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불법 성매매와 이를 통한 여성 인권 유린이 사회에 만연해 있다. 70년 역사의 국내 최대 규모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하려는 파주시의 행보를 알아보고 이 여성들이 집결지에서 나와 자활하도록 돕는 이들을 만났다.
“쟤네, 절대 자활 못 해요!”
파주시 성매매 집결지 ‘용주골’ 폐쇄에 반발하는 70대 업주가 파주시 공무원을 찾아와 한 말이다. 자활(自活), ‘제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간다’는 뜻이다. 용주골이 70년 넘는 역사를 기록하는 동안 성매매 피해 여성들은 자활이 어려운 삶으로 고립되어 살아왔다. 밤낮이 바뀐 이들 대부분은 갇힌 공간에서 의식주를 해결했다. 집결지에서 일한 시간이 길수록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지도로 길을 찾고, 물건을 구매하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법도 잊어버렸다.
‘성매매 방지법’(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2004년에 시행됐다. 이 법은 시행된 지 꼭 20년이 넘었지만,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파주시 용주골을 포함해 전국 12곳 성매매 집결지에서는 성(性)을 사고 파는 일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선언하고,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자립을 위해 다른 지자체보다 두 배 이상의 지원금을 책정한 파주시의 행보와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파주시가 용주골 성매매집결지 내 불법건축물에 대해 행정대집행 영장을 발부하고 강제 철거하고 있는 모습. 파주시 제공
파주시가 용주골 성매매집결지 내 불법건축물에 대해 행정대집행 영장을 발부하고 강제 철거하고 있는 모습. 파주시 제공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현실·‘정신질환·빚·탈출의 어려움’
“성 매매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낮에 상담하려고 만났는데 너무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보통 밤잠을 못 자니까 낮에 자거든요. 오전 10시에 병원에 가기 위해 초기 상담을 했는데 약에 취한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손을 떨기도 하고요. 수면제 없이 잠을 못 자고, 정신의학과 약을 먹지 않는 여성들이 거의 없더라고요.”(베니아 수녀)
“성매매 집결지에 자발적으로 들어갔다고 해도 그 안에서 인권 침해·유린이 일어나고, 원하는 때에 그만둘 수 없다면 그건 피해, 감금입니다. 사람들은 ‘여성들이 원해서 자발적으로 성매매하는 게 아니냐’라고만 이야기하죠. 그런데 회사에 들어가도 내가 그만두고 싶을 때 나올 수 있어야 하잖아요.”(요한 데레사 수녀)
두 수녀는 파주시 여성인권센터 ‘쉬고’에서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을 상담·구조하는 일을 하고 있다. 요한 데레사 수녀는 “처음 여성들을 만났을 때는 좀 긴장했지만 일반인들과 특별히 다를 게 없었다”며 “상담을 하며 안타까운 점은 정신·육체적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스스로 피해자라는 인식이 없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성매매 여성들은 일을 시작하는 동시에 선불금을 받는다. 하지만 이 선불금이 여성들의 발목을 잡는다. 선불금을 갚고 일을 그만두려 해도 업주가 미용비·인테리어비·결근비 등을 청구해 선불금 액수를 늘려나가는 구조다. 여성인권센터 쉬고의 한 활동가는 “수입을 업주와 나눠도 집결지 여성들에게 주는 돈은 장부에만 적힐 뿐 손에 들어오지 않는 돈”이라며 “성매매 방지법에 선불금 계약이 무효라고 명시되어 있어도 업주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법을 피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파주시 시민들이 파주시 용주골 집결지 앞에서 '성매매 이제 그만' 피켓을 들고 올빼미 활동을 하고 있다. 파주시 제공
파주시의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위한 노력
성매매 집결지 폐쇄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파주시(시장 김경일)는 2023년 5월 성매매 피해자 지원을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성매매 피해자가 자활지원을 신청하면 자활지원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2년 동안 생계비와 주거지원비, 직업훈련비 등 5020만 원을 지원한다. 파주시의 탈성매매 지원 규모는 타 지자체(지원 기간 1년)의 2배에 달한다. 현재 14명의 피해자가 지원받고 있다. 용주골에는 한때 업소가 많게는 70곳 이상 운영됐지만, 현재는 30곳 이하로 줄었다.
피해 여성들의 사례를 인터뷰하며 자활지원 조례 제정에 함께한 파주시 여성가족과 한경희(이사벨라) 과장은 “많은 사람이 집결지를 ‘자유롭게 성매매를 하며 돈을 많이 버는 곳’으로 오해하고 있다”며 “성매매 피해 여성들은 정신질환부터 치과·산부인과와 관련된 많은 질병을 안고 살아간다”고 말했다. 한 과장은 “(업주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슈퍼 가는 옷차림으로 슬리퍼만 신은 채 탈출해 가전제품과 생활용품도 없이 자립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생계와 주거의 어려움뿐 아니라 정신질환 탓에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것이 단시간에 해결되지 않아 지원 기간을 2년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파주시는 성매매 집결지 폐쇄만 추진하지 않는다. 매주 화요일마다 여성과 시민이 행복한 길 ‘여행길’ 걷기 활동을 통해 학부모와 시민들이 함께 성매매 집결지를 걸으며 성매매 근절 캠페인을 벌인다. 또 성 구매자를 차단하고 청소년유해환경을 감시함으로써 안전한 지역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민과 공무원이 함께 밤 10시부터 새벽 3시까지 집결지 출입구에서 야간 캠페인 ‘올빼미 활동’도 진행했다. 파주시는 2025년을 ‘성매매 집결지 폐쇄의 원년’으로 삼고 집결지 폐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성매매를 바라보는 교회의 눈
“성매매는 범죄이자 인류의 질병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9년 ‘요한 23세 교황 공동체’ 소속 사제가 저술한 책 「십자가에 못 박힌 여성들 : 거리에서 들리는 인신매매의 치욕」 서문에서 “사람은 사고 팔 수 있는 존재가 절대 아니다”라면서 “피해 여성들에 대한 구조활동과 회복 작업에 용기 있게 나서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가톨릭교회는 성매매를 인간 존엄성을 해치는 명백한 침해이자, 사회적 재앙으로 규정한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매매춘은 몸 파는 사람을 성적 쾌락의 도구로 전락시켜 그 사람의 품위를 해친다”며 “돈을 지불하는 사람도 자신에게 중죄를 짓는 것”(2355항)이라고 밝히고 있다.
교황청 이주사목평의회(‘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로 통합)는 2005년 로마에서 열린 ‘제1회 거리의 여자들의 해방을 위한 국제 사목 회의’에서 “성 착취는 여성에 대한 폭력 행위로서 여성의 존엄성에 상처를 입히고, 인간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며 “여러 가지 복합적인 경제·사회·문화적인 이유로 전 세계적으로 거리의 여성들의 수가 극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우려했다.
이 사목 회의가 내놓은 「최종 문서」는 “희생 여성은 갈기갈기 찢겨져 심리·정신적으로 죽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대부분이 폭력·학대·불신·자기 비하·두려움·기회 박탈과 관련된 사연을 가지고 있다”며 “그들이 찾는 것은 인간적 관계, 사랑, 안전, 애정, 확신, 자기 자신과 가족을 위한 더 나은 미래”라고 밝혔다.
성매매 피해자 보호기관 ‘소냐의 집’ 전 소장 홍성실 수녀는 “하느님으로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인간의 성을 고귀한 것으로 여기고, 물질로 취급하거나 도구화하지 않아야 한다는 인간의 존엄은 우리 교회가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이자, 신앙인 삶의 토대”라고 밝혔다.
김수환 추기경은 성매매 여성들의 큰아버지였다. 김 추기경은 1988년 명절 때부터 수시로 성매매 피해 여성 쉼터를 찾아 3~4시간씩 담소를 나눴다. 김 추기경이 여성들의 이름을 기억해 불러주고, 남모르게 지원했으며, 장례식까지 찾은 것도 아픔과 편견, 질곡의 삶을 사는 그들을 같은 주님의 딸들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는 교회가 보여준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