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현재’이자 ‘미래’인 청소년들을 위해, 그리고 2년 뒤 개최될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와 이후를 위해 한국 교회 성인 평신도들이 머리를 맞댔다. 햇살사목센터와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가 12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WYD 기대효과와 복음화 모색’을 주제로 개최한 제6회 가정과 청소년을 위한 요한 바오로 2세 심포지엄에서다. 발제자들은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교회가 젊은이들의 욕구와 삶에 맞는 사목을 펼치고, 젊은이가 주체가 되는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 WYD를 향해가는 여정에서 그동안은 한국 교회가 젊은이들을 불러모으는 데 주력했다면, 이날 심포지엄에선 이들과 함께하는 성인 신자들이 WYD를 어떻게 바라보고 준비해야 할지 모색했다. WYD가 젊은이들만의 축제가 아닌, 모든 이의 시간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였다. 심포지엄에는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 주교와 햇살사목센터 소장 조재연 신부,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소장 최영균 신부를 비롯해 각 교구 청소년국 국장 신부들과 평신도 140여 명이 함께했다.
햇살사목센터와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는 12일 ‘WYD 기대효과와 복음화 모색’을 주제로 제6회 가정과 청소년을 위한 요한 바오로 2세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교회 공동체·구성원 모두가 함께 움직여야
조재연 신부는 “WYD는 가톨릭교회 전례력 안에서 매년 공식적으로 기념하고 거행하고 있을 정도로 교회 삶의 중요한 부분”이라면서도 “젊은이들만의 노력으로는 변화의 실천, 즉 능동적 복음화 활동을 해나가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젊은이를 향한, 젊은이를 위한, 젊은이와 함께하는, 젊은이에 의한 사목이 될 수 있도록 교회 공동체 전체와 구성원 모두가 함께 움직이는 것이 필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햇살사목센터는 한국 교회의 현실을 분석하고, 가정 복음화를 위한 새로운 사목적 접근을 제시했다. 이세라(카타리나) 연구원은 “한국 교회가 전국 차원에서 청소년 사목의 흐름을 읽어내고 그에 적합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애쓴 대표적 사례는 ‘한국청년대회’(KYD)였다”며 “그간 네 차례 개최되면서 많은 한국 교회 청년들을 회심과 연대의 기회로 초대했지만, 안타깝게도 대규모 신앙 대회의 감동이 지속적인 청소년 사목 활성화로 이어지진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 이유로 오늘날 한국 교회 성인 신자 의식에 영향을 주는 ‘개인주의’와 ‘상호 소외 현상’을 들었다. 이 연구원은 “한국 교회 안에서 성인 신자들은 젊은 세대의 개인주의적 성향을 이해하지 못하고 젊은이들의 욕구에 무관심하다”며 “그러면서 청소년·청년 역시 기성세대와의 대화를 회피하거나 교회에 기대하지 않게 됐다”고 전했다.
한국 교회 청년들이 지난해 11월 29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WYD 십자가·성화 환영의 밤’에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고 있다.
청소년 사목 활성화의 불쏘시개로 활용
성인 중심 공동체로부터 어린이·청소년·청년을 나누어 접근하는 ‘분리된 교회’와 ‘사명’보다는 제도 유지와 관리·운영에 치중하는 우리의 오래된 ‘유지하는 교회’ 모습도 지적했다. 천진아(미카엘라) 연구실장은 “오늘날의 사목 환경은 청년들에게 복음의 메시지가 충분히 스며들기 어려운 지형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WYD가 끝나고 교회에 돌아왔을 때 젊은이들이 또다시 이탈하지 않도록 지금은 그 토양을 새롭게 갈고, 변화한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복음의 씨앗을 다시 뿌린 뒤 경작할 때”라고 제언했다. 젊은이들과 대화하고, 젊은이들은 성인 평신도들과 동반하는 청소년 사목 활성화를 위해 WYD를 불쏘시개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천 연구실장은 이를 위해 “자녀와 부모 세대를 분리했던 흐름에서 젊은이들과 그들의 부모를 포괄하는 ‘가정 친화적인 사목’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유지가 아닌 사명에 초점을 둘 때, 교회는 눈앞의 위기나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보다 성령께서 들려주시는 말씀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고 말했다.
각 교구 청소년사목국 국장 및 WYD 조직위원회 사무국장 신부들이 심포지엄 참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청년들의 취향과 추구미 충족시켜줘야
서울연구원의 변미리(카타리나) 박사와 서울대교구 정규현(국내연학) 신부도 저출생 고령화 현상과 청년 1인 가구 증가로 달라지는 한국 청년세대의 인구학적 특성을 분석했다. 이들은 “청년 세대는 ‘연결’을 중요시하고, 소유보다는 ‘경험’을 추구하며 ‘내가 하고 있는 일의 가치’로부터 행복감을 느낀다”면서 “물질주의적 가치를 지니는 세대이지만, ‘의미성’에도 가치를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변 박사는 “신자와 비신자 모두 어울릴 수 있는 WYD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톨릭교회가 청년들의 취향과 일명 추구미(美)를 충족시켜주는 힙(hip)한 종교를 표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영균 신부는 청년 세대의 추구미에 종교성을 녹이는 방법으로 “WYD 안에서 젊은이들이 직면한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과 해결 방안의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다”며 “어려움에 연대하면서 교회가 젊은이들의 어른이 되어줄 수 있음을 보여줄 때 WYD가 이들의 영적 목마름을 해소해주는 ‘환대의 야전병원’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햇살사목센터 연구원들은 WYD 준비 기간, 교구대회, 본대회, WYD 이후의 과제와 관련한 의견도 내놨다. 이들은 “우선 WYD 준비 기간에는 청소년·청년과 동반할 성숙한 성인 신자를 양성하고, 어린이·청소년·청년·가정을 교회 공동체로 초대해야 한다”며 “부모 신자가 WYD를 먼저 제대로 이해해 자녀들을 교회로 데리고 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아울러 “언어와 세대를 뛰어넘는 조건 없는 환대를 연습해 각 가정은 WYD 교구대회 중 홈스테이에 적극 참여하고 단순한 숙소 제공을 넘어 일상과 신앙 안으로 청년들을 초대하는 ‘환대의 집’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WYD 사전 행사인 교구대회가 ‘신앙의 축제’이자 ‘순례 체험’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발제자들은 “특히 교구 주교와의 만남과 미사는 젊은이들과 함께하려는 교회의 의지와 목자적 친밀성을 보여주고, 젊은이들이 교회에 대한 신뢰와 소속감을 갖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며 “순례 체험에서는 중요한 목적지마다 성인 신자들이 젊은이들을 환대해줄 때 그 자체로 시노달리타스 교회를 가슴으로 느끼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 주교가 12일 제6회 가정과 청소년을 위한 요한 바오로 2세 심포지엄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청소년·청년 주체의 조직’ 구성 제언
아울러 “본대회에서는 직접 참가 신청을 하지 못한 청년 그룹과 어린이·청소년·청년 자녀를 둔 가정 또한 본대회 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며 “부모들은 자녀에게 WYD 구조와 의미를 설명하고 함께 체험하며, 가정으로 돌아와 공동의 경험에 대한 느낌과 통찰을 나눠야 한다”고 권고했다.
WYD 이후에는 준비 기간과 교구대회, 본대회에서의 교훈을 삶의 자리에 녹여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발제자들은 “본당·지구·대리구·교구 젊은이 대표로 구성되는 ‘청소년·청년 주체의 조직’을 구성하자”고 제언했다.
조재연 신부는 “한국 가톨릭교회가 한국 사회에 중요한 인상을 남긴 두 순간이 있었다”며 “사회적으로는 1970년대 민주화 운동에 참여해 정의 구현을 외친 시기, 교회적으로는 1984년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기념행사·1989년 세계성체대회 개최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후 20년간 교회 신자 수가 급격히 늘었다”며 “이제 우리는 WYD라는 가톨릭교회가 다시 한 번 한국 사회에 복음적 메시지를 크게 울리는 중요한 기회를 앞두고 있는 만큼 복음화 사명을 수행하는 교회로 거듭나자”고 격려했다.
구요비 주교도 축사에서 “한국 교회는 서울 WYD를 교회와 사회의 쇄신을 위한 중요한 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오늘의 학문적 성찰은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길 위에서 소중한 벗이 되어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