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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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공화국의 현실…또 한 명의 청년이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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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이는 이 전봇대에 거꾸로 매달려 온몸이 타들어간 한 노동자가 있습니다.

서른여덟 살 꽃다운 나이에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고 김다운 씨인데요.

홀로 10미터가 넘는 곳에 올라가 전기 작업을 하던 중 감전됐습니다.

그날의 일을 시민들은 이렇게 기억합니다.

<경인수 /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아파트 전체가 정전이 됐어요. 그래서 후문 쪽에 전봇대 사고 났다는 소리를 듣고 현장을 가보니까 전봇대 한 3분의 2 지점에서 돌아가신 분이 거꾸로 매달려 있었고 안전모는 땡글땡글 굴러서 저 인도 쪽으로 떨어진 것까지 확인했고요."

<민경자 / 주민> 
"갑자기 펑하면서 모자가 떨어지면서 사람은 거꾸로 매달려 있었어요. 거기 지나가려면 그 생각이 나지…"

김다운 씨 매형 장태욱 씨는 그날을 잊을 수 없습니다.

<장태욱 / 고 김다운 노동자 매형>
"병원에서는 30대 김다운이라는 사람은 없다고 얘기를 해서 저희는 너무 놀라서 그럴 일이 없다. 그럼 혹시 60대 무명남으로 돼 있던 이 사람이 아니냐 그래서 신체적인 특징을 보고 다운이의 이름을 그 당시에 누나가 와서 확인을 했습니다."

결국 김 씨는 19일간의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렇다면 김 씨는 왜 이런 참변을 당했던 걸까.

김 씨의 업무는 오피스텔에 전기를 연결하는 작업이었습니다. 

고층인 데다 2만 2천9백 볼트의 고압 전류가 흐르는 위험한 환경이었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2인 1조가 아닌 홀로, 고소절연트럭이 아닌 사다리를 타고, 고무절연장갑이 아닌 면장갑을 착용한 채 작업에 임했습니다. 

안전장비 하나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부실한 현장 관리감독이 그대로 드러난 겁니다.

김 씨의 업무는 한국전력이 수십 년 동안 직접 담당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한전의 업무는 김 씨의 업무가 됐습니다.

<엄인수 /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장>
"그때 당시에는 2년 주기 단위로 협력업체를 선정하고 계약을 하는데 그 계약할 당시에는 이 업무가 한전의 업무였고 계약을 하고 회사가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21년 4월달에 한전 업무를 갑자기 예고 없이 협력업체로 이관을 했거든요."

사고 후 한전은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소통 없이 마련된 눈 가리기 식 대책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엄인수 /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장> 
"현장의 여건을 고려하고 현장과 소통해서 한전이 안전 대책을 내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현장의 여건과 현실 이런 것을 감안하지 않고 '사고가 났어? 그럼 이걸 안 하면 돼' 이런 형식으로 안전 대책이 내려오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그것이 이행되고 정착되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김 씨가 세상을 떠나고 1년 10개월 뒤, 한전은 결국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습니다.

한전이 김 씨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봤던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주장이 뒤집힌 겁니다. 

이른바 김용균법이라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됐는데도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김 씨가 속했던 하청업체도 벌금 300만 원이라는 솜방방이 처분을 받았습니다. 

<류하경 변호사 / 유족 측 변호사> 
"한전이 빠져버리니까 하청업체에다가 세게 책임을 묻기가 법원으로서 어려웠던 거고 기존 법원의 보수적인 태도 즉 산안법상 형사 처벌을 너무 낮게 하는 그런 경향 이 두 가지가 합쳐져서 하청업체 관계자들에게 솜방방이 처벌이 내려졌다고 봅니다."

김 씨의 죽음 이후에도 하청업체는 올해 또 한전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엄인수 /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장> 
"2년 동안 공사 수주는 못했지만 그 회사는 존재하고 있었고 지금 한전에서 또 단가 공사를 낙찰받아서 다시 운영되는 그래서 실질적으로 속되게 얘기하면 회사가 손해 본 것은 거의 하나도 없는 이런 상황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한전과 하청업체는 아직 유족에게 단 한 마디 사과조차 없습니다. 

<장태욱 / 고 김다운 노동자 매형>
"하청업체, 한전은 어떠한 사과나 어떠한 말을 저희 쪽에 아직까지도 한 적은 없습니다. 다운이를 사지로 내몰았던 두 명의 소장은 재판 과정에서 저희 가족들에게 정말 인면수심의 그런 발언도 하면서 사과의 마음도 없는…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위험의 외주화는 막을 수 있는 걸까.

<엄인수 /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장> 
"협력업체에 충분한 인원과 공사를 수행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할 수 있는 이런 제도를 한전이 규칙적 제도로 만들어내고 그 제도를 철저히 이행하는가에 대해서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되고…"

<류하경 변호사 / 유족 측 변호사>
"수사기관의 안이함, 기업 편향적인 보수적인 수사 태도 그리고 노동관계법에 대한 다소간의 무지 이런 것들이 개선해야 될 점이라고 봅니다."

유족은 '제2의 김다운'이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장태욱 / 고 김다운 노동자 매형>
"지금 다운이 같이 젊은 친구들이 정말 누구보다 하기 싫고 어렵고 힘든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들이 정말 많습니다. 이 젊은 친구들이 다치거나 죽지 않게 관리 감독을 해야 된다고 생각이 드는데 이런 것들이 단순히 소모품 취급하는 게 너무 가슴이 아프고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한전과 관련된 전체 사망 재해자수는 49명.

이 가운데 배전 사망 재해자수는 31명에 달합니다. 

이 숫자는 통계가 아닌 누군가의 마지막 출근 기록입니다.

일회용 노동자, 산재 공화국, 위험의 외주화.

대한민국 산업현장에 따라붙는 꼬리표입니다.


CPBC 김정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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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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