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노벨 경제학 수상자 리처드 세일러(Richard H. Thaler)는 경제와 인간의 행동 심리학을 접목한 행동경제학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의 저서 「넛지(nudge)」에서는 인간 행동 심리의 예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 남자화장실 소변기에 파리 스티커를 붙여놓은 후 소변기 밖으로 새는 소변량이 무려 80나 감소한 사례를 들었다. 2018년 브라질의 한 자동차 회사는 국민 대다수가 택시 뒷좌석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안전벨트를 착용할 시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실험을 하였다. 결과는 놀랍게도 피실험자 4500명 승객 전원이 뒷좌석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했다.
이처럼 대놓고 지시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이 나의 의도대로 행동하게 하는 것을 ‘넛지’라 하는데, 넛지의 사전적 의미는 ‘옆구리를 슬쩍 찌르다’이다.
인간의 행동을 유도하는 동기에는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가 있다. 내재적 동기는 행위자가 내면의 만족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며 외재적 동기는 보상을 원하거나 벌을 피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다. 뇌과학 관점에서 동기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세로토닌 분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도파민은 동기나 충동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중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의 양이 많아지면 뇌 신경망은 인간을 즉각적인 행동을 하기 쉬운 상태로 만든다. 간뇌의 시상하부 중추와 중뇌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은 도파민 과다 분비 시 나타나는 내적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충동을 조절한다.
하지만 이처럼 복잡한 호르몬 메커니즘을 모르더라도 우리는 인간의 행동이 ‘옆구리를 슬쩍 찌르기(넛지)’를 통해 유도될 수 있음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또 그 결과로 선택된 행동과 그로 인한 결과는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가지 않은 길」에서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노래했던 것처럼 한 인간의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
옆구리를 내어준 이가 옆구리를 찌른 이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주객전도(主客顚倒)의 넛지도 있다.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의 옆구리를 창으로 찌른 로마군 백인대장 론지누스의 경우다. 그가 그리스도의 옆구리를 창으로 찔렀을 때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요한 19,34) 그 후 그가 병이 들었을 때 창에 묻은 주님의 피를 자기 눈에 갖다 대자 병이 나았고 로마군에서 나와 사도들의 제자가 되었다. 그는 카파도키아에서 수도생활을 하다가 박해를 받았고 참수당한 후에 성인으로 추대된다.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의 옆구리를 창으로 찌른 론지누스에게 성인으로서 길을 걷도록 하신 것이다.
또 부활을 의심하는 토마스에게는 자신의 옆구리를 보여주시며 부활을 믿도록 하셨다. 한 개인의 행위가 누군가에 의해 또는 어떤 것에 의해 동기부여가 되었든 간에 인생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선택의 연속이다. 또 그 선택은 실존주의 철학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책임을 요구한다.
오늘도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앞에 당신의 상처 입은 옆구리를 보여주고 계신다. 그 상처를 바라보며 나는 어떤 행동을 선택하고 오늘을 살아야 하는가? 또 그 행동에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부활 시기는 상처 입은 옆구리를 보여주시는 그분께 답변해야 할 시간이다.
전성호