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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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면 이후 과제 ‘사회 통합’… “종교의 역할 크다”

[대한민국 ‘분열과 갈등 극복하자’] 정치 양극화 해결 위한 선결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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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11시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선고안을 낭독하는 것을 지켜보며 박수치는 시민들.

 

 


국민들 “진보·보수 정치적 갈등 심각”
헌재 판결로 사회 통합 기대 높아져

전문가들 “각계 참여 위원회 만들어
사회적 의제 풀어나가도록 노력해야”



4일 오전 11시 22분. 헌법재판소 재판관 8인의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됐다. 그 시각 서울 종로구 안국역 등 도심권에서는 불과 150m 남짓 거리를 두고 ‘찬탄’과 ‘반탄’ 간의 희비가 갈렸다.

한쪽에선 ‘우리가 승리했다’고 연호했지만, 다른 쪽에선 헌재의 결정에 불복하거나 경찰 버스를 부수는 등 사태가 벌어졌다. 이날 오전 9시 40분쯤에는 천도교 수운회관 인근에서 노란 리본을 단 여성을 발견하고 유튜브 영상을 찍던 한 무리가 경찰에 출입을 통제하라고 고성을 외쳤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극심한 갈등이 곳곳에서 나타나며 위험 수위에 다다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다행히 이날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경찰은 양 진영 간 충돌 사태를 대비해 선고 전날부터 경력 50를 가동하는 ‘을호’를 발동했다. 당일에는 0시를 기해 ‘갑호’를 내려 경력 100를 동원했다. 3호선 안국역은 이날 무정차 운행했고, 인근 지하철역도 일부 출입구가 폐쇄됐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도 정치 양극화가 시민 사회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탄핵 기각을 외치던 A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정치 얘기를 꺼낼 수 없다”며 “각자의 주장이 너무나 달라 의절할 지경에까지 이른 것은 지금 국민 모두가 경험하는 일”이라고 털어놨다. 탄핵 인용 집회에 나온 40대 여성 김보영씨는 “매 주말 시위에 참석했다”면서 “현장에 나오면서도 마음 한편으로 정치를 비롯한 사회 전반이 극단화된 것 같아 무척 안타깝다”고 했다. 실제 위협으로 느낀 이들도 있었다. 서울 종로구 라이온스회관 경비원 60대 남성 최모씨는 “매주 집회하러 나온 인원들이 많아 충돌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늘 걱정했는데, 이러한 상황이 정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진보 대 보수, 정치적 양극화 심화

우리 사회 극단 갈등의 실태는 지표로도 드러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연(보사연)이 지난 3월 내놓은 ‘2024년 사회통합 실태진단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갈등 정도는 4점 만점에 3.04점으로 2018년 조사 이래 처음 3점을 넘었다. 2022년부터 2년간 지속 상승했다. 사회갈등 진보와 보수간 갈등이 3.52점으로 다른 요인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뒤이은 지역 간(3.05), 정규직과 비정규직(3.01)에 비해서도 상당히 높은 수치로 우리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함을 나타냈다. 이에 반해 전반적 사회 통합도는 코로나19 시기 2021년 4.59점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이래 감소 추세를 보이다 지난해 4.32점으로 소폭 상승했다.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 집회가 열리고 있다.


국민의 목소리와 시대적 과제

우리 국민들은 헌재의 탄핵 인용으로 다시금 사회 통합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선고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경기 남양주에 사는 40대 남성 이현석씨는 “극렬한 정치적 대립을 경험한 우리 사회가 이제는 상식과 공정함·정당함이 통하는 사회, 법과 민주주의가 잘 지켜지는 사회로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김아현(30)씨는 “차별 없고 과정이 깨끗하게 준수되는 민주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헌재의 판결로 ‘비정상의 정상화’가 상당 부분 이뤄졌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도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cpbc ‘김준일의 뉴스공감’ 진행자 김준일(가브리엘) 정치평론가는 “이번 선고로 많은 국민이 납득하는 의견이 나왔고 불안감에서 해소됐다”면서도 “윤 전 대통령의 ‘계엄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보수 지지층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대선 국면이 다가와 상대방을 향한 적개심이 극대화되고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수현(안토니오, 더불어민주당, 일치를위한정치포럼 대표) 의원은 “정확한 사실과 진상 규명, 당사자들의 사죄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 과제가 남았다”며 “‘그냥 덮어두자’는 것은 관용이 아니고 위 사항들이 지켜져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사회 통합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를 이끄는 많은 논의가 수반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준일 평론가는 “갈등을 대통령 혼자서 다 해소할 순 없다”며 “정치권뿐만이 아닌 국민 각계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결성하는 등 사회의 의제를 논의하는 협의체와 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작정 통합만 외치기보다 (사회 곳곳에) 이해도가 높아지도록 구체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수현 의원은 “많은 외신이 평하듯이 우리 민주주의가 많이 성숙했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정치가 국민을 치유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용혜인(테오도라, 기본소득당 대표) 의원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마땅히 적극적으로 나서는 유능한 정부와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대한민국이 되도록 정치인으로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사회 구성원 모두의 역할 또한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총무 하성용 신부는 “모든 사람이 소외되거나 배제되는 일들은 없어야 하겠지만 적어도 공동체가 합의한 사항에 대해 수용하는 자세 또한 필요하다”면서 “서로의 종교와 이념이 다르더라도 수용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용우(라파엘) 변호사는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미워해선 안 된다”며 “공통점을 먼저 찾고 차이를 좁혀가야 한다”고 소망했다.

김상욱(국민의힘) 의원은 “국민들이 정치(권)만 바라보고 있으면 안 된다”면서 “국민들 또한 정치인이 방향을 잘 잡도록 지켜보고 행동해야 하며, 언론은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종교의 역할도 크다

그간 헌재의 탄핵안 선고가 지연되면서 종교 각계에서는 메시지를 내보냈다. 특히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이 3월 21일 헌재의 조속한 판결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본지에 보내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고통에는 중립이 없다’고 말씀하셨듯이 정의에는 중립이 없다. (헌재는) 우리 헌법이 말하는 정의의 판결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전문가와 정치인들은 유 추기경을 비롯한 교회 지도자의 메시지가 헌재 선고에 영향을 미쳤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향후 사회 통합을 위해서는 종교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김준일 평론가는 “유 추기경 메시지뿐만 아니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등 종교계와 한강 작가 등 문인들이 성명을 냈다. 독재 시기 김수환 추기경의 발언, 즉 민주화 이후에 종교계에서 이런 메시지를 내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유 추기경이 이 사안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정의를 내려준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종교에 바라는 건 정의와 합리에 관한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수현 의원은 “유 추기경의 말씀이 헌재의 조속한 판결에 많은 도움이 됐고 사회 각계에 큰 울림을 줬다”며 “천주교를 비롯한 불교·개신교·원불교 등 보편 타당한 가치에 입각한 대국민 메시지가 이번 국면을 큰 불행한 사태 없이 정리하고 새로운 길로 나아가도록 하는 데 바탕이 된 것은 틀림없다”고 전했다. 김상욱 의원은 “종교가 사람들의 가치관에 영향을 끼치고 판단 기준이 돼주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종교가 지향하는 가치관과 행동 준거 기준인 화합과 평화, 합리성은 우리가 도덕적 판단 기준을 지니도록 이끌기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일부 목사들처럼 불복 집회 모습은 종교의 모습이라기보다 정치 집단을 떠올린다”며 “상대를 배격하고 악마화하는 행동은 종교인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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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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