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대홍수 시대다. 최근 AI 개발사 ‘오픈AI’는 자사 프로그램 Chat GPT를 통해 ‘네컷만화’와 일본 만화영화사 지브리 스튜디오의 스타일을 본뜬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능까지 선보이면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 AI는 정보 전달부터 논문과 보고서 등 텍스트 작성까지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며 편리함을 가져다주고 있다.
이에 반해 AI가 잘못된 정보 전달로 인한 가짜뉴스 양산이나 인공지능 무기 개발 등 위험성으로 인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교황청 신앙교리부와 문화교육부는 「옛것과 새것」 문헌을 통해 AI가 인간지능을 넘어서 대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AI의 위험성을 강조한 바 있다.
AI를 향한 긍정과 부정적 의견이 혼재되는 가운데, 약 2년 전 가톨릭 문헌들을 데이터베이스로 한 생성형 AI가 출시됐다. 교회 인증을 받았고 전 세계 각국에서 이용되고 있다. 이를 이용해본 경험과 사제들의 의견, 앞으로 한국에서도 가톨릭 AI가 출시될 수 있을지를 들여다봤다.
방대한 교회 문헌 데이터베이스화
‘Magisterium AI’는 2023년 7월 개발사 롱비어드가 공식 출범해 선보였다. ‘교도권’이란 뜻을 지닌 이름처럼 생성형 AI를 통해 교회 가르침, 교리 지식 전반을 서비스하고 있다. 현재 165개국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영어·스페인어·불어를 비롯해 중국어와 한국어 등 50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이용자는 현재 26만 명에 이른다. 개발에 참조한 가톨릭 문헌은 2만 2600개에 달한다. 접근하기 어렵고 방대한 성 토마스 아퀴나스 문헌을 비롯해 교부들의 신학과 철학적 문헌 2300개가량을 데이터베이스화했다.
더불어 롱비어드가 AI를 활용해 함께 선보일 예정인 도서관 플랫폼 ‘Vulgate’는 로마 교황청립 대학과 연계해 도서관 문헌들을 디지털화했다. 뉴럴 서치(인공 신경망을 통한 검색), 문서 수집, 텍스트 요약 및 기계 번역 같은 기술을 활용해 학술 연구에 도움을 주도록 설계된 AI 기반 라이브러리 플랫폼이다.
롱비어드는 AI 프로그램 소개에서 “가톨릭교회를 위한 전 세계 제일의 검색 엔진”이라며 “교회 가르침이나 연구 수행 중일 때 이 AI를 사용함으로써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사 대표 매튜 샌더스는 캐나다 출신으로 토론토대교구와 교구장 토마스 콜린스 추기경의 자문 역할을 맡고 있으며, 교황청 온전한인간발전촉진부에서도 종사한 바 있다. 샌더스 대표는 이 AI를 만든 것은 교회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그는 교계 매체 Crux와의 인터뷰에서 “AI를 둘러싼 많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걸 안다”면서도 “하지만 진실에 다가서기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가 AI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가톨릭 AI는 교회의 ‘게임 체인저(승부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픈AI Dall-e를 활용해 가톨릭 AI를 형상화한 모습.
가톨릭 AI 이용해보니
‘Magisterium AI’는 무료로 주당 60회의 일반 요청을 할 수 있다. 주당 5회의 추론 모드도 요청이 가능하다는 안내가 적혀 있다. 월간 8.99달러(약 1만 3000원)를 지불하면 무제한 검색이 가능하다.
실제 프로그램을 사용해보니, 다른 생성형 AI와 비슷하게 웹 기반 검색을 통해 답변하고 있다. 해당 AI 프로그램은 오픈 AI의 Chat GPT 모델을 따왔다. 접속하면 가톨릭 AI답게 “축복받은 사순절 보내고 계시길 바랍니다!”라고 먼저 인사한다.
‘사순의 의미를 설명해줘’라고 말하자 “사순절은 부활절을 준비하는 40일간의 기간입니다”란 답변으로 시작해 회개와 통회·기도·금식·자선·변화의 시간 등 주요 의미에 관해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신자로서 지켜야 할 마음가짐까지 제시해줬다.
‘코린토1서 주제는 무엇인가?’란 질문에는 분열 극복과 일치, 사랑의 중요성 등 바오로 사도가 선포하고자 했던 내용을 이내 정리해 보여준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교회에 끼친 영향’에 관해서도 △교회론의 쇄신 △전례 개혁 △에큐메니즘 △선교의 강화 등 주제별 답변을 해줬으며, ‘역대 세계청년대회가 열린 장소’를 물었을 땐 모든 개최지를 제시하진 못했지만 “2027년에는 서울에서 세계청년대회가 개최될 예정입니다”라고 답했다.
다만 한국어 버전은 미진한 부분이 보인다. 영어 기반 AI인 만큼 한국어로 정보를 알려주는 사이트를 정확하게 찾아내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이며, 영어로 된 정보를 번역해 보여주다 보니 오역하는 사례도 더러 발생한다. 가령 한국 교회의 추기경을 질문하면, 염수정 추기경이 Andrew Sujeong Yeom(염수정 안드레아)과 Andrew Yeom(염 안드레아)으로 중복돼 한국의 추기경이 5명이라고 답하는 경우다. 일반 상식으로 한국의 대통령이 누구냐고 물으면,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는 AI 할루시네이션(환시)으로 보인다. AI 모델에서 잘못된 패턴을 학습해 부정확하게 예측하는 현상이다. 개발사 측은 할루시네이션을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밝혔지만, 지역 교회별 수많은 소식을 AI가 모두 학습해 제때에 선보이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대교구 전산정보실장 최장민 신부는 “영어 기반 프로그램이다 보니 한국어 등 다른 언어로 정보를 취합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한국어 명령을 할 경우 영어 기반 프로그램은 입력과 출력에서 모두 번역을 거쳐야 해 오류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교회와 관련한 답변에서도 미진한 부분이 있다. 보편 교회는 고해성사 의무 주기를 1년에 한 번으로 규정하지만, 한국 교회는 고해성사 의무를 1년에 2번으로 규정한다. 해당 프로그램은 고해성사 의무 주기를 1년에 한 번으로만 답변해 개별 교회의 특성을 정확히 구별하진 못했다.
그럼에도 기본 교회 가르침과 용어 해설 역할은 충분히 해냈다. “교회에서 안락사는 어떤 의미인가”라고 질문하면 “안락사는 살인이며, 본질적으로 악한 행위이기 때문에 교회는 이를 금한다”면서 “다만 고통을 경감하는 행위는 가능하다”고 답했다. 참조한 문헌을 각주와 접속 링크까지 내보이며 이용자들의 신뢰도를 높였다.
사제들의 의견은
가톨릭 성경과 사전·문헌을 데이터베이스로 한 만큼, 이 가톨릭 AI가 선용 사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 방종우 신부는 “교회 가르침을 비롯해 교부들의 사상 등 다양한 교회 관점을 기반으로 해 매우 유용하다”며 “프로그램이 정보 출처를 모두 자세히 알려주고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다”고 평했다. 방 신부는 “다른 AI는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지만 출처를 제공하지 않아 정보 왜곡이 일어나고, 교회와 다른 견해를 내놓을 수 있다”면서 “이 AI는 교회 지지를 받고 있기까지 해 신자들에게도 유용한 것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최장민 신부는 “가톨릭교회의 기본 가르침을 찾고 이해하는 기능을 충실히 해내는 것으로 보인다”며 “데이터가 학습되면 가톨릭 AI로서 좋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어 기반 가톨릭 생성형 AI 나올까
앞으로 국내에도 이같은 생성형 가톨릭 AI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어 기반 가톨릭 생성형 AI는 2027년을 전후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장민 신부는 “서울대교구 전산정보실은 현재 AI 서버를 작업 중에 있고 교구 문서고에 있는 문헌들을 디지털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지난 2월에는 가톨릭굿뉴스에 가톨릭 대사전의 데이터를 디지털화했다. 나무위키와 같이 오픈 위키피디아 형태로 이용자들의 댓글을 게재하게 해 최신 정보를 업데이트하도록 보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