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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신앙] (23) 사순절, 보라색에 대한 단상 (전성호 베르나르도, 경기 효명고 과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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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프랑스의 철학자이며 수학자인 데카르트는 유리 프리즘을 이용해 최초로 빛이 여러 가지 색을 가지고 있음을 알아냈다. 태양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 무지개색이 나오는데, 데카르트는 빛은 원래 색이 없으나 프리즘의 재질 때문에 여러 색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국의 뉴턴은 1666년 두 개의 프리즘을 이용한 보다 정교한 실험을 통해 빛이란 여러 가지 색이 혼합되어 투명하게 보이는 것이며, 빛이 유리 프리즘을 통과할 때 각각의 굴절률 차이로 혼합된 빛이 나누어져 여러 가지 색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입증했다. 뉴턴은 1704년 그의 저서 「광학(Opticks)」에서 기존 통념을 깨고 색(color)이란 물체가 가진 성질이 아니라 물체에서 반사되는 빛의 성질이라고 결론지었으며, 프리즘을 통해 분리된 빛의 여러 색을 빨강·주황·노랑·초록·파랑·남색·보라색으로 구분했다. 이러한 일곱 가지 색은 무지개에서 볼 수 있으며 빨강·노랑·파랑은 색의 3원색이라 부른다.

원색(primary color)이란 사전적 의미로 다른 색으로 더 이상 나뉠 수 없는 모든 색의 바탕이 되는 기본 빛깔을 의미한다. 그래서 빨강·노랑·파랑은 1차색이라고도 하며 1차색끼리 혼합해 만든 색은 2차색, 다시 1·2차색을 혼합해 만든 색은 3차색이 된다. 예를 들어 보라색(violet)은 1차색인 빨강과 파랑으로 만들어진 2차색이며, 자주색(purple)은 1차색 빨강과 2차색 보라로 만들어진 3차색이다. 인위적으로 합성된 첫 번째 색인 보라는 자연에서 가장 드물게 발견되는 색이다. 허브 식물의 대표인 라벤더나 붓꽃에서 보라색을 볼 수 있는데 염료를 자연물에서 얻었던 과거에 보라색은 귀한 재료여서 지중해 문화권에서는 황제의 의복에만 보라색이 사용되었다.

빈센트 반 고흐는 보라색의 붓꽃 그림을 여러 점 남겼는데 보라색 자체가 주는 색의 매력에 이끌렸을 뿐 아니라 보라색 붓꽃의 꽃말이 ‘기쁜 소식과 행운’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헤르만 헤세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집 「메르헨」에 아이리스(iris : 붓꽃)에 대한 글을 쓸 정도로 보라색의 붓꽃을 좋아했는데 그는 붓꽃이 피는 시기가 한 해의 가장 은총의 순간이라고 했다.

보라색은 가톨릭의 전례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연중 시기 사제의 제의 색깔은 녹색이지만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되는 사순 시기 제의 색깔은 보라색으로, 이는 통회·속죄·보속의 의미를 지닌다. 또 사제가 고해성사를 주관할 때 착용하는 영대 색깔도 보라색으로, 통회와 보속을 의미한다.

미국의 색채연구소 팬톤(PANTONE)사는 ‘2022년 올해의 색’으로 보라색을 선정했다. 보라색은 빨강과 파랑의 혼합이라는 의미에서 ‘서로 다른 가치의 화합, 커다란 대립의 통합’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금 우리는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며 부활을 기다리는 사순 시기를 보내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분열과 반목을 보이는 빨강과 파랑의 극단적 대립도 사순 시기를 보내며 보라색이 지닌 의미처럼 통회와 속죄의 시간을 거쳐 화합과 통합으로 하나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 헤르만 헤세가 말했던 보라색 붓꽃이 피는 은총의 시기가 우리에게도 반드시 찾아오리라.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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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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