밝고 환한 시간을 희망하고 있었다. 그림에 담긴 화려한 색감은 현실에 대한 체념이 아니라 끊임없는 희망의 표현이었다. 그들이 품고 있는 밝은 꿈과 긍정의 마음이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한 참가자는 73세 할머니였다. 그는 태어나 처음 색연필을 잡아 그림을 그렸다. 필리핀 산골 마을에서 가난하게 살았던 그는 어린 시절, 스케치북이나 크레용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했던 그는 마치 유치원생처럼 진지하고 조심스럽게 도화지를 채웠다.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이 할머니는 73세에 인생의 새로운 도화지를 채워가기 시작했다.

또 다른 20대 참가자는 작가의 원작품 스토리 중 “우리에게 일어나는 ‘나쁜 일’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라는 글에 깊이 공감하며 그림에 색을 입혔다. 어린 시절부터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어온 그는 그 모든 것을 이겨낼 용기를 담아 화려하고 세련된 색감으로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도화지에 펼쳐 보였다.

희망의 색깔로 도화지에 그려 낸 그림은 내게 선물처럼 다가왔다. 무겁고 어두운 현실 속에서 희망의 싹을 틔우고자 하는 용기에 감사드린다. 그들의 꿈이 현실이 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윤종두 신부(마산교구 창원이주민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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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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