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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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신선웅 신부(수원교구 병원사목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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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휠체어를 타신 자매님이 원목실에 찾아왔다. 자매님은 “남편이 엊그제 중환자실에 들어왔다”며 병자성사를 청하셨다. 함께 중환자실로 갔는데 의식이 없는 환자였다. 중환자실에 들어오는 환자는 언제 깨어날지 모르고, 언제 나아 일반병실로 내려갈지 모른다. 그만큼 위중한 분들이 많다.

이 형제님은 의사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이야기를 들은 이른바 ‘오늘내일’하는 상태였다. 자매님은 얼마나 마음이 슬프고 간절했을까. 오랜 세월 동고동락했던 남편을 떠나보내야 하니 너무나 아팠을 것이다. 그러나 자매님은 단순히 슬퍼만 하는 대신 하느님께 기도했다. 그녀는 오랫동안 냉담해서 기도할 줄 모른다면서도 누구보다 간절히 기도했다.

이틀 후 의사의 판단과 다르게 형제님은 돌아가시지 않았다. 하느님께서 자매님의 기도를 듣고 믿음을 보신 것이다. 다만 형제님은 깨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났다. 그 기간 자매님은 아픈 몸을 이끌고 매일매일 원목실로 와서 기도했다. 살려달라는 기도가 아니라 하느님 뜻에 맡기는 기도를, 청함의 기도가 아니라 인내 속에서 들음의 기도를 했다.

그 기도가 하느님께 닿았던 것일까. 형제님은 깨어나고 상태가 좋아져 일반병실로 갔고, 며칠 동안 치료를 받은 후 쾌차한 상태로 집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하느님의 놀라운 기적을 두 번이나 체험했다. 모두 하느님께서는 보호자들의 믿음을 보시고 환자를 살리셨다는 생각이 든다.

의사가 포기한 환자를 하느님께서는 믿음을 보시고 기도를 들으시고 그들의 간절함과 기다림을 보시고 당신이 원하시는 때에 은총의 선물을 선사하신 것이다. 참으로 놀랍다. 이처럼 믿음이 중요하다. 바로 하느님을 향한 온전한 믿음과 의탁이다. 사순 시기 중반에 접어든 이 시점. 주님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의 여정을 걸어가는 믿음의 온도를 주의 깊게 체크해본다. ‘지금 믿음의 온도는 몇 도일까?’


신선웅 신부(수원교구 병원사목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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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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