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1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시사진단] 여성 혐오와 민주주의의 후퇴 (박태균 가브리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이탈리아가 ‘페미사이드’, 즉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하는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여대생 2명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일반적 살인사건이 아니라 여성 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가부장적 문화가 심한 이탈리아에서는 매년 수많은 여성이 가정폭력과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고 있기에 총리가 직접 나서 여성 살인죄를 신설했다.

2024년 7월 미국 외교협회의 연구에 따르면 민주주의의 퇴보를 이끌고 있는 극우 극단주의자들과 독재자들은 여성의 권리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 대중적 지지를 받았던 뉴질랜드와 핀란드의 여성 총리는 협박을 받은 끝에 사임했고, 슬로바키아의 여성 대통령은 재선 출마를 포기했다.(이상 이유, ‘여성정치 최대위협은 백인 남성우월주의 극우독재’, 2024년 7월) 한국에서도 아무런 이유 없이 여성이 살해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국에서 구조적 젠더 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의 젠더 지수는 146개국 중 105위에 불과했고, 여성가족부 장관은 1년이 넘도록 공석이다. 그리고 젠더 평등을 비판하고 여성혐오를 주장하고 있는 신남성연대가 탄핵반대 시위에 참여했다.

신남성연대는 지난 2월 26일 이화여대에서 무분별한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면서 탄핵 반대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동덕여대에서도 집회를 열어 학생들을 위협하거나 조롱하는 영상을 자신들의 인터넷 채널에 올리기도 했다. 신남성연대는 윤석열 정부를 등에 업고 탄핵반대 시위를 이끄는 한 축을 담당했다.

역사상 파시스트가 대중적 지지를 받는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는 소수자와 타자에 대한 혐오 정서였다. 나치의 유다인에 대한 혐오가 정권을 유지하고 전쟁을 지속하는 데 중요한 축이었음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일본은 아시아에 진출하면서 아시아 각국의 인종적·민족적 차이를 부각시켜 이이제이(以夷制夷) 전술로 자신들의 대동아공영권을 합리화했다.

겉으로는 아시아 사람들 스스로 다스리는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내부 갈등을 이용했다. 1931년 왜곡 보도된 만보산 사건 이후 고조된 한중 간의 갈등과 혐오가 대표적 사례다.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내전에서도 혐오와 학살이 세르비아의 파시스트 권력을 강화했고, 이는 보스니아 평화협정 이후 코소보에서 제2의 학살로 이어졌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한국의 민주주의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계엄과 탄핵 과정에서 한국 사회가 처해 있는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종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갈등, 사실까지 왜곡하면서 나타났던 중국에 대한 혐오와 함께 젠더 갈등은 한국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멀지 않은 과거로 돌아가 보면, 팬데믹 기간 특정 종교 사건이 있었던 사실, 2022년 대선에서 젠더 갈등이 중요한 이슈의 하나였던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젠더 갈등을 해결하지 않는 한 한국의 민주주의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대선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파시스트들은 지금도 혐오의 대상을 찾고자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박태균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04-09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7. 1

마르 5장 36절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