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안동교구장을 지낸 두봉 주교(杜峰·프랑스명 Ren? Dupont)의 장례미사가 4월 14일 오전 11시 안동교구 목성동주교좌성당에서 교구장 권혁주(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주례, 전·현직 주교단 공동집전으로 봉헌됐다. 장례미사에 참례한 사제·수도자·신자들은 70여 년 사목활동을 통해 한국교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사회적 약자와 농민들을 진심으로 품어줬던 두봉 주교의 삶을 돌아보며 하느님께서 그에게 영원한 안식을 내려주시기를 한마음으로 기도했다.
◎… 4월 10일 두봉 주교의 선종 소식이 알려지면서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안동교구 목성동주교좌성당에서는 경건한 분위기 속에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안동교구 신자들은 지구별로 빈소를 찾아 위령기도와 선종미사를 봉헌했다. 선종 다음날인 4월 11일부터 빈소를 방문한 교구 사제단과 신자들은 소박하고 가난한 교회를 표방하며 한국교회를 위해 평생을 헌신해온 고인이 하느님의 품에 안겨 영원한 안식을 누리기를 두 손 모아 기도했다. 전국 각 교구 사제단과 수도자들도 빈소에 속속 도착해 조문을 이어갔다.
◎… 두봉 주교의 장례미사가 봉헌된 안동교구 목성동주교좌성당에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한국교회에 큰 발자취를 남긴 두봉 주교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수많은 신자들이 운집했다. 장례미사가 봉헌된 성당에 자리가 부족해 들어오지 못한 신자들은 본당 측이 야외에 특별히 설치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장례미사에 참례했다.
◎… 장례미사에는 그동안 두봉 주교가 한국 사회에 미친 큰 영향력을 보여주듯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이준석(안드레아) 개혁신당 의원, 이철우 경북도지사, 권기창 안동시장 등 정·관계를 비롯해 불교·유교계 등 각계각층 인사들이 참례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
◎… 장례미사 직전 안동교구가 전한 두봉 주교의 마지막 순간은 신앙인들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4월 6일 뇌경색 증상으로 입원했던 두봉 주교는 4월 10일 오후 선종 직전 병문안을 왔던 안동교구 사제단에게 눈을 돌려 “성사”라고 힘겹게 말을 건넸다. “고해성사를 뜻하는 것이냐”는 물음에 “예”라고 답한 두봉 주교는 고해성사를 마친 뒤 한결 편안한 모습이었다고 전해진다. 이어 그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며 감사를 연이어 표시했고, 그때마다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뻗는 특유의 몸짓을 보였다. 그러나 이후 호흡이 불안정해지며 주님의 품에 안겼다.
◎… 영성체 후 이어진 고별식은 두봉 주교 약력 및 각계 조전 소개, 고별사, 고별예식, 감사 인사 순으로 진행됐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라자로) 추기경은 조전을 통해 “평생 우리나라를 위해 헌신해주신 따뜻한 마음과 호탕한 웃음을 기억하자”며 “두봉 주교님께서 머지않은 장래에 시복·시성되실 수 있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는 고별사를 통해 두봉 주교의 선종에 깊은 애도를 표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조전을 대독하며 “두봉 주교님께서 보여주신 열정과 봉사의 삶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애도 메시지도 이어졌다.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은 “하느님의 사랑으로 어떠한 고난도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하셨던 두봉 주교님은 저의 인생에 있어서도 거울 같은 분이셨다”며 “순례자의 길을 걸어가는 우리 모든 신앙인들을 두봉 주교님께서 인도해주시리라 믿는다”고 애도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소외된 이웃과 농민들을 위해 열성을 다하셨던 두봉 주교님의 삶은 격동의 한국사의 산증인과 같은 분이었다”며 “인자하신 주 예수님을 닮으셨던 분, 모든 신앙인에게 큰 귀감이 되고 영적 모범이 돼 주셨던 두봉 주교님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파리 외방 전교회 한국지부장 하대건(크리스토프 베라르) 신부는 “두봉 주교님을 병원에서 뵀을 때 눈빛으로 미소지으셨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며 “우리의 소중한 형제였던 주교님은 하느님의 사랑을 나눔으로써 더욱 빛나셨던 분”이라고 밝혔다.
◎… 사제단 대표로 고별사를 한 최숭근(비오·안동교구 울진 북면본당 주임) 신부는 “특별귀화로 한국 국적을 취득하셨을 때 우리보다도 한국을 더 사랑하며 기뻐하시는 모습을 봤다”며 “우리 사제들은 주교님의 뜻을 받들어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버팀목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수도자 대표로 고별사를 한 그리스도의 교육수녀회 윤요한 관구장 수녀는 “주교님과 함께했던 모든 순간들이 은총이었다”며 “우리 수도자들도 주교님 뜻을 이어받아 기쁘게 ‘희망의 순례자’로 살아가겠다”고 전했다.
안동교구 평협 송규흠(아오스딩) 회장은 “예수님처럼 뜨거운 가슴으로 우리를 품어주시던 그 사랑이 그리움으로 남는다”며 “주님에 대한 열정과 우리 신자들에 대한 사랑을 항상 기억하겠다”고 고인을 기렸다.
◎… 장례미사 고별식 마지막 순서에서는 두봉 주교가 선종하기 정확히 1년 전인 지난 2024년 4월 10일에 녹음된 고인의 음성 메시지가 성당 스피커를 통해 전해졌다. 평소 예수님의 사랑을 외치며 “감사합니다”를 유쾌하게 연호했던 고인의 음성이 성당 내에 울려 퍼지자 신자들은 웃음과 함께 눈물로 고인을 기렸다.
◎… 이어진 고별예식은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가 진행했다. 장례미사 후에는 사제단과 수도자, 신자들이 안동교구 농은수련원 성직자묘지로 이동해 하관예절을 진행하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